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신인철학 - 73
[제1편 우주관 / 제2편 인생관 / 제3편 사회관 / 제4편 개벽사상]
제5편 도덕관
제1장 도의존재가치
제2장 자연의 도덕..............(이상지난호)
여기에 한 개의 생명이 지상에 떨어졌다 하자. 이 한 개의 생명을 생존케 하는 책임을 어떤 관계를 가진 한 개인에게 맡기는 것과 그렇지 않으면 사회 전체가 맡는 것 중 어느 편이 인도상으로 보아 가장 완전한 도덕이 될까 하는 문제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지금의 경우로 말하면 한 개의 생명이 땅에 떨어지는 날 그가 만약 생이지지(生而知之)의 지(知)가 있다 가정하고 전 세계를 돌아보아 나를 생존케하는 책임(유년과 노년에서 자생자도(自生自圖)치 못할 때의 책임)을 맡은 자가 몇 사람이나 될까 할 때 그는 실로 ‘낙지일성곡(落地一聲哭) 인간만종수(人間萬種愁)’라 하는 원곡을 내지 않을 수 없다. 왜 그러냐 하면 이 전세계 많은 사람 중에 나를 도와줄 사람은 많다면 한 가족, 엄격한 의미로 인간은 다 부모, 두 사람, 더 극단으로 말하면 자모(慈母) 일 개인일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나머지 억만의 인간은 다 나와 관계가 없는 사람, 어떤 관계에서 나를 해(害)할 사람, 비방할 사람, 질투할 사람 모두 그러한 무리일 것이다.
그렇다면 한 개 생명의 만종수(萬種愁, 수많은 근심)는 이로부터 시작이 될 것이다. 그가 만일 부유한 가정에 태어났다면 모르나 (그 경우에도 억만인의 관계는 다를 것이 없지만) 천한백옥(天寒白屋)에 태어났다면 어려서 의식(衣食)의 걱정 교육을 받아야 할 걱정 늙어서 그 여생을 처치(處置)할 걱정 등이 직접으로 마음의 고통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경우에 모든 사람은 말하리라. "이것은 자연의 사정이다. 왜 그러냐 하면 사람도 한 개의 자연인 이상 이러한 사정을 면치 못할 운명에 처해 있는 까닭이라"고 하리라. "저 동물을 볼지라도 동물 일개체가 독립자존(獨立自存)할 때까지의 책임을 모성 한 개체가 맡고 있는 것을 본다면 진리는 이에 벗어날 길이 없다"고 하리라.
그러나 이것은 동물의 경우와 사람의 경우를 전혀 혼동해 보는 오류이다. 동물의 경우와 사람의 경우는 그 조건이 근본부터 다르다. 동물은 나면서 그 본능의 발육을 얻는 데 반하여 인간은 어느 정도까지 발육되는 기간이 동물이 비하여 심히 길며 동물은 배우지 아니하고도 살수 있으나 인간은 그 생활 방법을 일일이 배운 후가 아니면 살 수 없으며 동물은 사회적 조직을 무위적(無爲的)으로 하지만 반대로 사람은 그것을 의식적으로 하며 동물의 노동은 자연을 직접으로 취하는 반대로 인간의 노동은 자연을 간접으로 이용 생산하는 것 등이 다 동물의 경우와 천양(天壤)의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그 경우를 동물적으로 취급하지 말고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더욱 밀접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는 개인에 대한 자모(慈母)가 능치 못할 때에는 사회의 자모가 그것을 맡아야 한다. 사회가 그 한 개체의 생명을 맡을 만한 기능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경우는 개인의 자모는 있으나 사회의 자모는 없다. 지금의 사회에 있어서도 개인과 사회의 관계는 동물의 사회와 다르다. 국가공공단체, 자선단체라는 것이 있어 사회가 개인에 대해 책임을 지고자 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심히 미약한 관계이며 권력의 관계이며 한 편이 다른 편을 이용하는 관계이다. 결코 모자(母子)의 관계가 아니다.
만약 이상의 말과 같이 사회가 개인의 생존적 책임을 맡는다 하면 개인과 사회의 상호관계에서 개인이 사회에 대한 책임은 무엇일까? 그는 사회봉사적 노동이다. 정신과 육체에서 자기의 능한 노작(勞作)으로서 사회에 봉사 하는 것이다. 사회라는 어머니를 길러야 한다는 도덕률이다. 개인이 독립 자존할 때로부터 노작의 힘이 쇠할때까지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사회는 개인에 대하여 개인으로 독립 자존력이 없을 때에 그 개인의 생존에 절대 책임을 지고 개인은 사회에 대하여 그 독립 자존할 만한 노작으로 봉사하는 관계를 맺는 최선의 상호관계이다.
여하튼지 금일의 사회와 개인의 책임이 피차상소(彼此相疎)한 상태를 면치 못한 일종 기형(奇形)의 발달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회는 어디까지든지 이러한 의미의 사회에 있어서는 사회로서의 인간격을 보지(保持)할 수 없다. 이 기형적 사회로부터 일층 인간격으로 이루어진 유기적 사회가 되어야 한다. 마치 순(楯)의 양면과 같이 일면으로 보면 개인 즉 사회, 타일면으로 보면 사회 즉 개인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