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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Mar 06. 2023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우리 시대의 언어 -002

시대에 따라 그때그때, '절대 강자'의 자리를 차지하는 언어가 있게 마련이다. 

단어이기도 하고, 구(句)일수도 있으며, 하나의 문장이거나,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없는 가치체계일 수도 있다. 


그 언어들은 그 시대의 대세를 이루어, 감히 그에 대해 대적하기 힘들게 만든다.

그런 만큼 그 '절대 강자' 언어는 그 시대의 시대상을 가장 말해주는 키워드가 될 수 있다.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아마도 우리 시대의 시대상, 인간 개개인의 심리 상태를 가장 잘 대변해 주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라는 말이 아닐까 한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또 지탄이 두려워서 부지불식중에 감추던 개인의 생활 방식이나 기호(嗜好), 취미 등의 행태에 대하여 어느덧 당당하게 그것을 내세우게 되었고, 아직도 거기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평가질'을 하는 사람에 대하여, "나의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세요."라고 요구하는 말이 바로 이것이다.


"부탁"이 아니라 "요구"라는 데에 방점이 있다. 

이는 개인의 취향에 대하여 다른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간섭하거나 관여/간여 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도 반영하고, 또 한편으로 각자의 '취향'이 너무도 다양해져서, 어느 것 하나로 표준을 삼는 것이 불가능해진 시대상, 모든 취향이나 개성이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와 가치와 제멋을 발휘할 수 있고, 그것을 오히려 더 가치롭게 여기는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의 '튀는' 취향에 대해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는 심정이라면, 그 심정은 "넣어 두라"는 말이 바로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라는 말이 아니겠는가. 


'어른'이 '아재'나 '꼰대'가 되지 않고 그저 '한 사람으로서의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배워야 하는 시대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다른 사람의 취향을 존중해 주는 마음가짐과 몸가짐, 그리고 말가짐을 배우고 때에 맞춰서 익히는 것이다.(學而時習)


공자님도 말씀하신 진리이니, "요즘것들"이라고 볼멘소리를 할 일이 결코 아니다.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라는 말 - 이 빙산의 일각 아래에, 거대한 사회적 전환이 이미 '완료진행형'임을 새삼 생각한다.


추신.


* 취향저격 : 어떤 사람이나 물건이 자신의 취향에 꼭 맞춘 것처럼 매우 마음에 든다는 뜻으로 쓰는 말.(인터넷 사전 - 우리말 샘)

* 취향범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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