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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Mar 23. 2018

윤리도덕의 추상적 소질

다시 읽는 신인철학 - 74

야뢰 이돈화 지음, [신인철학] 연재 | https://goo.gl/vKaRhD (이돈화) 


[제1편 우주관 / 제2편 인생관 / 제3편 사회관 / 제4편 개벽사상]

제5편 도덕관

       제1장 도의존재가치

        제2장 자연의 도덕

         제3장 인간계의 도덕

              1.개인과 사회의 관한 도..............(이상지난호)      


2. 윤리도덕의 추상적 소질(素質)

 

① 윤리 도덕이 시대를 따라 변이(變易)되는 원인

  

도덕도 다른 모든 사물에 짝하여 생장(生長)하는 소질이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 동양에서는 도덕이라 하면 예로부터 우주의 본체 원리인 불생불멸의 경지를 상상하기 쉬웠으니 그 연고는 동양에서 도덕이라 하는 말이 생기기를 본래 '노자'에서 나왔고 노자의 도덕은 그 의미가 ‘유물혼성선천지생(有物混成先天地生)’이라 한 우주의 본체를 가르친 말이었으며 그리하여 그 본체는 기자연(起自然) 초윤리(超倫理)의 원래원체 (元體)를 연상케 하였으므로 도덕이라 하면 고원난행(高遠難行)의 것으로 알기 쉬웠고 또는 도인고사(道人高士)가 아니면 실행키 불능한 자로 알아왔다. 


따라서 도덕은 영겁(永劫)을 통하여 불변불이(不變不易)하는 어떤 추상적 본체라 단정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이른바 도덕 즉 본장(本章)에서 선정한 도덕이란 말은 그러한 초자연적 본체를 말함이 아니오 순전히 윤리 기자(其者)의 규범을 가르치는 것이다. 


따라서 도덕도 다른 윤리의 변천과 같이 무한히 변이(變易)되는 것임을 말해 둔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항용 말해온 삼강오륜(三綱五倫)의 도덕이라 할지라도 그의 개념의 내용이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알고 보면 가히 짐작할 수 있다.

  

② 도덕은 감별력(鑑別力)을 요하는 것이다


이상에서 말함과 같이 도덕은 시대를 따라 변천하는 것이므로 여기에 감별력(鑑別力)을 요하게 되는 것이다. 생활의 변천에 따라 그에 대한 관계를 조화시키는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 도덕은 즉 관계의 감별력이다. 부자(父子)는 관계 부부의 관계 등 가정의 행위로부터 사회단체 간에 이루어진 체재(體裁)의 관계 자본과 노동의 관계같은 경제관계에 이르기까지 그 관계를 조화하는 감별력의 행위가 곧 도덕력이 되는 것이니 그러므로 도덕에는 항시 감별력이 짝하여 나가야 한다. 


여기에 따라 생각되는 것은 선악의 본질이니 선악의 표준은 곧 도덕의 표준이 되는 고로 선악의 감별력이 된다. 고대사람들이 도덕에 대하여 일정하다고 생각한 관념의 출처는 그보다 먼저 선악을 일정한 것이라 생각한 까닭이며 현대사람들이 도덕도 그 시대를 따라 변천한다 생각하게 되는 것은 곧 그의 대상이되는 선악의 관념이 변천된 까닭이다.

  

대체(大體) 선악이라 함은 어떤 시대에 있어 그 시대의 생활표준을 가리켜 이른 말이니 예를 들면 봉건시대에는 봉건적 생활의 표준 즉 사회의 통제력이 있었는데 그 통제력은 순연히 복종과 지배를 정한 힘이므로 그것은 곧 계급중심주의의 도덕이라 할 수 있는바 그 시대의 선악의 표준은 계급과 계급의 관계의 선(善) 불선(不善)을 이름이다. 


오늘날 자본주의 시대에도 계급이 없는 바는 아니지만 봉건주의의 계급과 자본주의의 계급은 도덕상에서는 전연 다른 계급이다. 전자의 계급은 권력적 행위로 나타나는 인격차별의 계급이오 오늘날 계급은 자산에 대한 계급이다. 봉건시대에서 부(父)와 자(子) 군(君)과 신(臣) 양반(兩班)과 상한(常漢) 장(長)과 유(幼) 부(夫)와 부(婦)등은 고정불변한 관계를 가지고 관계와 관계의 설정을 표준한 도덕이다. 


