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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Mar 18. 2023

'인간이란 무엇인가'

도담다담 - 2023년 3월 12일


누구냐 넌?



정리 공암 박돈서

*주제 : 신(新) 인간관 모색 및 천도교 발전 방안

*일시 : 2023.3.12. 14:00-

*장소 : 줌과 수운회관 000호

*참석자 : 박길수(사회자) 김호성, 박돈서, 방상언, 이영혜, 최흥룡

*정리방법 : 참석자가 발언한 순서대로 내용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기술함


(박길수) : 기조 발언(주제에 대한 안내)

‘천도교개관’에 보면 목차가 천도교의 발자취, 종지와 목적, 교리 설명, 수행 및 신앙 방법, 운동사로 구성되어 있다. 교리 설명은 천도교의 신관, 우주관, 인간관, 사회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에 ‘인간관’에 대해 설명이 나온다. 이러한 설명체계는 천도교 특유의 설명 방식이고, 최소한 1950년대 후반에 이러한 체계로 “천도교 개요”를 편찬하여 소개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구성이 최선인가 하는 전반적인 것은 다음에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오늘은 ‘인간관’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눠 보면 좋겠다. 오늘날은 시대가 급변하고 새로운 사회현상이 나타나서 인간관도 새롭게 규정 정립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반려동물’이라는 말의 확대되면서, 동물권 논쟁, 포스트휴먼(後-人間 / 脫-人間) 이야기, 가상현실 기술의 발달로 인한 가상인간(아바타)의 등장, 첨단의료기술의 발달로 각종 인공장기 등의 이식으로 생체와 비생체를 겸비한 인간 등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동물과 인간’, ‘기계와 인간’의 구별이 모호한 경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신(新)인간관’을 논해야 한다. ‘장애인과 정상인’으로 부르던 것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부르고, 그런 맥락에서 오늘날은 ‘인간과 비인간동물’ ‘인간과 비인간존재(사물)’로 구분하고 있다. 인간을 중심으로 나머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동물 중 하나, 생물 중 하나, 지구 구성물 중 하나로 보는 시각에서 나오게 된 용어이다. 이러한 때에 ‘인간’의 개념은 분명 우리가 지금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의 개념과는 다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내천'이라는 말의 의미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인내천은 사실 동학-천도교 시대를 통틀어 가장 오랫동안 '유행어'로 자리매김하고, 천도교의 대표 언어로 널리 알려진 것이다. 오늘날은 '시천주'라는 더 근본적인 말에까지 사람들의 관심이 가 닿아 있지만, 여전히 "천도교=인내천"이 대세라고 할 수 있다. 그 문제를 얘기해 보자.


(박돈서) : 오늘의 주제가 새로운 인간관의 정립인데, 인간의 조건은 원시시대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인간의 능력이 확장되어 지금은 인간이 마치 신과 같은 반열에 들어선 것 같다. 예전에는 전지전능하신 신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일들을 우리 인간이 해내고 있다. 그래서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신적인 인간” “신으로서의 인간”)나 (니체의) <초인(超人: 인간 너머의 인간)> 사상에 관심이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첨단과학기술이 발달로 인하여 가상현실이 점점 현실과 이주 흡사하게 변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도 결혼 안 하는 젊은이들이 많지만, 앞으로 젊은이들이 더욱 결혼할 생각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가상현실 속에 들어가면 최고의 미남 미녀가 기다리고 있다가 맞이하여 온갖 즐거움을 주니 현실세계에 나와서 못난 사람과 결혼할 생각이 적어질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의 발달과 로봇산업의 발달로 인하여 힘든 일은 로봇이나 AI가 맡고 인간은 창조적인 예술이나 영적인 수행 등에 전념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가상현실은 꿈과 같은 것이다. 꿈에서 깨어나도록 돕는 것이 종교다. 따라서 천도교의 역할은 세상 사람들의 영성을 일깨워 지상신선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김호성) : 반려견의 사례는 사람들이 외로워서 그런 것이다. 영성은 한울님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상현실은 꿈 깨면 현실을 인식하듯이 거기서 나오면 냉혹한 현실을 알게 되므로 가상현실 산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요즘 ‘나는 신이다’라는 JMS가 뉴스를 타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 때문에 우리 천도교의 인내천이 잘못 전달될 우려가 있다.


(방상언) : 반려견 등이 성행하는 것은 사람들이 점점 인간성을 상실해 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성 회복이 중요하다. 부모 자식 간의 신의 등이 중요하다.


(박길수) : 1920년대 개벽 등에 기고한 야뢰 이돈화의 글을 모아 발간한 책이 ‘신인철학’이다. 그 신인철학을 보면 소유투쟁의 시대에서 앞으로는 정신적 진화, 창조투쟁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김호성) : 이어령 선생도 지성에서 영성이라는 책을 통해 영성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이제는 영성의 시대라고 본다.


