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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시개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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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May 05. 2018

어린이 노래 - 불켜는 이

"어린이"라는 말의 유래와 관련하여

어린이 노래 - 불켜는 이


잔물[小波=방정환]


기나긴 낮 동안에 사무(社務)를 보던

사람들이 벤도 끼고 집에 돌아와

저녁 먹고 대문 닫힐 때가 되면은

사다리 짊어지고 성냥을 들고

집집의 장명등(燈)에 불을 켜놓고

달음질해 가는 사람이 있소.


은행가(銀行家)로 이름난 우리 아버지는

재주껏 마음대로 돈을 모으겠지...

언니는 바라는 대신(大臣)이 되고

누나는 문학가로 성공하겠지...


아 나는 이 ㄷ,음에 크게 자라서

이 몸이 무엇을 해야 좋을지

나 홀로 선택(選擇)할 수 있게 되거던

그렇다 이 몸은 저이와 같이

거리에서 거리로 돌아다니며

집집의 장명등(燈)에 불을 켜리라.


그리고 아무리 구차한 집도

밝도록 환하게 불 켜 주리라.

그리하면 거리가 더 밝아져서

모두가 다-같이 행복되리라.


거리에서 거리로 끝을 이어서

점-점점 산 속으로 들어가면서

적막한 빈촌(貧村)에도 불 켜 주리라.

그리하면 세상이 더욱 밝겠지...


여보시오, 거기 가는 불 켜는 이여

고닯은 그 길을 외로워 마시오.

외로이 가시는 불켜는 이여

이 몸은 당신의 동무입니다.


포덕61(1920)년 8월 15일... 잿골 집에서... (역)


*이 시는 원래 <개벽>제3호(1920년 08월 25일자)에 게재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 제6권 제5호(1928년 1월호)에 일부 수정되어 실립니다. 끝부분에 기록된 대로, '번역시'입니다.

** 개벽지 게재본을 싣는 이유는 이 시의 꼭지명인 "어린이의 노래"라는 데서, 실질적으로 "어린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 1923년 3월에 "어린이"라는 잡지가 창간될 때 소파는 동경에 주로 머물며 '색동회' 창립에 관여하고 있었는데, 그때 잡지명(과 앞으로 어린이를 부르는 호칭을)을 '어린이'로 할지, '작은이'로 할지를 두고 색동회 회원들이 고민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어쩌면, 어린이날이 "작은이날"로 될뻔 했습니다만, '어린이'가 본디 '젊은이' '늙은이'와 마찬가지로 어린아이들을 공대하기 위한 호칭이고 보면, 그런 뒷이야기는 헤프닝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이의 노래

- <어린이> 제6권 제5호(1928년 1월호) 게재 버전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저먹 먹고 대문 닫힐 때가 되며는

사다리 짊어지고 성냥을 들고

집집의 장명등에 불을 켜놓고

달음질하여 가는 사람이 있소.


은행가로 이름난 우리 아버진

재주껏 마음대로 돈을 모으겠지.

언니는 바라는 문학가 되고

누나는 음악가로 성공하겠지.


아, 나는 이담에 크게 자라서

내 일을 내 맘으로 정하게 되거든,

그렇다, 이 몸은 저이와 같이

거리에서 거리로 돌아다니며

집집의 장명등에 불을 켜리라.


그리고 아무리 구차한 집도

밝도록 환-하게 불켜 주리라.

그리하면 거리가 더 밝아져서

모두가 다 같이 행복되리라.


거리에서 거리로 끝을 이어서

점점점  속으로 들어가면서

적막한 빈촌에도 불 켜 주리라.

그리하면 이 세상이 더욱 밝겠지.


여보시오, 거기 가는 불 켜는 이여!

고달픈 그 길을 설워 마시오.

외로이 가시는 불 켜는 이여!

이 몸은 당신의 동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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