그러나 오늘날 도덕은 관계설정의 도덕이 아니오 적어도 인격을 중심으로 한 도덕이다. 그러므로 봉건시대의 선악관은 그 관계와 관계를 잘 순응하며 부(否)함에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선악관은 인격을 중심하고 그에 평일과 불평을 갈음에 있다. 가령 이를 한 개인의 여성을 두고 말하면 봉건시대에 있어서는 그 여성이 절대로 남편을 위하여 희생하는 곳에만 선악의 가치가 존재하였으나 오늘날 여성은 남편의 명령을 복종하는 것만으로 도덕의 전가치가 되지 못하고 어떤 경우에 있어서는 남편에게 반항하는 곳에 선의 가치가 존재하게 된다. 왜 그러냐 하면 전자는 관계중심의 도덕이요 후자는 인격중심의 도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도덕의 속성인 선악도 무한히 변천될 것은 사실이다. 일반생활표준이 근본적으로 달라짐에 따라 선악의 표준이 달라지고 따라서 도덕도 달라진다. 그리하여 도덕에 대한 감별력이 달라진다. 동일한 대상을 가지고도 구시대의 인물이 이를 볼 때의 선악과 신시대사상을 가진 인물이 볼 때의 선악은 서로 천양의 차이를 가지게 되는 것은 오직 감별력의 차이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감별력의 강 약은 직접 그 인격에 영향을 주며 개성의 도덕에 종대를 세워주는 것이다.

  


③ 윤리상(倫理上) 도덕이 어떤 시대에든지 변이(變易)치 않는 원리

  

이상에 말한 것과 반대로 도덕은 어떤 시대에든지 변이치 않는 원리 몇 가지가 있으니 예를 들면

  

첫째, 생장(生長)과 발전의 원리이니 도덕은 추상적 의미에서 어떤 시대에든지 그 시대를 따라 생장하고 발전하는 원리를 가진 것은 동일하다. 이것만은 변이치 않는 것이다. 물론 도덕의 조건이 되는 그 규범은 때때로 변천하나 그 규범보다 먼저 있어야 할 본체적 원리인 생장과 발전은 변이치 않는 것이다.

  

둘째, 윤리상 도덕도 어느 시대에든지 공익을 표준하는 것은 변이치 않는다. 이미 도덕이라 하면 성인의 사회에 있어서나 도적(盜賊)의 사회에 있어서나 또 예나 지금이나 크면 전인류 적어도 자기단체안에서 공익의 표준이 되는 점은 동일하다 할 수 있다.

 

셋째, 도덕적 행위를 중시하는 습성이니 예를 들면 어떤 시대 어떤 사회를 물론하고 윤리상으로 중대하게 취급하는 점은 품행에 관한 일이니 의무와 책임, 희생의 관념과 동정적(同情的) 행위같은 것이다. 


옛날 도척(盜跖)이 공자에게 대하여 ‘도적(盜賊)에게도 인의가 있으니 약탈한 물품을 공평히 나누는 것과 위험한 곳에 들어 갈 적에 남보다 먼저 하고 나올 때에 남 보다 뒤에 하는 것, 동무를 서로 도와주는 것 등의 도덕이 있다’ 호언(豪言)하였다. 이와 같은 도덕적 행위는 도적의 사회에서도 없지 못할 것을 보아서 어떤 시대에서든지 그가 변이치 않을 것이다. 


여기에 대하여 위에 말한 선악의 표준이 어찌 되느냐 하면 선악의 표준의 변이와 도덕의 불변적 원리는 항상 그에 수반하는 문제가 된다. 선악의 표준계급관계의 선악관이 인격중심의 선악관으로 변천되었다 할지라도 계급관계에서 그만치 능했던 도덕률은 인격관계에서도 그에 못지않은 능률을 발휘해야 한다. 마치 자연율이 사시(四時)의 변천과 관계없이 항상 그만한 힘의 표현은 소멸치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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