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트렌드 2024를 준비하며
어제, 2030세대와 함께 2024년 트렌드 분석서 발간을 위한 기획회의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목차구성을 완결(초안)함으로써, 실행에 매우 근접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지난해 연말부터 1차로 40-50세대 중심으로 기초기획회의를 수 차례 진행하였고, 지난달부터는 '2030세대'(30세대)를 주축으로 실행기획팀을 새로 꾸려서, 도달한 성과입니다. 원고 준비는 앞으로 6개월 동안 계속되며, 책은 연말에 나올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내년 2024년의 '대안, 전환의 트렌드'의 핵심 가치를 '설정'하였다는 것입니다. (적당한 때가 되면, 공개하겠습니다. 대단하거나 새로운 건 아닙니다. ㅎㅎ)
모시는사람들은 2020년, 2021년 이태 동안 [개벽의 징후2020] [지구적전환-개벽의징후2021]을 펴냈습니다. 이른바 트렌드 분석서입니다. 말이 트렌드 분석서이지, 그저 트렌드 분석 비슷한 글들을 모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트렌드분석서는 개인이 펴낼 수도 있으나, 제대로 된 트렌드 분석은 사실상 거대한 작업이어서 개인이 이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물론 트렌드 분석의 핵심 요건이라 할 '빅데이터'의 이용이 개인 수준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해짐에 따라 '거대한 작업'으로서의 트렌드 분석을 요령있게 해 내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체의, 세계의' 흐름을 읽는다는 것은 크나 큰 지적 처리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고, 자연, 그 '읽음의 주체'의 덩치는 클수록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아예, 작은 규모에서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모시는사람 같은 군소출판사에게 '트렌드 분석서를....?'
트렌드 분석의 대종은 (아마도 출발점도) '소비트렌드' 분석입니다. 오늘날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트렌드 분석서'의 시발은 원천적으로 '트렌드 분석'은 기업에서 내년 또는 몇년 이후를 내다보며 그 흐름을 전망하고 그에 맞춰서 기업의 전략을 수립하는 전통으로부터 비롯되었으리라 짐작됩니다. 트렌드 분석서 중 많은 부분이 '기업부설 연구소'에서 나오거나, 기업과 연계한 대학의 연구기관에서, 혹은 그러한 기관을 배경으로 하는 전문가(교수) 그룹으로부터 산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렌드 분석 자체가 업종의 핵심 요소인 '패션' 분야에서도 이 점은 더욱 두드러진 경향일 테지요. 아마도 패션계의 트렌드 분석 전통이 대중적으로는 가장 친숙하고 오래된(?) 사례가 아닐까도 생각해 봅니다.
이러한 '주류적' 트렌드 분석서에 '대안적 트렌드 분석서' '틈새적 트렌드 분석서'도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각 분야에서 혹은 기업(회사, 업계)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연례적인 트렌드 분석을 대중들과 공유, 공감하기 위해 이를 책으로 묶어내기에 이른 것입니다. 출판 분야에도 (출판과 관련한 사회동향 전반에 걸친 것을 대상으로 하기는 하지만) 트렌드 분석서가 나오고 있습니다. 단행본으로는 아니더라도, 각종 잡지는 연말 혹은 연시 특집으로 '트렌드 분석'을 내놓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기획물이 아닌가 합니다.
이러한 트렌드 분석은 정확한 혹은 '다량의' 데이터를 근거로 해서 최근의, 그리고 현재의 흐름을 읽어내고, 그 연장선상에서 근미래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러한 '트렌드 분석'의 '공표'는 그 분석을 현재화하고 현실화하는 효과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아니, 좀더 정확하게는 그러한 효과를 기대하고 (혹은 의도하고) 트렌드 분석을 내놓기까지 합니다.
모시는사람들에서 펴낸바 있는 트렌드 분석서도 '대안적 트렌드 분석서'의 일종입니다. 애초의 기획 컨셉은 "개벽의 징후"를 읽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트렌드 분석서(주류적인)가 '소비' '성장' '경제' '투자' 등의 방향을 설정한 데 대하여 '개벽' '전환' '탈성장' '생명' '평화' 등의 흐름을 읽어내자는, 그렇게 함으로써 현재화하고 현실화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의도하자는 데 그 목표가 있습니다.
'비주류이며 아싸'인 모시는 사람들이, '비주류이며 아싸'인 개벽, 전환, 탈성장, 생명, 평화 등의 주제로 '트렌드 분석서'를 낸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것을 지난 두 차례의 출간을 통해 확인하였습니다. 2년을 경과하고, 다시 2024년 트렌드를 읽어 보는 '전환의 징후 2024'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1년 이후의 '트렌드'를 읽어 나가는 일이고 보니, 한편으로 막막한 일이며, 당장 오늘의 흐름조차 읽는 것은 고사하고, 대처하기도 만만찮은 이 시대에, 조금은 맹랑한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전환의 트렌드를 기획하며, 2030세대에게 먼저 발언권을 줘야 한다는 데 40, 50세대가 합의하였습니다. 당사자들로부터 "언제 달라고 했어?"라는 얘기도 나왔지만, 간곡히(?) 부탁하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가며 함께, 혹은 그들이 앞서가면 우리가 뒤따르는 그 길로 가 보기로 하였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트렌드를 분석하고 공표하는 일은 결국 그 흐름을 기도(企圖)하고 기획(企獲)하는 일이 되리라 믿으며, 오늘도 한 걸음 내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