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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an 04. 2018

사람성 자연과 자연의 요소

다시 읽는 신인철학 52

제3절 사람성 자연과 자연의 요소

  

이상에서 우리는 인간계의 현상과 자연계의 현상을 대별(大別)하여 인간계의 현상은 자연계와 특별히 구별해 보아야 한다고 말하였다. 이제부터 사람성 자연이라 하는 자연의 의의를 이야기하고 사람성 자연과 사회의 관계를 설명하고자 한다. 


세상에서 보통 자연이라 하면 천연계(天然界)만을 자연이라 불렀고 인간성에는 자연을 인정치 아니하여 왔다. 보통 인간계 대 자연계라 하여 인간성과 자연은 엄격[嚴峻]히 구별하여 왔다. 이 구분은 물론 잘 된 구별이며 인간계와 자연계를 구별하는 데 필요한 설명이 된다. 


그런데 수운주의에서 말하는 사람성 자연이라는 것은 순인간격(純人間格)의 상태를 표준한 자연인데 보통 사용하는 자연의 의의와는 그 소질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람성 자연이란 것은 쉽게 말하면 동물성에는 동물격적 본능의 자연이 있는 것과 같이 인간성에는 인간격적 자연상태가 있다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동물성 자연과 인간성 자연은 결코 동일법칙이 아니며 동일환경에서 생기는 순응과 조화가 아니다.

 

자연을 담아낸 인간의 시선

원래 사람성자연이란 말은 수운이 항상 말하던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는 교훈에서 생긴 말인데 수운은 그 교훈 중에서 빈번히 무위이화(無爲而化)와 자연은 붙여 말하였다. 그러므로 수운의 이른바 자연은 세상에서 이르는 자연이 아니요 인간격 지상(至上)으로부터 순화되고 영화(靈化)된 자연을 이름이다. 인간격이 자격으로 갖추어져 있는 진선미(眞善美)를 융화하여 그가 인간사회에 조화될 때의 극치를 인간성 자연이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성 자연은 다만 인간격의 극치를 이른 말일 뿐만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보면 사람성 자연은 원시시대로부터 금일에까지 흘러온 것이다. 사람성 자연은 그 시대 시대마다 조화와 균형을 얻으면서 무궁히 발전 향상하여 인간격 극치점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 사람성 자연에 포함된 자연의 의의를 찾아보면 아래와 같이 구별된다.


첫째는 천연계의 자연을 말하는 것이니 예를 들면 인위와 사람성 관념으로 생긴 모든 것을 제외한 외계의 현상을 이름이니 이 자연은 사람성 자연의 외적 즉 객관적 소재가 되는 것이다.


둘째는 심리상태의 자연을 말하는 것이니 심리상태의 자연이란 말하자면 심히 복잡하나 한마디로 요약하면 세가지의 순서를 들수 있다. 고인(古人)의 말에 "어린아이의 마음을 보존하듯(如保赤子之心)"이라 한 그 마음은 사람의 천연적 본심을 이른 말인데, 갓난아이의 마음은 아무 허위가 없고 바로 천진난만한 상태그대로이다. 


그러므로 심리상 자연은 무엇보다도 정직, 솔직, 진실을 주로 한 것으로 심리에 일점의 사악(邪惡)도 두지 말라는 것이 그 첫째이며, 다음은 지(知) 정(情) 의(意)의 조화이니 사람의 마음은 그 작용에서 스스로 지적, 정적, 의적으로 움직이게 되는데, 만약 마음이 그 어느 일방에 치우치게 되면 인격은 문득 그 중심을 잃고 사견(邪見) 사문(邪聞)에 빠지기 쉬운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아무리 갓난아이의 마음을 가졌다 할지라도 나아가 지정의의 조화를 얻지 못하면 그는 일종의 천치(天痴)나 또는 환자에 지나지 못하는 것이다. 지정의의 조화는 마치 삼현금(三絃琴)을 타는 것과 같아서 삼현이 평균한 율조를 얻음과 같은 것이다. 그리하여 최종으로는 내외계의 조화를 얻음으로써 심리상태의 자연은 그 능률의 완성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이 사진 속 풍경은 천연적 자연과 인위적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내외계의 조화라 함은 개성의 지각과 외계의 시대적 대세에 암매(暗昧)하여 시세에 순응할 바를 알지 못한다 하면, 또한 심리상태의 예를 들어 말하면 구식의 인물이 설사 구식에서는 지정의의 조화를 얻었다 할지라도 신식에 이르러 그에 낙후된다 하면 지정의의 조화도 또한 그 도(度)를 잃을 것이니 그러므로 내외계의 조화는 부단히 변화하는 시대 사정에 순류(順流)하는 심리상태, 즉 사상 상태를 이름인데 우리의 마음은 이 세 가지의 구비를 갖추어야 처음으로 마음이 자연한 상태에 이르렀다 할 것인데, 이 심리상태의 자연은 사람성 자연에 대한 내적 요소 즉 주관적 요소가 되는 것이다.


셋째는 합리적 의미의 자연이니 이 자연은 사물 보편(事物普遍)의 자연으로 모든 일과 사물이 이치에 합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합리적 의미의 자연은 부자연에 대한 자연을 말하는 것이므로 곧 부자연에 상대되는 추상적 의미의 자연이다. 예를 들면 의복이 몸에 맞도록 된 것, 음식이 입에 맞도록 된 것, 사회제도가 생활에 맞도록 된 것 등의 의미를 취한 자연이다. 이 합리적 의미의 자연은 사람성 자연에 대한 범주의 자연이 되는 것이다.


넷째는 필연적 의미의 자연이니 마치 봄이 여름이 되며 어린이가 청년이 되며 봉건시대가 자본주의 시대가 되며 전제정치가 민주정치로 되는 것 같이 개인의 힘으로 좌우치 못할 천연계의 법칙도 있으며 세계 대세의 법칙도 있는 것이다. 보통 말에 자연히 나고 자연히 죽고 자연히 크고 자연히 없어진다는 속담은 곧 이 필연적 자연을 직각(直覺)으로 발표하는 것이니 이 필연이란 의미의 자연은 사람성 자연에 대한 필연적 과정이 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이상에 말한 네 가지 자연이 곧 사람성 자연의 요소가 되는 것으로 이 네 가지가 합하여 사람성 자연의 법칙을 이루는 것이다 천연계의 자연은 사람성 자연의 외적 소재가 되고 심리상 자연은 내적 소재가 되며 합리상 자연은 그의 범주가 되고 필연적 자연은 그의 역사적 과정이 되어 나타난다. 이것을 일러 사람성 자연이라 한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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