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걸음 Jan 31. 2018

개벽 방식과 삼대개벽 (1)

다시 읽는 신인철학 63

야뢰 이돈화 지음 | https://goo.gl/vKaRhD (이돈화) 


제4편 개벽사상

                                                                                                                                                                            

제1장 종교적 사상과 금불문고불문(今不聞古不聞) (이상 지난호)


제2장 개벽 방식과 삼대개벽


1. 개벽 방식

  

인류가 오늘날까지 살아온 비열잔인(卑劣殘忍)한 상태로부터 일층 우수한 사회생활을 이상으로 삼기는 결코 오늘날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다. 적어도 플라톤은 옛적에 이미 이상향(理想鄕)의 추형(雛形)을 후계자에게 보여 주었다. 그리하여 이러한 이상의 빛에 비추어 가지고 세계를 명상하는 자는 누구든지 그 구하는 바가 지력(知力)이든지 예술이든지 단순한 행복이든지 장차 이러한 것을 병합할 것이든지, 인간이 한갓 가지고 있는 모든 해악에 깊은 비애를 느끼지 아니치 못할 것이다. 


만일 자기가 굳센 활력이 있는 사람일 것 같으면 그 창조적 열망을 고무하는 선(善)의 실현에 대하여 많은 사람을 인도하고자 하는 욕구에 감격(感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니 자고로 모든 사회개조, 모든 혁신자 등을 움직이게 한 제일의 힘은 이 욕구에서 발원한 것이다. 이 점은 고금이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근저에 있어서 사회지도자급의 새로이 깨달은 바는 다만 학자적인 고독한 사상가의 희망만을 품는 데 있지 아니하고 나아가 힘있는 대중운동을 조직적 방식에 의하여 일으키려는 점에서 새로운 기록을 보게 되고 새로운 광명에 접촉할수 있게 되었다.

  

원래 대다수의 남녀는 평생에 자신의 경우 또는 사회상태를 전체로 연구 혹은 비판치 못하고 한평생을 지나간다. 저들은 우연히 사회의 한 모퉁이에 나서 당면한 필요 이외의 사실에는 아무러한 사색도 하지 못하고 그날 그날을 지낼 뿐이다. 저들은 거친 짐승[野獸]과 같이 자못 본능적으로 순간순간의 필요한 만족을 구할 뿐이요 깊이 장래를 생각하는 바도 없으며 충분한 노력만 있으면 생활의 전조건을 혁신할 수 있으리라는 관념까지도 결핍되어 있다. 


다음 일부의 사람들은 개인적 야심(野心)에 몰려 홀로 자신을 사회의 상류에 나아가게 하는 데 필요한 사상과 의지적 노력을 행할 뿐이고 자신의 구하는 바 이익을 참되게 만인에게 주고자 하는 자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생활을 끊어 버리고 일반 무수한 재해(災害)를 간과하지 못하는 양심에의 사랑을 가진 사람은 극히 드믄 예외의 인물이다. 


이렇게 드믄 예외의 인물들은 최초는 사상에서, 다음은 실행에서 어떤 도피(逃避)의 도(道), 즉 인생을 일층 유복케 하며 현재보다 일층 희열케 할 만한 사회의 신제도를 구하여 보았을 것이나 종래로 그러한 사람은 대개가 부정의 희생자가 되고 말았다.

  

대부분의 불행한 인간은 무지우매(無知愚昧)하며 극도의 노고, 곤핍(困乏)에서 우둔에 빠지며 권력 소유자에게 즉시 처벌되리라는 초미의 위험에서 겁증병자(怯憎病者)가 되며 또한 그 타락으로 생기는 자존(自尊)의 결핍으로 말미암아 도덕적으로 불신실(不信實)한 자가 되었다. 이러한 계급에서 일반의 개선을 구하는 자각적 신중한 노력을 일으킨다는 것은 일종의 헛된 노력[徒勞]과 같이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과거에는 일반이 다 그러하였다. 그러나 근세에 와서 세계의 사정은 교육의 보급, 임금 취득자의 쾌락표준(快樂標準)의 향상에 의하여 종전보다도 근본적 개조의 요구에 일층 적합한 신상태를 지어 내게 되었다.

  

이상적 세계 건설의 요구자로 부정의 희생을 당한 자는 그 예가 드문 중에 우리나라에 이러한 인물을 구하고자 하면 누구든지 수운을 들어 말하지 아니치 못할 것이다. 수운은 위대한 이상주의자인 동시에 엄정한 현실주의자이었다. 그의 ‘광제창생(廣濟蒼生)’ '지상신선(地上神仙)’ '후천개벽後天開闢’ 등의 사상은 세계를 대상으로 한 최후의 신이상주의였다. 


그는 이 현실을 구제하고 이 이상을 세계에 선전宣傳하기 위하여 우선 이상(理想), 철학, 종교적 신념으로 근거를 세우고자 노력하여 그의 주의로 인내천을 창조하였다. 그리하여 민중의 세력을 인내천의하에 집중시키기로 노력하였다. 


