[마음공부-006]
1.
산골 깊은 골짜기 한두 방울을 솟아오르는 샘을 출발한 물이 도랑을 이루고, 개천을 이루어 어느덧 강을 염두할 수 있게 되고, 바야흐로 그 너머-끝의 바다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을 때, 혹은 그 어느 때라도, 샘을 떠나온 물은 다시 그 샘으로 역류할 수는 없습니다. 온갖 바위틈, 모래 사이를 지나오느라, 온몸에 상처가 새겨져 있고, 온마음에 아픔이 기록되어 있으나, 물은 돌이키는 것으로는 다시 그 샘에 돌아갈 수 없습니다. 온갖 오수가 마음을 어지럽히고, 온통 쓰레기가 몸을 난자할지라도, 몸과 마음을 거두어, 떠나온 곳으로 돌아갈 방법은 없습니다. 오직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 남아 있지요. 그러므로 물이라면, 그 외골길에서도 여전히 자유롭습니다.
인생이란 근원을 떠나온 물과도 같은 것입니다.
2.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제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고 해서, 샘물과 나 사이의 물길을 끊어버리면, 그 샘물은 앞으로도 나아가지 못하는 법이겠지요. 지나온 길, 과거, 본향이란 돌아가야 할 곳이어서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하며, 어디서든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원천입니다. 과거를 지향하는 그리움의 크기, 본향을 기억하는 깊이만큼 미래로 나아가는 힘도 생생활활합니다.
그것이 반포지은하는 법으로서의 주문(마음)공부입니다.
3.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길은, 역류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나아가서 바다에 이르러, 다시 하늘로 돌아가 비가 되어 내리는 일입니다. 이를 일러 점진(漸進)으로서의 다시개벽이라고 합니다. 고인물은 썩는다고 하지만, 물은 고이지 않으므로, 고인 것은 물이 아니므로, 물은 썩지 않습니다. 썩는 것은 물이 아닌 이 세상의 어떤 것이지요. 물은 썩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져갈 뿐이지요.
일찍이 다시 개벽을 말씀한 수운-해월-의암의 스승들과 그 제자들은 그 이치를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사이엔가, 그로부터 멀어지고, 잊어버리고, 결국 잃어버렸습니다.
4.
50년 만의 가뭄이라고 합니다. 논을 적시고 바다를 향하여 흘러가야 할 물걸음이 끊어졌다는 뜻이요, 하늘로 돌아간 물방울이 비되어 내리는 재생(윤회)의 사슬이 막혔다는 뜻이요, 나를 살리고 만물을 살리는 물의 생생활활하는 생명력이 경각에 달렸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마음에 잊고 잃음이 많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수운 선생은 말하였습니다. 동학을 하는 사람들은 그 말을 믿었습니다. 믿음은 의지가 되었습니다. 의지는, 곧 단련에 나아가는 원력이 되었습니다. 수련과 수양, 기도와 정진이 모두 그 일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우리의 기도는 오직 "다시 흐르게 하소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