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공부 32
1.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
자본회회 밀이불루(資本恢恢 密以不漏)
노자(老子)는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이라고 말했다.
하늘의 그물은 얼핏 보기에 허술[feat. 저 망망한 가을하늘!]해서
모두 다 빠져나갈 것 같지만 빠져나갈 수 없다고 했다.
우리 시대는 하늘의 자리에 자본이 들어서 있는 것 아닌가.
[cf1. 김동연-이재용 / cf2. 미국-중국,EU]
그 자본이 인간과 생명에 우호적이면 다행이련만,
반달곰의 쓸개에 빨대를 꽂고 즙을 빨아 먹는 족속들처럼
인간과 생명(생태계)에 빨대를 꽂아 흡혈하는 속성을 가진지라
인간과 생명(생태계)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요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 채로, 아니, 죽을 때까지 죽어가면서
자본의 그 에너지원으로 존재하는 매트릭스의 세계 아닌가?
2.
이 세계[지구]에서 자본의 그 밀이불루한 그물을 우회하는
그리하여, 먼 훗날 마침내, 그것을 파쇄하는
유일한 길목은 '지역'이 아닐까?
3-1
어떠한 사업/행사라도
'지역'과 결합하지 않으면 '살아 있는' 사업/행사가 안 된다.
씨앗은 땅에 뿌리 내려야 싹이 돋고, 자라나 꽃피우고
마침내 열매를 맺을 수 있듯이
지역과 결합하지 못한 사업/행사는
예컨대, 인공 개천인 청계천처럼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자원-에너지'이 투입되어야만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렇게 투입되는 '에너지'가 오늘, 우리에게 폭염으로 돌아오고 있다.
[cf.생태발자국 지수 / 로컬푸드]
3-2.
전통시대에 지역은 '마을'과 '고장'이라면,
오늘날은 '마을'과 더불어 '장소성'이라는 말을
추가/부가/확장할 수 있을 듯하다.
'마을만들기'처럼 최근들어 '마을'을 살리고,
그 이름에 걸맞는 지역사회공동체운동도 전개되고 있기는 하다.
거기에는 관심과 기대와 찬사를 보낸다. 그런데 거기에 더하여,
마을을 '지역과 직접 결합된 마을'에 한정하지 말고,
최대한 그 '마을성'을 담보하되 좀더 다양한 접근의 차원에서
'장소성' 개념의 가능성을 연구하자고 스스로에게 제안해 본다.
[cf. 천도교중앙도서관 / 경전강독 / 독서공방]
3-3.
이때 장소성이란 예컨대, '도서관'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그램,,
'00동 문화마당'(상설 프로그램) 같은 프로그램의 운영 등이다.
중요한 것은 그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공동체가 형성되고 작동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근대(현대)문명이 '도시'를 기반으로 한다고 할 때
도시의 특성을 바로 '익명성'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때 익명성이란 바로 '지역/장소성'으로부터 이탈
다시 말해, '붕 뜬 상태'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시의 형성이(적어도 한국사회에서는)...
농촌(지역)으로부터의 이탈을 기반으로
진행되어 온 역사적 현실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3-4.
그런 점에서, '지역'의 확장으로서의 '장소'란
바로 '공동체'가 작동하는 '마당'의 의미이기도 하다.
이때 공동체란 추상적인 의미가 아니라,
구체적인 공동체(가족/취미집단/학습모임 등)를 지칭하며
내가 말하고자 하는 범위에서, 내가 생각하는바
공동체를 공동체이게 하는 핵심 기제는,
요즘 말로 하면 '멤버십'이다. 익명성을 벗어나서,
'동료/동무/동덕'으로 상호 호칭/교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공간이 '장소'이다.
결국, '지역의 다른 이름'은 '사람'이다.
지역이든 장소든,
그것은 결국 '인문학적인 공간'이라는 말이다.
[cf.시천주-사인여천-이천식천-인내천]
4-1.
지역성/장소성으로부터 벗어난 문화들은
당장에는 재미있고, 보고좋고, 듣기좋고, 감동적이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소비적이고/소모적이고/갈증유발(cf.청량음료)의
문화가 되고 마는 것 아닌가?
다시 말해, 자본의 빨대에 피 빨리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이때, '지역성/장소성으로부터 벗어난 문화들'에는
이른바 '지역축제' 중의 많은 부분들도 포함된다.
지역축제를 계기로 '지역농산물' 등을 판매하고자 하는
절실한 농심, 그리고 지역경제/문화 활성화를 염원하며
절절한 심정으로 실무에 임하는 지역민들의 마음,
어떻게든 그 마음이 받아들여져야 하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식으로, 그 소위 '지역축제'가 빚어내는
목불인견의 '삼류 문화 쇼'들이나 난장이 얼마나 많은가...는
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cf.재벌구조를 타파하여 민중을 위한 경제를 꾸리기 위하여
재벌과 악수하고, 재벌의 편의를 봐주어야 하는 역설!!!!!!]
... 이 이야기를 하는 뜻은, 여기서 '지역축제'를 비판하자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야말로 '지역성' '장소성'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cf. 반!자본주의]
4-2.
'탈지역/탈장소의 문화들의 집합
바로 오늘의 '자본주의 문명'을 형성하는 것이 아닌가?
이 폭염 속에서도 여전히 '더' '더'를 외치는 모든 주장들
(설령 환경보존을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모두 결국은 자본주의 문명의 동반자/동지/동조자/협력자가
되고 마는 것은 아닌가?
지금 필요한 것은 '덜'이 아닌가.
'덜'이 가능한 토대는 유일하게 '지역'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덜-문명', 즉 '마을문명' '지역문명'이
이 자본주의-신자유주의-근대문명의 대안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