(박길수) : <그녀>(Her)라는 영화가 있다. 지금부터 10년 전(2013)에 나온 영화다. 여기서 ‘그녀’는 가상인간이다. 그런데 딱 10년 만에 ‘공상과학영화’가 거의 그대로 실현이 되었다. 영화처럼 세상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천도교는 두 가지 길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하나는 ‘나는 자연인이다’로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여세동귀(與世同歸)’의 길이다. 전자는 세상의 흐름에 대해서는 오불관연(吾不關焉), 그냥 이대로 쭉 가는 것이다. 후자는 세상의 흐름에 따라 최선의 변화를 추구해 가는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현재의 천도교는 후자를 택하고 싶어도 그럴 여력이 없다. 천도교가 시대의 흐름을 좇아 가지 못한 것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그것이 100년 전부터 그랬다고 본다. 신문화운동을 할 때 잠까 시대의 선두에 섰던 적이 있으나 그때도 천도교가 동학시대의 근본적인 틀을 벗어나진 못했다. 현재 전국의 교구를 보면 거의 농촌형 교구로 이루어져 있다. 서울이나 부산에서 새로 구성된 교구도 지역(같은 고향)을 연고로 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교구이다. 심지어 부산 지역의 일부 교구의 원형(元型)도 북한 지역에서 월남한 교인들로 구성되었다. 또 다른 교구도 경남의 특정 지역에서 이주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꾸려진다. 인적 구성뿐만이 아니라, 교구 운영도 ‘농촌형 사회’의 스타일을 벗어나지 못했다. 의암성사가 동학을 천도교로 대고천하하면서 ‘천도교대헌’을 도입하고 각종 제도를 혁신하였지만, 그때는 조선 인구의 90%가 농민이던 시절인데, 천도교의 제도적 행태(行態)나 교인들의 의식구조가 그때의 유형(類型)을 근본적으로 벗어나지 못했다. 그때 조선사회는 1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던 때였다. 그런데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말하자면 천도교는 여전히 1차 산업혁명이 이행되고 있는 중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 앞서 말한 ‘여세동귀’라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나도 알지만, 어쨌든 당위론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김호성) : 기독교의 교구 운영 방법에서 배워야 한다. 그 조직 운영 방법이 매우 포덕하기에 효율적이다. 우리도 그처럼 변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연원체제 갖고는 발전하기 어렵다. 포덕사를 양성하여 교구장(성직자) 역할을 하도록 하여 구심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영혜) :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인간이 비참한 상태에 도달한다. 이제는 보국안민이 아니라 ‘보세안인(輔世安人)’이라고 해야 맞다.


(박길수) : “여세동귀”라고 하는 것이 천도교에서는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로 모두 사용된다. 앞에서 나는 ‘여세동귀’해야 한다고 했지만, 여세동귀도 ‘후발주자형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체제(것)를 만들어 낼 것인가?’는 좀 더 연구해 보아야 한다. 후발주자형이란 남들이 한 것을 뒤쫓아 가는 것이다. 이것은 쉬운 길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후발주자’할 여력조차 없다. 이때 취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건 ‘1’이든 ‘100’이든, 주체의 형편에 맞게 길을 찾아볼 수 있다. ‘새로운 것’은 ‘새로운 말’과 쌍을 이룬다. ‘말’이 있으면 그것이 지칭하는 ‘것’이 있고, ‘것’을 표현하자면 ‘말’이 있어야 한다.

아런 관점에서 동학-천도교를 보면, 수운 대신사님은 ‘시천주’한 사람(侍天主)라는, 즉 한울님을 모신 존재로서의 인간을 발견하고, 그 말을 새로 말을 만든 것이고, 의암성사님은 해월신사님이 ‘시천주’를 새롭게 표현했던 ‘인즉천’ ‘인시천’을 ‘인내천’이라는 새로운 ‘말’로 표현하여 그 시대 사람들에게 제시하였다. ‘백성이 한울’이라는 말에서 ‘사람이 한울’이라는 말로 전환하였다.

그런 점에서 이영혜 사모님이 “보국안민을 보세안인(輔世安人)”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제안은 매우 의미가 있다. 이처럼 우리도 현대인에게 적합한 새로운 용어를 제시해야 설득력이 있다. 덧붙이자면, ‘동학천도교대사전’을 기획 발간하는 것을 논의하고 추진하고 있는데, 그 작업은 바로 동학-천도교 말의 새로움을 추구하는 일이라고 해도 좋다. 이에 대해 좋은 의견을 주시기 바란다. (지금까지 작업해 온 ‘표제어 정리’ 작업 결과를 화면으로 공유하고 설명함)


(박돈서) : ‘동학천도교대사전’은 반드시 추진해야 할 중요하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다. 우리 교회 인물 중에는 많은 인재가 있으니 그들을 활용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상에서 왜곡되거나 오류인 내용이 돌아다니는 것은 큰 문제다. 이를 광정(匡正)해야 한다.


(김호성) : 천도교대사전을 만드는 데는 우선 우보장(박길수 동덕)이 일단 초안을 만들고 나중에 보완 점검할 때 다른 사람들이 참여하는 방식이 좋다고 본다.


(최흥룡) : 오늘 처음 참여했는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감사하다.


(박길수) : 오늘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그 문제는 발전-전개 단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이 문제는 앞으로 계속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계속해서 자리를 마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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