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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Feb 19. 2018

도의 존재가치

다시 읽는 신인철학 - 70

야뢰 이돈화 지음, [신인철학] 연재 | https://goo.gl/vKaRhD (이돈화) 


[제1편 우주관 / 제2편 인생관 / 제3편 사회관 / 제4편 개벽사상] (이상 지난호) 


제5편 도덕관 

                                                                                                                                                         

제1장 도의 존재가치

 

도의 존재가치는 즉 만유의 존재가치를 말하며 만유의 존재가치는 곧 천도(天道)에 의하여 평정할 것이므로 도의 가치를 알고자 하면 우리는 먼저 만유의 존재가치의 근원을 찾아보아야 한다. 만유의 존재가치를 찾는 방법은 두 가지 이론을 세울 수 있으니 하나는 개체에서요, 하나는 개체가 붙어 있는 종속(種屬), 즉 전체에서 찾아보는 방법이다.

  

여기에 개미 한 마리가 있다 하자. 그리고 개미 한 마리의 존재가치가 무엇인가 찾아보자. 그는 조그마한 벌레다. 그는 사람의 발, 물방울, 불꽃 어떠한 데에도 저항할 힘이 없다. 그는 왜 태어났나, 왜 죽는가, 났으니 사는 의미가 무엇인가, 저와 우주와의 관계가 무엇인가, 이러한 모든 의문을 부친 때에 그에게서 하등의 존재가치를 발견할 이유가 없다. 


개미 한 마리만 그런 것이 아니요 천지만유가 다 그러하다.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 사람의 한 개체도 또한 그러하다. 사람을 개체 개체로 따로 떼어 놓고 이것이 무엇이냐 하는 존재가치를 찾아본다면 실로 한심한 문제가 된다. 배 속에서 낙태한 생명, 소년 청춘에 요절한 생명, 미균(黴菌)에게 병사한 생명, 사회의 한 모퉁이에서 나날이 죽어가는 생명, 그는 무엇하러 났다가 무엇하러 죽는가, 그 존재 의미는 무엇일까 할 때에 우리는 이렇다 할 설명을 들을 수 없다. 이것은 만유를 개체로 떼어 놓고 볼 때에 하는 말이다. 그러나 개체와 그 개체가 붙어사는 종속을 연결하여 생각할 때에는 의미가 훨씬 달라진다.


옛말[古談]에 맹인평상(盲人評象; 맹인이 코끼리 모양을 이야기함)이라는 말이 있거니와, 진리를 부분적 개체로 평한다는 것은 맹인이 코끼리를 평하는 오류에 빠지고 만다. 맹인이 집 전체를 보지 못하고 기둥 하나를 가지고 그의 존재가치를 평하려고 하면 그 역시 맹자평상(盲者評象)의 오견(誤見)을 가지게 된다. 기둥 하나의 존재가치를 알고자 하면 먼저 집 전체의 존재 필요를 생각해야 한다. 집 전체의 존재 필요를 생각할 때에 처음으로 기둥이나 기타의 부분적 존재의 가치를 알아낼 수 있다. 즉 기둥이 가옥의 구성요건에 의하여 존재한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만유개체의 존재가치를 찾아볼 때에도 역시 이 방식이 아니고는 그를 음미할 수 없다. 개미 한 마리는 그 한 마리로서는 아무 존재가치를 알아낼수 없으나 개미가 소속되어 있는 개미의 전 종속을 생각해 볼 때에 처음으로 그 개체는 그 전체를 위하여 있다는 것을 넉넉히 알 수 있다. 개체는 오직 전체를 위해서만 존재가치가 있다는 것을 동시에 알 수 있다. 전체를 떠난 개체라는 것은 언어도단(言語道斷)에 속하는 것이다. 개체는 오직 종속으로서 존재가치가 있다. 개미 한 마리는 없앨 수 있으나 개미 전체는 어떠한 힘으로든지 없앨 수 없다. 고기 한 마리는 잡을 수 있으나 고기 종속 전체는 없앨 수 없다. 이 역시개체는 종속을 위하여 존재가치를 가지고 있는 까닭이다. 기둥은 가옥을 위해서만 존재가치가 있는 것과 동일한 이유이다. 


그러기에 개체는 오직 두가지 본능을 가지고 있으니 하나는 개체를 살리는 식(食)의 본능, 하나는 종속(種屬)을 영생케 하는 성(性)의 본능이다. 이것은 동물의 특징이다. 그리하여 식의 본능은 어떤 의미에서 종속을 살리는 생식본능에 부속된 본능인 것처럼 되어 있는 동물도 있다. 거미의 어떤 종류는 새끼를 한번 치고 그 직후에 새끼에게 잡혀 먹히는 거미도 있다. 오직 새끼를 치기 위하여 존재하였다가 그 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곧 죽어버리는 행위다. 개체보다 종속 그것이 존재가치에서 강하다는 것을 표시하는 행위다. 


개체는 우연의 죽음이 있으나 종속은 우연의 죽음이 없다. 물론 종속 중에도 종속 전체가 사멸한 일도 있으나 그러나 그는 우연의 사멸이 아니요, 종속 전체에 속한 이 부분의 부자연적 현상이다. 만일 종속의 영생을 인정치 않는다면 우주 전체의 일원적 진화는 찾아낼 길이 없는 것이다. 


그러면 종속의 존재가치는 어디서 찾을까? 그것은 종속과 종속을 있게 한 원인 종속에서 찾을 수 있다. 말하자면 일종속(一種屬)의 존재가치는 원인 종속에서 찾을 수 있고 원인 종속의 존재가치는 그보다 이상의 원인 종속에서 찾을 수 있다. 저것이 있음으로 이것이 있고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나아가 이것과 저것의 합일한 존재가치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이것은 ‘한울(대아:大我) 전체성(全體性)’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우주 전체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이 우주자연의 대도대덕(大道大德)이다. 수운은 이것을 이름하여 천도 즉 ‘한울’도(道)라 명명하였다. 그리하여 ‘부지명지소재(不知命之所在)어든 이묘연어수수(理杳然於授受)’라 하였다. 이것은 어떤 신(神)과 불(佛)의 수수관계(授受關係)에서 생긴 것이 아니오, 자연율법(自然律法)인 무위이화(無爲而化)의 관계에서 생긴 것이라 하였다. 


그러므로 도의 소재는 개체보다 종속에서 찾을 수 있고 그 종속을 내게 한 하나의 전체성에서 찾아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응용의 도리에 있어서도 그것을 개체를 중심으로 생각하지 말고 종속 전체의 관계를 생각할 때에 도의 가치가 나오는 것이다. 도는 전체에 있고 고립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적 생활을 잘 하는가 여부에서 도의 존재 여부를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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