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신인철학 - 72
[제1편 우주관 / 제2편 인생관 / 제3편 사회관 / 제4편 개벽사상]
제5편 도덕관
제1장 도의존재가치
제2장 자연의 도덕
1. 이질적 기화
2. 동질적 기화..............(이상지난호)
수운주의에서는 ‘한울’(자연계 생물계 인간사회)의 총체를 하나의 큰 나무의 성장에도 비유해 본다. 우주라는 큰 나무의 체계를 천문계(天文界), 식물계(植物界), 동물계(動物界), 인간계(人間界)로 나누어 보게 된다. 꽁트는 일찍이 고학의 분류를 6종으로 하여 그 순서를 쓰되 1에 천문계, 2에 물리, 3에 화학, 4에 생물계, 5에 사회학, 6에 윤리학으로 정하였다. 이상의 6과학 중에 각각 후에 있는 것은 전에 있는 것의 원인으로 발생하였다는 순서인데 말하자면 부자의 관계와 같은 논법이다. 천문학은 천체 및 그의 이법(理法)을 취급하는 학문으로 물리학을 포괄하였고, 화학은 또한 물리학에 포함되었으며, 그리하여 물리학은 질양, 원자 등을 취급하는 것으로 이를 자연사의 순서로 말하면 생명 발현 이전의 것이다.
나아가 생물학은 곧 새로 등장하는 생명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생명이라 하는 중에는 물론 심리학도 포함된 것이다. 그리고 사회학은 생명현상 중에서 비교적 뒤에 생긴 새로운 현상으로서 사회를 대상으로 한 것인데, 사회현상 중에는 다시 도덕적 관계인 윤리학이 주제가 될 것은 물론이다. 꽁트의 이 과학 분류법은 곧 우주의 발달순서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순서로 말할지라도 우주는 한 계통 아래서 자라난 자기 존재의 일대 생명체로서 자율적 진화법칙인 무위이화의 기화작용을 하고 있다.
한 나무가 그 스스로를 키우고자 하면 그 스스로의 생명력이 외계의 조절로 인하여 자라는 것과 같이 ‘한울’은 그 자체의 자율적 성장이 기화로 나타나는 곳에 한편에서 소극적 작용이 되고, 한편에서 적극적 작용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천문학상으로 말하면 파괴와 건설이 되는 것이며 물리학상으로는 거력(拒力)과 흡력(吸力)이 되는 것이요, 이 작용이 다시 자연계에 이르고 보면 한쪽으로 생존경쟁이 되고 한쪽으로는 상호부조로 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한울’ 전체의 본능으로 보면 생존경쟁과 상호부조는 기화의 양작용으로 말할 수 있으니 마치 우리 한 몸이 그 전체를 키우고자 하면 한쪽으로 배설작용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생존경쟁의 편으로 볼 수 있고 한쪽으로 섭취작용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상호부조의 편으로 볼 수 있다.
즉 ‘한울’은 ‘한울’ 자체를 키우기 위하여 ‘한울’ 전체의 각 부분에서 생존경쟁과 상호부조를 일으켜서 그 자체의 신진화작용을 만들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부분 각개를 부분적으로 떼어 놓고 볼 때에는 생존경쟁은 혹독한 참상과 같이 보이나 ‘한울’이라는 전적 작용으로 보면 이것이 전체를 키우기 위한 부득이한 수단일 것이므로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우선 쉬운 예로서 보자. 식물은 토양과 수분을 먹고야 산다. 이것도 일종의 생존경쟁이라면 생존경쟁이다. 그리하여 식물보다 고급인 동물을 먹고야 산다. 이것도 생존경쟁이다. 여기 와서는 경쟁이 현저해졌다. 최종으로 사람에게 와서는 식물과 동물 및 무기물의 일부까지도 자기의 몸에 적당한 것이면 영양으로 삼는다. 사람은 생존경쟁 중 가장 권위를 가졌다. 이편으로만 생각하면 우주는 일종의 수라장(修羅場)이다. 그러나 이것을 ‘한울’편으로 생각한다면 ‘한울’이 ‘한울’ 자체를 키우기 위한 ‘이천식천’의 교호작용(交互作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수운주의에서는 이것을 이질적 기화 ․ 동질적 기화라 이름하며 합해서 ‘이천식천’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천식천’은 조직이 저급한 ‘한울’의 한 부분이 조직이 비교적 고급인 한 부분에 흡수되어 ‘한울’자체를 키운다는 뜻이다.
만일 우리가 우주의 진화를 인정치 않는다면 모르되 우주가 조금이라도 진화성이 있다면 그 진화성의 표현 방법은 기화로서 나타나지 않을 수 없다. 기화는 이 물질과 저 물질이 서로 양극단의 힘으로서 한쪽으로 물리치는 거력 흡력이 정당한 우주 율법에 의하여 이질적 기화 동질적 기화로 갈라지게 되는 것이다. 동질적 기화가 없으면 동질의 종속을 키울 수 없고 이질적 기화가 없으면 이질의 종속과 종속이 연계되는 ‘한울’ 전체의 작용을 인도할 수 없다. 여기서 기화라는 말은 상호부조가 주가 되고 생존경쟁이 종이 된다는 원리에 돌아가고 만다.
‘한울’을 잘 키우는 방법은 생존경쟁 즉 이질적 기화를 무리(無理)로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요 상호부조, 즉 동질적 기화를 합리적으로 하는 데 있다. 그리하여 ‘한울’이 일층 고등조직을 가진 사람으로 개성화하게 되면 ‘한울’의 의식을 구체화한 인간 전체는 이질적 기화를 의식적으로 하게 되는 점에서 기화의 방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게 되는 것이다. 어떠한 종속이 이천식천에 적당하다고 인정하게 되면 일변(一邊)으로 그 종속을 먹게 되는 동시에 일변 그 종속을 보존 또는 성장케 하는 의식적 기화작용을 하게 되는 것이다. 목축(牧畜)의 발생 농업의 발생은 그에 원인한 것이다.
즉 사람은 한편으로 자연을 이용하게 되는 동시에 한편으로 자연을 보호하는 책임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 전체를 키울 수 없다. 사람 전체를 키우는 운동은 곧 ‘한울’ 전체를 키우는 운동이다. 나아가 사람은 자기들의 노작(勞作)에 의하여 생산 발달을 증진케 되었으며 그리하여 재생산 과정이 행하게 되었다. 현대공업은 이 점에 큰 힘을 가졌다. 재생산 과정은 의식적 노동력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데, 노동은 자연계의 ‘에네르기’를 사회에 수입케 하여 인간생활을 키우는 것인즉 여기서 인간계와 자연계의 기화작용이 의식적으로 생기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자연계에 있어 ‘한울’을 키우는 방법은 천연적 기화작용에 의할 뿐이나 인간계에 있어서의 기화작용은 이를 의식적 능력에 의하여 사람편에 유용하도록 힘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천지만유는 모두 기화로 살고 기화에서 커지는 것이다.
이것이 자연계의 도덕률이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도덕이다. 곧 천도천덕(天道天德)이다. 그러나 천도천덕은 자연계에서 밝아진 것이 아니요, 인간계에 와서 처음으로 대성(大成)이 되고 광명(光明)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