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동학, 주유팔로 _0.1]
1. 동학의 시간이 다가오는가. 동학의 마당 위에 혁명의 횃불이 다시금 형형하다. 그러나 횃불을 꺼야 별을 보리니*. 심고하나니, 혁명이여! 다시개벽으로 돌아오시라. *cf. 다석 유영모 : "태양을 꺼라."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동학관련 단체-기념사업회-가 생겨나고, 덩달아 동학 관련 학술발표나 기념행사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동학이 가지는 문명사적 의의로 볼 때, 동학에 대한 관심이 동학의 특정 시기의 특정한 사건-동학농민혁명-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이러한 현상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2. 동학이 개벽의 삶, 삶의 개벽이 되기도 전에 행사되고 소비되기에 급급하고, 애달한 시절입니다. 날마다, 달마다 동학의 이름이 전국을 떠돌지만, 동학하는 사람들의 마을은, 어지럽고 복잡하기만 합니다.
(동학 앞에 놓여 있는, 그러므로 실은 인류 전체 앞에 놓여 있는 현실은 더욱 엄중하고, 다시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 또한 남다르게 다가오는 인류세의 시대, 그리고 그 가운데서, 한국사회의 엄중한 갈등의 현실은, 편향된 집중에 대하여 성찰하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3. 일이 있으면 이치에 따라 일에 응하고, 일이 없으면 고요히 앉아 마음을 지키는 일*은 둘이 아니요, 하나입니다. 일을 하되 고요하게 하고, 고요하되 늘 공부하기를 쉬지 않아야 하는 법입니다.
*有事則以理應事 無事則靜坐存心(해월신사법설, 대인접물)
4. 수운 탄신 200주년이 다가옵니다. 2024년 10월 28일, 그 날을 기약하며 다시 길을 떠나려 합니다. 가고 다시 돌아오지 아니함이 없는 그 길. 수운 탄신 200주년을 사이에 두고, 그 너머 동학 200주년을 기약하는 길. 다시, 동학을 선언하기 위해 닦는 길[修道].
5. 한 달에 한 번, 또는 두 번, 수운의 길, 해월의 길, 의암의 길, 춘암의 길을 따라 걷습니다. 동덕을 만나고, 동사를 만나고, 동지를 만나 수문수답하려고 합니다.
6. 다시, 동학, 주유팔로를 시작합니다. 그 길 끝에서, 우리는 다시 길을 만나게 되리라, 믿습니다. 지금 내가 아는 길은 아닐 것입니다. 내가 아는 길은 지금 걸어가므로, 그 길 끝의 길은 새길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개벽의 길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새로운 길일 것입니다. 하늘도, 사람도, 짐승과 풀나무도, 돌도 모레도, 물도 바람도 그 길을 따라 새로워질 것입니다. 다시, 동학, 주유팔로입니다. 동덕과 동사, 동지를 만나러 갑니다.
*주유팔로(周遊八路)란 "여덟 갈래의 길(=八道)을 두루 돌아다니다"의 뜻으로, 동학을 창도한 수운 최제우가 20세 이후 구도의 길을 나서서 15년여에 걸쳐 전국을 두루 돌아다닌 것을 말합니다. '주유천하'라고도 합니다. 팔로 혹은 팔도는 조선 시대, 전국의 행정구역을 여덟 개(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황해도, 강원도 평안도, 함경도)로 나눈 데서 온 것이며, '전국', 혹은 세상천지를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