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철학자들: 포함과 창조의 새길을 열다]
조성환 지음, 352쪽, 모시는사람들
한국의 철학자들: 포함과 창조의 새길을 열다
이 책은 한국철학의 고유성과 보편성을 드러내기 위해, 7명의 대표적인 한국철학자(최치원, 원효, 세종, 이황, 홍대용, 정약용, 최시형)와 4개의 한국철학 범주(실록, 동학, 원불교, 생명평화), 그리고 한국철학의 중요한 연원이 되는 4개의 중국철학 범주(공자, 노자, 가르침(敎), 성리학) 등 모두 15개의 철학적 주제들을 논구한다.
저자(조성환)는 이러한 철학적 주제들을 관통하는 한국철학의 고유성을 ‘포함과 창조’라는 말로 간취해 낸다.(철학적 글쓰기 또는 인문학적 글쓰기에서 중요한 점은 사실의 나열이나 장황한 자기 주관의 서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주체적으로 철학적으로 정의하고 개념화한다는 데 있다. 한마디로 글 쓰는 이의 해석(판단)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조성환은 ‘포함과 창조’로서 한국철학의 특성을 개념화하였다.)
한국철학에 대한 이러한 규정(창조와 포함)은 중국철학의 원조격인 공자가 ‘술이부작(述而不作)’이라고 하여 창조보다는 계술(繼述)을 자기 작업의 본령으로 삼았으며, 조선의 성리학자들이 주자학(朱子學)을 절대화하여, 사문난적(斯文亂賊)을 죄악시하면서 ‘이단(異端)’을 터부시한 전통을 낳았던 것과 비교해 보면 그 의의가 분명히 드러난다.
‘포함’은 일찍이 최치원이 우리 민족 고유의 ‘풍류도(風流道)’는 ‘포함삼교(包含三敎)’하였다고 설파한 바로 그 ‘포함(包含)’이다. 이때 포함은 외래 사상(불교, 도교, 유교)의 단순한 수용도 아니며, 그렇다고 풍류도가 그 사상의 원류(原流)라는 식의 수구적인 이해도 아닌, 외래사상의 창조적 수용 방식과 태도를 일컫는 것으로 저자는 해석한다. 중국에서 불교가 그러했듯이, 한국에서 불교, 도교, 유교는 원산지(原産地)의 그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이미 한국화(韓國化)된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 책에서 ‘동학’은 ‘새로운 하늘의 탄생’이라는 부제를 달고 소개된다. 조성환은 “최제우의 다시개벽은 다시 하늘을 보자는 제안입니다. 구름을 걷어내고 맑은 하늘을 되찾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내 안에도 있고 저 위에도 있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동시에’ 보려는 인식입니다. 그것을 그는 천도(天道)라고 했습니다. 천도는 ”하늘을 되찾는 운동“이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원효 식으로 말하면 같음과 다름을 넘나드는 통찰이고, 노자 식으로 말하면 있음과 없음이 교차하는 현묘입니다.”라고 설파하고 “지금 우리는 어떤 하늘을 열어야 하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하늘을 직시해야 하고, 그와 동시에 전체의 한울을 조망해야 합니다. 한국사상사를 개벽의 관점에서 다시 보아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한국의 철학자들--은 ‘개벽학당(開闢學堂)’에서 ‘벽청(개벽청년)’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철학사를 ‘개벽의 관점으로 다시 읽기’ 강좌의 강의 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다. 그러므로 ‘동학’과 ‘최시형’이라는, 동학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두 항목뿐 아니라, 이 책 전체가 ‘개벽철학’에 관하여 이야기(해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성환은 최시형의 철학사상을 정리하면서도 “그것(동학, 최시형)은 우리 역사상 창조적으로 ‘사유한’ 최초의 사례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하느님’이 되어 본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중략) 오늘날 우리가 혁명이 아닌 개벽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혁명이 권력을 교체하는 것이라면 개벽은 사고를 전환하는 것입니다. 술(述)에서 작(作)으로 사유의 스위치를 전환하는 것이 개벽입니다. 그것은 우리 안의 신성(神聖, 神性)을 발현하는 일이자 신성을 발현시키는 일”이라고 결론짓는다.
개벽파는 동학 창도 이래 이 땅에서 자생한 ‘포함과 창조’의 철학, 사상, 문화 들을 아우르는 깊은 흐름의 재발견, 재조명의 명칭이다. 쉽게 말하면, 개화파와 수구파를 포월(包越)하며 세계 보편의 철학과 사상, 문명과 역사를 창조하는 넓은 의미의 동학파(東學派)의 명칭이기도 하다. 모시는사람들은 그 개벽파, 동학파의 싱크탱크이자 전략사령부이기를 기약하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전략사령부에서 발신하는 ‘개벽파’의 철학 교과서이자 ‘개벽통문’이다. 모든 개벽파의 일독을 권면한다.
* 이 글은 천도교의 기관지 <신인간>에 기고-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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