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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May 05. 2016

다시 읽는 신인철학(19)

오래된 미래의 철학, 동학 다시 읽기

제2편 인생관


제1장 인내천의 핵심


제1절 인간격(人間格)이란 무엇이냐?


수운주의 인생관에서 먼저 알고 싶은 것은 무엇보다 인내천(人乃天)의 핵심[要領]이다. 

인내천을 간단히 한마디로 그핵심을 말하라 하면 우리는 그것을 '인간격 중심주의'라 할 수 있다. 인간격이라는 것은 우주의 모든 격(格) 중에서 가장 완전한 격을 말하는 것이니, 인간격은 우주격을 대표한 최고의 격이다. 


원래 우주는 절대유일의 격으로 볼 수 있으나 그 유일의 격은 우주 자체의 무위이화(無爲而化)의 법칙에 의하여 천차만별의 격을 이루어 놓았다 할 수 있다. 성운(星雲)에는 성운의 격, 태양계에는 태양계의 격, 물질에는 물질의 격, 식물에는 식물의 격, 동물에는 동물의 격으로 나타났다. 우주격은 이와같이 진화 향상하면서 최종으로 인간격이라는 격을 이루어놓은 것이다.


'인간격'이라는 말은 보통 사용하는 '인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격은 개인의 격을 일컫는 말이요, 인간격은 전우주격이 인간에 의하여 표현되었으므로 이를 인간격이라 하는 것이다. '우주격' 즉 '한울격'은 인간에 의하여 비교적 완전한 형태로 나타났으므로 한울격은 인간격에서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원래 보통격으로 사용되는 인격이란 말은 두 가지 개념으로 잘라 볼 수 있으니 하나는 생물학상 인격이고 다른 하나는 윤리학상 인격이다. 생물학상 인격이란 것은 다른 동물과 인류를 상대화시키는 격이니, 이 경우에는 인류라는 전체 종속(種屬)을 다른 동물과 대치(對峙)시켜 동물격 대 인격을 일컫는 것이므로 이 격 중에는 인류와 인류 간에 절대 차별이 없고, 그저 인류라면 누구나 다같이 인격을 가졌다는 말이 된다. 이를 시간상으로 보면 원시 야만인이나 현대 문명인은 윤리학상 인격에 있어서는 서로 차이가 있으나 생물학상 인격에서는 한가지로 평등한 것이다. [*참고-인물성동론 / 인물성이론; 편역자 주]  


그러나 윤리학상 인격이란 동물과 인류를 대치시킨 인격이 아니요 인류와 인류 간의 인격을 상대로 하여 하는 말이므로, 여기에는 문명인과 야만인의 차이를 갈라 말할 수 있고, 성현(聖賢)과 평범한 사람[凡人]의 구별을 갈라 놓을 수도 있다. [*참고-성범설; 편역자 주]

그런데 여기에 인간격과 인격의 차이가 어떻게 구별이 되는 것이냐 하면, 인격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생물학상 인격, 윤리학상 인격 두 가지를 칭하는 것이지만, 인간격은 우주격 중 최종격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인간격이라 하는 말 가운데는 우주 전체를 일원(一元)으로 보아서 우주의 전 중심이 자연계를 통하여 인간계에 솟아오른 우주중추신경(宇宙中樞神經)의 과실(果實)을 일러 인간격이라 한 것이다. 


그러므로 생물학상 인격을 인간격에 대하여 보면 그것은 먼저 동일한 우주격 가운데 있는 동물격과 인격을 갈라놓은 것이요, 윤리학상 인격은 생물학상으로 본 동일한 인격 가운데서 인격과 인격 간의 고하(高下)를 갈라 놓은 말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격이란 것은 생물학상 인격이나 윤리학상 인격에 있어 하나의 큰 표준격(標準格)이 되는 것이니, 생물학상의 인격이 동물격과 구별되는 점도 우주 생활 중 인간격을 표준하여 그의 고하를 논하게 되는 것이요, 윤리학상의 인격이란 것도 역시 우주 생활 중에 있는 무궁의 격(인간격)을 표준하여 그의 차별을 논하게 된다. 


그러므로 생물학상으로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고상(高尙)하다는 것은 우주격 중 인간격을 표준하여 나온 말이며 윤리학상으로 최 수운이 보통인간보다 고상하다는 것도 우주격 중 인간격을 표준하여 말한 것이다. 이 점에서 인간격은 이상적 인격이 되는 것이니 이 이상적 인격이 우주의 중심이 되어 무궁에서 무궁으로 발전하는 것을 인간격이라 한다.

  

그러니까 우주격의 중심은 자연계에도 있지 아니하며 동물계에도 있지 않으며 또는 자연계와 동물계를 떠난 초자연적 신비계에도 있지 아니하고 오직 인간격에 의하여 표현되는 것이다. 


즉 우주 대생명의 중심은 인간으로부터 자연계로 강하(降下)하여 초자연적인 어떤 지경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초자연인 지경으로부터 자연계를 통하여 인간계 위에서 그 비약(飛躍)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격은 곧 우주격이다[人乃天; 편역자 주]. 인간격 가운데는 동물격, 자연격, 신비격이 아울러 포용되어 있다. 이처럼 인간격은 이상에 말한 것과 같이 개인격이 아니며 또는 인간 전체의 격도 아니며 현재 인간을 표준한 격도 아니다. 

우리가 속한 은하는 저 사진 가운데 바늘끝만큼의 공간에도 미치지 못하는 크기이다

우주격의 전 중심이 전 우주를 통하여 인간에 의하여 우주 생활을 하는 격이므로 개개의 인격 가운데서는 우주격을 볼 수 없으며 현재 인간 전체만에서도 우주격은 볼 수 없고 우주격은 영원한 신비로 전적(全的) 인간 또는 미래인간(未來人間)을 통하여 얼마든지 향상될 만한 격이다. 우리는 이런 의미의 인간격을 가리켜 인내천(人乃天)이라 하는 것이다. 즉 인내천은 우주격이 인간에 의하여 표현된 것을 일컫는 것이다.

  

위에 말한 것과 같이 인내천은 우주 생활 중 인간격이 인간에 의하여 표현된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인간의 운동이 향상하면 향상할수록 우주 생활 중 인간격에 참가하는 것이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창조라든가 발명 또는 성자(聖者)라든가 수련역행(修煉力行)이라는 것은 한가지로 인간으로 인간격에 참가하고자 하는 노력을 말하는 것이니, 이러므로 인내천은 그 실용의 의미에서 인간격 파지운동(把持運動)을 일컫는 것이다.


(다음 "제2절 여러 다른 주의의 중심사상과 인간격"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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