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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Feb 06. 2018

한국 개신교의 타자인식 (1)

- 이진구 지음, 모시는사람들 펴냄 

한국 기독교는 어떻게 

유일한 기독교유일한 종교, 유일한 세계관을 

지향해 왔는가



이 책은 개신교가 개항 이후 해방 이전까지 기독교 공간의 타자인 천주교․타교파․소종파와, 종교 공간의 타자인 유교․불교․민간신앙, 그리고 세속 공간의 타자인 과학․사회주의․진화론에 대해서 진짜기독교-가짜기독교, 참종교-거짓종교, 참세계관-거짓세계관의 이분법을 통해 이들 ‘타자’를 배제함으로써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굴지의 종단으로 자리매김하고, 나아가 유일한 기독교, 유일한 종교, 유일한 세계관이 되고자 하는 과정을 밝히고 있다.  

 

기독교, 지난 1세기 대한민국 최고의 '성공 상품'

한국 기독교, '진짜기독교' 프레임으로 천주교를 배제하다

지난 1세기 남짓한 한국사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집단은 단연코 기독교가 아닌가 한다. 국권이 부침을 겪고, 민중들이 숱한 고난에 처하여 생사를 넘나드는 가운데서 기독교는 때로는 민중들의 심신의 피난처요 구원처로, 때로는 불의한 권력의 지탱자요 왜곡된 사회구조의 최종 수혜자로 승승장구의 길을 걸어왔다. 


특히 한국의 자본주의 체제가 성장하고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민주화 사회로 진전하는 과정에서 기독교-개신교는 오늘날 한국사회 주류의 핵심부에 인적, 물적, 제도적 차원에서 동심일체의 관계를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종교사라는 프레임으로 한국 개신교의 역사를 들여다보기 위하여, 한국의 개항 이래로 타자를 인식하고 대하는 태도의 내용과 형식 그리고 역사를 살펴본다.  


한국 개신교, 타자를 배제하며 정체성을 옹립하다 


눈 달리고 귀 달린 사람은 누구나 보고 듣듯이, 오늘 한국사회에서 기독교는 심각한 자기부정의 위기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오늘의 기독교가 자리한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기독교의 지난 1세기의 역사를 종교학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그 결과는 기독교만이 아니라, 기독교를 주요 부분으로 하는 한국사회의 현재를 이해하고 전망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기독교는 한반도에 전래한 이래로 천주교라는 기독교 내부의 ‘타자’와 경쟁하면서 교세 확장을 시도해 왔다. 또한 유교, 불교, 천도교, 민간신앙 등 전통적인 ‘종교들’이라고 하는 기독교 외부 - 종교 내부의 타자를 주변화하고 공격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강화해 왔다. 같은 선상에서 근대 이후 세속세계의 성장과 더불어 과학과 사회주의 등의 ‘반종교 담론’의 도전에 직면한 기독교는 다양한 변주를 통해 이에 대항하면서 자기의 성을 견고하게 옹립해 나갔다.  

한국 기독교, '참종교' 프레임으로 타 종교를 배제하다 

개신교 내부의 진보 - 보수, 배타주의와 포괄주의 사이에서 


개신교 내부의 진보, 보수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의 편차는 있게 마련이지만, 기독교가 이러한 ‘타자들’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첫째로 타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비타협적 배타주의의 관점에서 ‘정복주의, 개종주의, 대체주의’로 나타난다. 둘째로 타자의 존재를 인정하되 불승인하는 포괄주의의 관점에서 ‘우월주의, 차등주의, 위계주의’로 나타난다. 셋째로 타자를 자기와 동등한 주체로 승인하는 다원주의의 관점에서는 ‘공존주의, 평행주의, 병존주의’로 나타난다. 이러한 태도 구분은 종교학을 기반으로 한 것이지만, 이 책에서는 ‘기독교내’ ‘기독교밖-종교내’ ‘종교밖-사상내’에 두루 적용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개신교 보수 진영의 타자인식과 태도는 대체로 ‘비타협적 배타주의’를 근간으로 부분적으로 포괄주의 관점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와 대비하여 개신교 진보 진영의 경우 포괄주의를 축으로 하면서 사안에 따라 배타주의와 다원주의를 가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기반으로 개신교의 보수 진영이 이들 타자에 대해 배타적 척결에 집중하였다면, 진보 진영은 위계적 통합의 논리를 보여준다. 


진짜기독교, 참종교, 참세계관 프레임으로 가짜, 거짓 '몰이'에 나서다 


개신교가 구체적으로 이들 세 ‘타자’들과 경쟁하고 갈등하고 대결하는 방식은 당연히 그 결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개신교는 ‘종교개혁’ 당시 개신교와 천주교의 정체성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천주교를 “개혁의 대상으로”, 전근대적이고 열등한 한국의 전통종교들은 “선교의 대상으로”, 그리고 기독교를 배경으로 하면서 ‘세속화’라는 로켓을 타고 ‘반기독교’ 전선의 선봉에 선 사회주의 등에 대해서는 “세례”를 통한 회심을 목표로 삼아 왔다. 


각각의 영역 내에서 ‘타자를 배제’하는 이러한 목표의 달성을 위하여 개신교가 활용한 무기로서 이 책의 저자는 기독교 내의 타자에 대해서는 ‘진짜기독교 – 가짜기독교’라는 프레임을, 종교 내의 타자에 대해서는 ‘참종교 – 거짓종교’라는 프레임을, 이데올로기 내의 타자에 대해서는 ‘참세계관 – 거짓세계관’이라는 프레임을 이분법적으로 적용하였다. 

한국 기독교, 참세계관 프레임으로 사회주의/과학/진화론을 배제하다

개신교, 한국사회의 유일한 기독교, 유일한 종교, 유일한 세계관을 탐하다 


자기가 없는 타자, 타자가 없는 자기는 불가능하다. 한국 기독교의 ‘타자인식의 태도와 역사’에 대하여 논구하는 것은 타자인식이 곧 자기인식을 수반하는 작업이며, 필수적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타자인식의 내용과 형식을 이해함으로써 한국 기독교의 교파 정체성, 종교 정체성, 이데올로기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다. 


기독교의 이러한 타자인식의 태도와 역사야말로 오늘날 기독교가 ‘유일한 기독교’ ‘유일한 종교’ ‘유일한 세계관’을 지향하면서 한국사회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나아가 그것이 결국은 자기치유와 자기정화의 기능과 능력마저 퇴화, 소멸시키는 길로 나아가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사회를 위해서도, 기독교 자신을 위해서도 이는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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