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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an 17. 2018

제3장 사회질병설(1)

다시 읽는 신인철학 55

<신인철학> 연재 (야뢰 이돈화 지음)

제1편 우주관 

제2편 인생관 

제3편 사회관 

     제1장 사회진화사상

     제2장 사람성 자연의 사회진화관 

* 이상 지난 54차까지 연재분)




제3장 사회질병론


"나에게 영부를 받아(受我靈符) 사람(사회)를 질병에서부터 건지라(濟人疾病)."

"아동방(我東方)의 연년괴질(年年怪疾), 인물상해(人物傷害) 아닐런가."

"온세상(一天下)의 괴질운수(怪疾運數) 다시 개벽(開闢)아닐런가"  (용담유사 중에서)


이것은 수운이 천도를  창조한 동기이다. 이른바 질병이란 것은 이를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개인의 정신적 결함을 이른 말이요 하나는 사회의 암흑 면을 가리키는 말이다. 온 세상의 괴질이란 것은 곧 사회상의 혼돈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제 사회상의 암흑면을 다른 방향으로서 예를 들어 수운주의의 질병론에 비교하여 보고자 한다.     


1. 범죄학상으로 본 사회질병

사회에는 어느 시대에든지 범죄자가 많이 생긴다. 범죄의 범위는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다. 어느 사회에 있어 특정한 표준(법률) 아래서 소위 범죄라하는 것과 또 어느 사회의 특정한 도덕 아래서 도덕상 범죄라는 것이 있다. 이렇게 범죄의 형식을 가정하고 보면 범죄는 실로 광대한 구역을 점령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이러한 범죄의 가부를 널리 논할 수 없고 오늘날 사회제도 아래서 오늘날 법률이 인정하는 파렴치한 범죄라는 것이 어째서 생기는가를 적어 보기 위하여 우리는 먼저 롱부로소의 범죄설 일단을 소개하려 한다.

  

이태리의 롱부로소(롬보로조, Cesare Lombroso, 1836-1909)의 범죄인류학은 범죄학 전체 발달에 대하여 다대한 공헌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으니 그중에도 범죄책임론의 타파가 그것이다. 범죄학의 종래 통설상으로 보면 범죄자는 자기의 범죄행위에 대하여 절대 책임이 있는 자라 하였고, 따라서 그 범죄행위의 대가[報酬]로 당연히 형벌을 받아야 옳다 하였고 그리하여 범죄사실을 구출하는 방법도 또한 형벌보다 유효한 방법이 없다 하였다. 


이제 이 범죄책임론에 대하여 롬보로조의 범죄인류학은 파리에 폭탄을 던진 자인데 그는 범죄자는 자기의 자유의지로서 범죄하는 것이 아니요 그들은 대개가 선천적으로 불구의 두개골을 가지고 이 세상에 나왔다는 기발한 학설이다. 그러므로 범죄는 그 자유의사가 아니요 선천적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준엄한 형사재판관이라 할지라도 범죄자가 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기형(畸形)의 두개골을 보복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만약 그것이 되지 못할 일이라면 범죄자가 그 두개골 때문에 범죄하였다 하여 거기에 형벌의 보복을 가할 권리가 없다고 한 것이다. 

이것은 범죄를 선천적 결함에 돌려 보낸 것이어니와 또한 범죄는 후천적이라는 증거를 든 학자도 있다. '따니'라는 의학자는 파리심리협회에서 후천적 뇌수 손상에 기인한 범죄를 들어 말한 바 있는데 일례로 다음의 사실을 소개한다.

  

이탈리아 모데루 양육원에 어떤 이상한 범죄성의 광인(狂人)이 수용되었다. 그는 처음에 기와를 만드는 장인[煉瓦工匠]으로 성격이 극히 근면하고 신의가 있는 직공이었는데 어떤 날 공사장에서 연와가 낙하하여 그의 두개골을 파손한 일이 있었다. 그는 기절한 나머지 병원에 가서 수 개월의 치료를 받아 완치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 때문에 뇌전증[癲癎, 간질]에 걸렸다. 동시에 종래 근면하고 신의 있던 것이 게으르고[懶惰]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妨勉] 폭력배[暴漢]가 되고 말았다. 그리하여 그는 세상에서 보기 드문[稀世] 술꾼[大酒漢]으로 싸움꾼이 되어서 수차의 징역형을 받은 일이 있었다. 

