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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Feb 12. 2018

종이와 펜으로 모시는 스승님의 말씀 '천도교경전 필사'

최성희| 본지 편집위원 [개벽신문] 제71호, 2018년 1/2월 합병호



천도교청년회(회장 최은석)에서는 2017년에 ‘侍 모시는 시간 - 천도교경전 필사’책을 제작하였다. 첫 시도였고 부족함도 많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께서 구입해 주셨고, 이 책을 기반으로 한 경전필사대회도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책을 제작하고 경전필사대회까지 마치면서 느끼고 얻은 것이 참 많았다. 그 내용을 개벽신문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재작년 초, 청년회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가장 절실했던 것이 경전공부였다. 하지만 경전을 내 몸과 가까이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어쩌다가 경전을 펴면 그 어떤 책 읽기보다 집중도 안 되고 힘들었다. 그래도 천도교청년회에서 일하고, 천도교를 신앙으로 삼으려면 경전 속 스승님들의 말씀을 공부하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는 믿음만큼은 가지고 있었다. 당시 광화문 교보문고에는 필사책 특별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문득 경전을 필사해 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청년회에서 이 생각을 공유했고, 회의를 통해 청년회가 5년째 진행해오고 있는 한울스피치대회에 경전필사대회를 새로이 기획하게 되었다. 

 

2016년에 한 경전필사대회는 그 어떤 형식도, 분량도 없었다. 자유롭게 필사하고 제출하는 형식의 대회였다. 당시에는 ‘필사’라고 이야기하면 어떻게 하는지 모르시는 동덕님이 많았다. 당장 붓을 들어야 하느냐고 막연하게 생각하시기도 했다. ‘경전필사’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지 홍보부터 시작했다. 다행히 정성으로 가득 찬 24개의 작품이 접수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작품이 접수되어 청년회는 기뻤다. 시상식도 잘 진행하고, 부산과 서울에서 전시회도 했다. 큰 돌풍까지는 아니었지만, 잔잔하게 천도교에 ‘경전필사’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힘을 받은 청년회가 2017년에는 ‘侍 모시는 시간 - 천도교 경전 필사’책을 직접 제작하였다. 


경전 속 짤막한 문구들을 선정했고 선정된 문구마다 옆에 여백을 두어 따로 종이를 준비하지 않아도 필사를 할 수 있게 책을 기획했다. 문구를 선정하는 과정과 함께 디자인 회의도 진행했다. 디자이너는 아직 학생이지만 미래에는 훌륭한 프로 디자이너가 될 시흥교구 전여울 동덕이다. 전여울 동덕은 필사책 디자인에 “어릴 적부터 함께해 온 천도교의 따뜻함을 담고 싶다”고 말하며, “천도교에서 가장 감동한 것은 세상 만물을 평등하게 바라본다는 것인데, 그것으로부터 그 따뜻함이 비롯되었다”고 이야기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필사책 구성과 디자인을 참고하기 위해 함께 서점에 방문하여 필사책을 만들기 위한 조사도 했다. 그 과정에서 ‘두 청년’은 천도교경전 필사책에 더욱 큰 책임감과 애정이 생겼다. 

 

책을 기획하는 사람도, 디자이너도 처음이다 보니 예상보다 제작 기간이 길어졌다. 하지만 기어코 완성하여 홍보를 시작했다. 1~2권 주문하는 사람들보다 5~10권씩 대량 주문이 많았다. 교구에서 2~30권씩 주문하기도 했다. 나 한 사람만 필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소중한 사람과 함께 경전필사를 하고 싶은 동덕님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제7회 한울스피치대회 경전필사대회 홍보도 시작했다. 본 필사책을 전부 필사해서 제출하면 되는 대회였다.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경전필사 작품 접수가 마감되었다. 무려 73권의 작품이 접수되었다. 접수하면서 동시에 소감문을 읽었다. 접수되는 모든 작품에 어찌나 정성과 공경, 믿음이 가득하던지, 한창 작품이 접수되던 일주일 내내 청년회실은 경외지심으로 가득 찼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서울교구 시일학교 동덕님들의 작품과 대구시교구 윤영랑 동덕님의 작품이었다. 

 

서울교구 시일학교에서는 초등학생, 중학생 동덕님들이 모여 매주 필사 쓰기를 함께한 듯 했다. 처음에는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고 팔만 아프던 필사가 서로 경쟁도 붙고 하다 보니 성취감이 생겨 뿌듯하고 재미있었다는 소감이 대부분이었다. 경전에 대한 자신감과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 일부는 암송도 했다고 한다. 다른 친구들은 얼마나 많이 필사했나 궁금해서 시일마다 교구에 콩콩! 콩콩! 뛰어갔다고 한다. 필사하면서 가장 마음에 와닿은 구절을 소감문에 적기도 했다. 어린 한울님들의 마음이 너무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대구시교구 윤영랑 동덕님께서는 소감문에 85세라고 적으셨다. 평안남도에서 태어났고, 오빠는 대학을 갔지만, 여자는 시집가서 아기만 잘 낳으면 된다고 하여 학교 문턱도 밟지 못했다고 하셨다. 13살 때 일본놈이 도망가고, 18살 때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당시 기독교인이었던 동덕님께선 27살에 천도교인을 처음 만나셨다고 한다. 필사하고 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적으셨다.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 되었을 수도 있는데, 서툴러 보이는 글씨체로 모든 필사 본문을 꼭꼭 눌러쓰신 듯했다. 85세의 나이에도 배움과 도전을 게을리 하지 않으시는 모습이 상상되어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이 외에도 73개의 모든 작품이 하나하나 감동이었다. 책 뒤쪽에는 4페이지 정도의 간단한 컬러링 코너도 있었는데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정성을 다해 해주신 분들이 많았다. 모두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청년회만 이 작품들을 보는 것이 참 아쉬워, 대교당에 경전필사대회 작품전시를 진행했다. 더 많은 동덕님들께 감동이 전달되었길 바랄 뿐이다. 그 감동으로 더 많은 동덕님들이 필사를 해보시고 천도교에 새로운 수행 문화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이번 사업으로 많이 배우고 얻은 건 또 청년회였지만, 필사를 하신 분들은 이런 기회를 준 청년회에 고맙다고 하셨다. 직접 감사 인사를 하시고 칭찬도 참 많이 해주셨다. 대회에 작품을 제출하신 분 말고도 더 많은 분이 필사를 하셨을 것이다. 지루할 수도 있고 쉽지만은 않은 필사이지만, 다시 한 번 스승님들의 말씀을 마음속에 새겨 넣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 동덕님들의 정성과 마음이 청년회에까지 흘러와 가득 찬 듯했다. 앞으로 이 마음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넘치고 끊임없이 샘솟는 그날이 진정한 대도중흥을 이루는 날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필사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응원과 충고를 아끼지 않으셨던 필사책의 자문위원이신 김혁태 상주선도사님과 김호성 교화관장님께 진심을 담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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