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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Feb 03. 2018

생명이란 무엇인가?(1)

빅 히스토리 읽기 (4)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역사가 시작되기 전에도 지구의 역사는 있어 왔고, 지구의 역사 이전부터 생명의 거대사는 존재해 왔다. 


생명이란 대체 무엇인가? 


끊임없이 생명의 존귀함을 외쳐대면서도 정작 생명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반생명적 행위를 일삼으며 ‘생명의 역설’에 빠져 있는 인간은 대체 누구인가? 


인간이면서도 인간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거나, 너무 잘못 알고 있거나, 상당히 알고 있다고 착각하며 만고에 다시없는 역설 속에 살게 된 것은 생명에 대한 가장 낮은 단계의 불완전한 인식, 즉 ‘표상지(表象知)’에 기인하는 것이다. 


“인간의 모든 지식 중에서 가장 유용하고도 진보되지 않은 것은 인간에 관한 지식”*이라고 한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의 말에 필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생명에 대한 정의 문제는 생명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하는 인식론적 문제와 직결된다. 

*J. J. Rousseau, A Discourse on Inequality , trans. Maurice Cranston(Loncon: Penguin Books Ltd., 1984), p.67: “The most useful and the least developed of all the sciences seems to me to be that of man.”


데이비드 크리스천은 생명을 ‘살아있는’ 모든 생물로 인식하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주요 특징을 물질대사(metabolism), 항상성(homeostasis), 생식(reproduction), 적응(adaptation)의 네 가지로 설명한다. 물질대사는 세포가 스스로를 유지하고 존속시키기 위해 외부로부터 에너지와 물질을 흡수하는것이다. 항상성은 물질대사를 통해 얻은 에너지와 물질을 활용하여 환경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다. 생식은 개체가 자기 자신과 똑같은 복제본을 만드는 것이다. 적응은 종이 변화하며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다.[데이비드 크리스천·밥 베인 지음, 조지형 옮김,『 빅 히스토리』(서울: 북하우스 퍼블리셔스, 2013), 196-199쪽] 크리스천이 인식한 생명, 즉 ‘살아있는’ 모든 생물은 ‘물질적인 몸’ 그 자체다.


그러나 우주의 본질인 생명은 심리적·물리적 통합체일 뿐만 아니라 신적·영적 통합체이므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통합적 비전(integral vision)이 요망된다. 


생명에 대한 인식은 앎의 단계 또는 앎의 양태와 조응한다. 예컨대, 우리의 앎이 ‘몸’ 단계에 머물러 있으면 생명은 물질적인 몸 그 자체다. 앎이 ‘영’ 단계에 머물러 있으면 생명은 육(肉)인 동시에 영(靈)이다. 

생명의 전일성에 대한 몰이해는 ‘근본적인 이원주의(theprimary dualism)’, 즉 현상적인 우주를 창조한 최초의 분리 행동, 우리 자신을 현상의 세계에 가둬 버린 최초의 분리 행동에 기인한다. 


“인식론적으로 그것은 인식자(the knower)를 인식 대상(the known)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이고, 존재론적으로 무한자(the Infinite)를 유한자(the finite)로부터 분리하는 것이고, 신학적으로 그것은 원죄(original sin)이며, 일반적으로 우리는 그것을 주체와 객체간의 가공의 분리(the illusory split between subject and object)라고 말할 수 있다”[(Ken Wilber, The Spectrum of Consciousness (Wheaton, Illinois: Quest Books, 1993, pp.96-97.] 


(중략)


이러한 근본적인 이원주의에서 야기된 ‘두 개의 절반(two halves)’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릴 수 있지만, 주체와 객체, 자아와 타자, 또는 단순히 유기체와 환경으로 압축될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이 이런 가공의 한계를 설정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이런 한계로부터 자유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이원주의가 환영(幻影)이 아니라 진짜라고 상상하는 순간, ‘의식의 스펙트럼(the spectrum of consciousness)’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 시대의 초개인심리학(transpersonal psychology) 분야의 대가이자 대표적 포스트모던 사상가인 켄 윌버(Ken Wilber)10는 의식의 스펙트럼의 진화에 대한 연구에서 여섯 개의 주요 의식 수준을 제시하며 의식 차원의 통섭에 기초한 통합 학문의 전망을 펼쳐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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