그는 감옥에서 독방에 있었던 결과 심신상태는 더욱 교란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의 뇌전증[癲癎]은 더욱 심하게 되었다. 간수[典獄]는 하다하다 못해 그를 요양원[양육원]에 보내게 된 것이다. 요양원에는 알치리라는 유명한 박사가 있어 그를 진단한 결과 그의 뇌수에 두개골의 파편인 ‘가시’가 박혀 있는 것을 알아내었다. 즉 연와에 두개골을 상할 때에 파편의 ‘가시’가 뇌수에 박혀 있는 것을 그대로 치료하였다고 진단하였다. 그래서 박사는 그것을 빼내고 완치를 시켜 주었다. 그는 그 후로부터는 다시 전과 같이 근면하여졌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실화를 든다.


1909년 미국 시카고 신문에는 어떤 이상한 소년범죄의 실화가 실렸다. 이 소년은 평시에 도벽이 없던 자로서 한번 격렬한 뇌병(腦病)에 걸려 수술을 받은 후로부터 도벽이 생기기 시작하여 수 주간에 140건의 절도를 하였다는 것이다.


요컨대 롬보로조 씨의 범죄학의 특징은 범죄의 원인을 다만 범죄자의 내재적, 심리적 상태에 귀착케 한 것인데 일면으로 범죄자의 자유의지를 부인하는 동시에 일면으로 사회적 책임을 버려두고[閑却] 말았다. 그러므로 롬보로조의 범죄학은 사회의 특권계급에 대하여는 그보다 더 고마운 일이 없을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범죄는 선천적 또는 후천적 뇌수병적 상태에 불과한 것이므로 사회는 범죄의 책임을 지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사회를 지배하는 권력계급에게는 또한 범죄의 책임이 없어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추여투리라는 학자는 범죄의 원인을 세 가지로 나누어 말하였는데 인류학적 원인, 풍토적 원인, 사회적 원인이 그것이다. 이상 세 가지 원인 중에 인류학적 원인은 위에 말한 롬보로조 씨의 학설과 다를 것이 없다 할 수 있으나 풍토적 원인이라는 것은 기후, 풍토와 같은 천연의 조건이 범죄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칼리빨디가 일찍이 남미의 큰 벌판[大原]에서 강풍이 불 때마다 그의 부하가 갑자기 감적증[疳癪症, 갑자기 화를 참지 못함]에 걸려 난폭한 행사를 한 일이 있는 것도 한 증거이며, 뿌여루데가 지적한 바와 같이 고지의 사람은 대개가 쾌활하나 저지(低地)의 사람은 느리고 둔하다[遲鈍] 것도 한 참고거리며 보통으로 말하면 일반적으로 재산에 관한 범죄는 겨울에 많고 색정(色情)에 관한 범죄는 봄여름[春夏]에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풍토적 원인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원인도 포함되어 있으니 재산에 관한 범죄가 동계에 많은 것은 풍토적 조건이 아니요 사회적 조건이라 볼 수 있다. 인류학적 원인이든지 풍토적 원인이든지 한 가지로 범죄의 원인됨에는 다소(多少)의 관계가 있다고 말할 수가 있으나 그러나 이를 사회적 조건에 비한다면 비교적 소수라 단언치 아니 할 수 없다. 


금일 문명국에서 생기는 범죄의 대부분은 경제적 조건에 원인한 것이 사실인데 후여후니는 이 사실을 들어 "사람의 심신에 대하여 굶주림보다 뛰어나는 해물(害物)은 없다. 기아는 모든 비인정적, 반사회적 원인이 된다. 기아가 이르는 곳에는 사랑이라든지 인정이라는 것이 일절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만다" 하였다. 

사실로 금일 소위 문명국에서 생기는 범죄의 대부분은 사회적 조건이 그의 주요한 원인이 된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상식으로 판단할만 한데 사회현상의 결함도 이로 인하여 넉넉히 알 수 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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