그러나 민심, 더욱이 당시의 조선왕조의 민심은 그의 이상과 대조하여 너무도 정도가 유치하였다. 수운은 노심(勞心)은 이곳에 있었다. 장래를 위하여 자유 인생의 신근본의 원리를 세워 만대자손에게 신인생관의 세례를 주고자 하는 그의 이상과, 또는 보국안민으로 현실을 타개코자 하면 당시 우매한 민중과 직접 악수하지 않고서는 안 될 사실에 당면한 것이 그것이다. 


그리하여 수운은 최후로 이러한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이상주의는 표어로써 후세에 전하도록 하고 현실 실행에 있어서는 평이한 노래 속에 위대한 이상을 포함시켜 당시 인심을 끌고 나아가 신종교적 신념을 붙여 민중을 규합코자 하였다. 그래서 수운은 동경 사편(東經四編; 포덕문, 논학문, 수덕문, 불연기연)과 가사팔편(歌詞八編; 용담, 교훈, 안심, 권학, 몽중노소문답가, 도수, 도덕, 흥비)과 그 밖의 간단한 표어를 지었다. (원래 수운의 저술과 전설은 수운이 대구 단두대에서 참형을 당한 후에 대개 불속에 소실하였으므로 지금 남아 있는 것만을 들어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운은 스스로 이내 도의 심원한 원리는 후세 사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가사팔편은 순전한 우리말로 발표한 것인데 이 글이 당시 민중의 마음을 끄는데 저대(著大)한 효력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의 조선의 문화 형편은 어떠하였던가? 만약 당시의 지식인[士人]으로서 소위 언문 편지를 하였다면 두말 할 것 없이 절교하던 시대이다. 이렇게 자국의 문자를 비열히 알던 완고무치(頑固無恥)한 사회에서 수운 홀로 그 예를 타파하였다. 


더구나 그는 당시 유명한 산림공(山林公) 최옥의 아들로 소위 조선양반의 후예로 기탄없이 언문가사(諺文歌詞) 팔편을 지어 세상에 편 것은 무엇보다도 제일 무식한 당시의 농민대중과 악수하려는, 지극히 간절[至切]한 생각과 지극히 깊은[至深] 자애심에서 나온 것이다. 


수운의 생각한 바는 그 당시의 소위 상류계급이라는 것은 이미 죽은 송장과 같이 아무 인류의 혼이 없는 자들이므로 글들의 시시비비는 수운이 조금도 기탄한 바가 아니요 오직 난 그대로 있는 농민층과 악수하지 않으면 현실문제인 ‘보국안민’의 방침을 세우지 못하리라는 지극한 정성[至誠]에서 나온 것이다. 이제 수운주의의 이상과 계획을 발표하면 아래와 같다.


수운주의


사상  -- 종지 -- 인내천 -- 원리상 인내천 : (1)인내천의 세계관 (2)인내천의 인생관  (3)인내천의 우주관   

                                     -- 응용상 인내천 : (1) 사람성 자연의 역사 (2) 사람성 자연의 신윤리 신제도


          -- 강령 -- 성신쌍전 -- 인간격 중심의 정신해방 및 건설

                                         -- 인간격 중심의 제도해방 및 건설 


          -- 목적 -- 지상천국 : 정신개벽, 민족개벽, 사회개벽, 지상천국

                       

신념  ------------ 인간격 중심의 신념

         ------------ 후천개벽의 신념  


역량 ------------ 종자사람으로서의 역량

        ------------ 성미로서의 역량

        ------------ 조직체로서의 역량

        ------------ 운용으로서의 역량  


이상을 요약하면 주의에는 사상/신념/역량 세 가지 요소가 있고 사상에는 종지/강령/목적이 있는데 종지의 원리상 인내천이란 것은 수운주의 사상의 본체론이 되었고 응용상 인내천이란 것은 현실활용을 말한 것이요 목적은 현실과 사상을 합한 것인데 정신개조를 말하며, 민족개벽 사회개벽은 현실개조를 말한다. 그리하여 지상천국은 그의 사상주의에 속한 것이다. 


다음 신념에 있어 인간격 중심의 신념이란 것은 우주생활의 최고이상을 말하고, 후천개벽은 현실개조의 신념을 말하며 끝의 역량이란 것은 이상의 사상과 신념을 가진 우리가 동귀일체(同歸一體)의 목적하에 단체적 실력을 기르는 것을 말한다. 


이제 수운주의 사상에 대해서는 전편에 개술하였으므로 이 장에서는 본편의 중심이 되는 삼대개벽에 대하여 서술코저 한다. 그러나 본장은 현실문제이니만치 여러 가지로 꺼리는 바가 없지 아니하여 간단 또는 조박(粗薄)한 점이 없지 아니함은 독자와 한가지로 유감되는 바이다.    


(다음에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종교적 사상과 금불문 고불문(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