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걸음 Mar 18. 2023

밥은 하늘입니다

새책 소개 

“식사 하셨습니까? 언제 밥 한 끼 같이 하시죠!”

“밥만 잘 차려도 웃으며 사는 현자가 될 수 있죠!”

혼밥도 없고, 독식도 없는 사회라면 좋겠어요!
제대로 먹는 밥이 나를 살리고 세상을 살립니다
사람이 밥값만 제대로 해도 세상은 살만합니다

프롤로그


‘밥값 하나에 나라가 휘청거린다.’ 이건 식당 물가 얘기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대법원 판결까지 무시하며 조아린 끝에 일본에 건너가 밥 두 끼 먹고 퍼준 비용(위안부 및 강제징용 관련)을 두고, 현금(現金)으로나 심금(心琴)으로나 나라를 바친 셈이 아니냐며 터뜨린 분통이 온 나라에 차고 넘쳐서다. 밥값하며 산다는 게, 이처럼 어려운 일이고, 소중한 일인 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다.



1.


가히 ‘밥들’의 전성시대다. “밥값 하며 살자.”는 말은 오래된 상투어이지만, 오늘날처럼 이 말이 여러 측면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시대도 적지 않다. 가장 최근엔, ‘밥값’이 고공행진을 하며, 좀 더 싼 밥집, 좀 더 저렴한 메뉴를 찾아 헤매는 직장인 얘기가 회자된다.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는 절규는 지금도 자본-노동 양측에서 여전히 악을 쓰는 중이고, 온전한 ‘한 끼니’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한편, 오늘날 ‘밥 먹는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한 끼의 의례, 세련된 문화를 소비하는 간절한 과시, 고된 노동에 소확행의 보상, 마음의 공허를 채우는 영혼의 양식이다. 그래서 맛도, 가격도, 메뉴도, 사진도, 모두 빼놓을 수 없는 ‘밥’ 먹기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인간의(한국사회의) 오래된 딜레마가 ‘살기 위해서 먹느냐, 먹기 위해서 사느냐’라는 질문인데, 요즘 같아서는 현상적으로 볼 때, 확실히 승패가 갈린 셈이다. 먹방이 10년째 방송가의 대세를 장악하고 있어서다. 유튜브 채널에서 수억 원의 ‘수입’을 올리는 아이템 중에서도 먹방은 단연 인기 있는 분야다. 훈남의 필수요건이 요리실력이 된 지 오래고, 나만의 레시피를 공개하여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유튜버나 트위터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방송뿐만이 아니다, 대도시 곳곳에 숨은, 신흥의, 고수의, 핫한 맛집은 물론이고, 전국 방방곡곡으로 맛집 순례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이때 순례는 성스러운 장소를 찾아간다는 성지순례 의미를 그대로 담고 있다. 바야흐로, 먹는 것이 생존의 필수조건임을 넘어, 성스러운 행위가 되고, 존재의 이유가 되고, 살아가는 낙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야말로 밥들의 전성시대이다.



2.


그러나 우리 사회가 이렇듯이 밥의 소비에 열중하는 사이, 전 지구적으로는 식량 생산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로 기후위기가 가속화하고, 그로 말미암은 기후재난이 나날이 심화되고 거대화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착안하여 ‘채식 - 자연식물식’을 윤리적으로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건강하고 안전하며, 공동체적이고 생태적인 식사를 위해 눈에 보이지 않게, 혹은 사회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런 속에서 ‘밥상살림, 농업살림, 생명살림’을 내세우는 유기농 업체가 수십만 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세계적 규모의 협동조합으로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게 되었고, 귀농귀촌을 비롯한 새로운 조류가 사회 저변에서 굳건한 흐름을 형성하는가 하면, 도시농업이라든지 텃밭 등을 통한 대안농업 등이 흔들리지 않는 입지를 구가하기에 이르렀다. 이 모든 것이 건강한 먹거리와 직접 간접으로 연결된, 이 시대 사회의 한 단면들이다.


먹거리의 안전은 이제 분명한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세계 인구는 80억 명을 돌파하여 100억 명이라는 꿈의 숫자를 향해 여전히 질주하고 있고, GMO를 매개로 세계의 식량 생산-소비 메커니즘과 인간 생체의 안정성을 담보로 한 초거대 실험은, 많은 시민단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날이 가속화하고 있다.


다른 한편, ‘혼밥’이 또 다른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1인 가구가 최다 유형이 되었으니, 당연한 추세이며, 이제 새삼스러울 것 없는 풍경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으나, 혼밥에는 프라이버시 존중으로 포장된 외로움과 고립의 냄새가 묻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대로, 같이 먹어야 할 밥을 알게 모르게 독식하는 추세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밥에도 빈익빈과 부익부의 원리가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3.


저자 전희식은 “제대로 된 밥”은 “나를 살리고 세상을 살린다”고 말한다. 그가 직접 농사를 지어 먹으며 체득한 진리이고, 연간 수십 차례의 강연에서 강조하며, 또 청중의 피드백을 통해 확인한 진리이고, 주경야독으로 놓치지 않고 읽어가는 수많은 생태, 생명, 귀촌귀농 관련 서적들에서도 누누이 증언하는 진리이다.



맛있는 것을 먹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며, 앞에서 열거한 수많은 ‘새로운 먹거리 문화’들에 종사하는, 열중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은 순수하거나 열정적이거나, 간절하거나 때로 생산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저자는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리는 것’은 바른 길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이 ‘먹는 행위’는 ‘한울이 한울을 먹는 것 - 以天食天(이천식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오늘날, 인간이 야기한 지구위기 시대에 즈음하여 함께 먹고, 나눠 먹고, 아껴 먹는(음식물 쓰레기 최소화)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먹는 것 가지고 뭘 그렇게 까탈스럽게 굴어!’라며 항변할 일만은 아닌 셈이다.



저자는 우리가 늘 마주하는 밥상을 제대로 차리고, 바르게 먹음으로써, 나와 세상을 살릴 뿐만 아니라,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한 차원 고양시키는 깨달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세탁기 사용 대신 손빨래를 하며 깨달은 사례가 흥미롭고도 유쾌하다. 무엇보다 밥은 ‘혼자’가 아니라 같이 먹어야 하고 독식하지 말고 나눠먹어야 하며, 억지로 먹지 말고 자연식으로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먹는 일에는 가족, 공동체, 삶이 모두 들어 있다. 그래서 이 책에는 다양한 형태로 건강하고 즐겁고 아름답고 행복하게 밥을 먹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 그들에게 다가가는 길, 그들이 살아가는 현장에 대한 이야기도 풍부하게 담겼다.



그런가 하면, 지속가능한 삶,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조금은 불편해져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나만 아니면 돼!”라고 외치거나, 아직도 부지불식중에 ‘설마!’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절대다수이지만, 그 사이에 균열이 생겨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밥그릇 싸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회에, 나아가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도 밥을 둘러싼 싸움이 그치질 않는 것은 그만큼 밥값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란다.



“밥은 하늘입니다”라는 말은 동학의 핵심 교리이지만, 어느 종교에든 있는 교훈이고 진리이다. 종교뿐만 아니라 수많은 ‘한 그릇 밥의 생산자’들과 ‘자연인’들이 인증한 진리이다. 기후위기에 즈음한 세상, 아니면 하루하루 밥 벌어 먹고 살기 팍팍한 사회! 어느 쪽에 관심을 두든, 오늘 아침 마주한 밥상, 이 밥상, 그 밥의 의미만 제대로 알면 ‘만사형통’이 된다고 이 책은 말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