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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동학학당

호모 쿠란스, 돌봄의 전환을 모색하다

-생명의 눈으로 보는 돌봄과 전환3-1

by 소걸음

[동학학당25-005] 생명의 눈으로 보는 돌봄과 전환 강좌 3-1에서 논의된 새로운 돌봄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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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좋은 돌봄과 한살림


2025년 1월부터 진행 중인 “생명의 눈으로 보는 돌봄과 전환” 강좌는, [호모 쿠란스 – 돌보는 인간이 온다]의 공저자들이 직접 강사로 참여하여 돌봄의 개념과 미래를 조망하는 자리다.


이 강좌는 단순히 돌봄을 개인적 차원의 행위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생태적 차원의 전환을 위한 핵심 요소로 돌봄을 탐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강의는 돌봄을 철학적 접근에서부터 실천적인 대안까지 탐색해 나간다. 지난 6일 열린 세 번째 강좌에서는 임채도가 “좋은 돌봄과 한살림”을 주제로 발표하며, 좋은 돌봄이란 무엇인지 개념적으로 정리하고, 협동조합을 기반으로 한 돌봄 모델이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


2. 돌봄의 공공화, 국가와 시장을 넘어


전통적으로 돌봄은 가족이나 개인의 몫으로 여겨졌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돌봄의 필요성이 증가하며 국가와 시장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러나 국가 돌봄은 지나치게 관료화되어 탄력적인 대응이 어렵고, 시장 중심의 돌봄은 결국 경제적 논리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좌우되는 문제가 있다.


임채도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협동조합 기반의 돌봄”, 즉 “다원적 돌봄 협동체계”를 제시했다. 협동조합 돌봄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 돌봄을 수행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대등한 관계 속에서 서로를 돌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국가나 시장이 돌볼 수 없는 사각지대가 반드시 존재합니다. 장애인 돌봄, 이주 노동자 돌봄, 농촌 지역 돌봄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영역에서 협동조합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한국의 생협(생활협동조합)들이 돌봄 활동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협은 기존의 친환경 농산물 유통을 넘어, 돌봄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실천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3. 한살림 돌봄, 새로운 돌봄 모델의 가능성


이날 강의에서 주요하게 다루어진 사례가 바로 ‘한살림 돌봄’이다. 한살림은 국내 최대 생활협동조합 중 하나로, 약 175만 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조직이다. 초기에는 친환경 먹거리 운동을 중심으로 활동했지만, 최근에는 ‘모심과 살림’이라는 생명철학을 바탕으로 돌봄 활동까지 확장하고 있다.


한살림이 추진하는 돌봄 모델은 단순한 복지서비스가 아니다. 임채도는 ‘아산형 돌봄 모델’을 예로 들며, 돌봄이 지역 사회 내 다양한 주체들과 협력하여 운영될 때 더욱 지속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산형 돌봄 모델에서는 아동, 청년, 장년, 노년층이 함께 참여해 먹거리, 에너지, 주거, 교육, 일자리 등을 포괄하는 공동체 기반의 통합 돌봄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한살림의 생산자 조직과 소비자 조직이 협력하여, 농업과 돌봄을 결합한 ‘치유농업’, ‘지역사회 통합 돌봄’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돌봄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돌봄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회복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4. 좋은 돌봄을 위한 과제


강의 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는 한살림의 돌봄 모델이 국가 돌봄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임채도는 국가 돌봄이 갖는 한계를 지적하며, 한살림 돌봄이 “수혜자와 제공자의 이분법을 넘어, 돌봄을 주고받는 관계 자체를 평등한 것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살림이 단순히 사업적으로 돌봄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돌봄의 공공성과 민주성을 확립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 돌봄이 법과 제도에 의해 운영되는 반면, 한살림 돌봄은 조합원들이 직접 참여하고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 차별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는 점도 인정했다. 아직까지 한살림 내부에서도 돌봄 사업의 규모는 작고, 조합원 참여율도 낮다. 또한 도시와 농촌, 지역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돌봄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도전 과제다.


5. ‘호모 쿠란스’ – 돌봄을 실천하는 인간의 시대>


강의를 마무리하며 임채도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좋은 돌봄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책과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넘어, 돌봄을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호모 쿠란스’는 바로 그런 인간상을 의미합니다.”


이날 강의는 돌봄이 단순한 복지 서비스가 아니라,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 회복의 핵심 요소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돌봄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보다 나은 사회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 강좌의 출발점이 된 책 [호모 쿠란스 – 돌보는 인간이 온다]를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은 돌봄을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동시에, 현실적인 돌봄 실천 방안을 제시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깊이 있게 제시하고 있다. 이제 돌봄을 논하는 시대를 넘어, 돌봄을 실천하는 시대, ‘호모 쿠란스’의 시대가 왔다.


6. 앞으로 일정


이번 강좌는 총 8회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후 일정은 다음과 같다.


4-1강 : 마을 돌봄을 위한 유쾌한 상상 (3월 13일)

4-2강 : 4km 돌봄: 내일도 누군가와 또 누군가에게 기대어 살 수 있기를 (3월 13일)

5-1강 : 연결된 사회에서의 돌봄의 마음과 실천 (3월 20일)

5-2강 : 돌봄 정치: 공동의 돌봄에 의한 돌봄을 위한 돌봄 정치가 온 길, 나아갈 길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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