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공부 35
독서공방은 천도교중앙도서관에서 주최하는 공부모임입니다. 어제(14일)는 "파국과 개벽 사이에서-20세기 한국철학의 좌표계"라는 논문(김상봉, 전남대 철학과)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논문의 논지의 출발점은 '동학이 한국철학의 출발점'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의 역사에서 참된 의미의 철학이 출현한 것은 동학이 처음이라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이전까지는 누구도 감히 자기 스스로 세계를 기투한다고 자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이전까지 한국인들에게는 스스로 세계를 설계하고 기투하는 것 자체가 허락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아예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대신 우리의 조상들은 오랫동안 중국인들의 세계관을 자기 자신의 세계관으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 안주해 왔다. 이런 의미에서 동학이 등장하기 이전까지 이 땅에 철학자들은 많이 있었으나 철학은 없었다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위 논문에서 인용)
그렇게 동학으로부터 시작되는 한국철학의 "첫째, 동서양을 넘나듦"과 "둘째, 종교와 철학, 실천적 수양과 정치적 실천의 통섭"이라는 특성을 원형적 정체성으로 갖게 되었다고 진단합니다.
그러나 철학이든 뭐든 그것이 가치로운 것이려면 지금 여기의 사람과 생명, 그리고 오늘 이곳의 참주인인 내일의 사람과 생명에게 이롭고 또 의로운 일이어야 합니다. 어설픈 실용주의가 아니라 그것이 철학의 본질이기 때문이며, 무엇보다, 지금 여기의 세계, 그리고 지금 이후의 세계와 생명이 처한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학이 단지 '한국 철학'의 출발점이 아니라, 현재이며 미래이기를 바라고, 기원하며, 공부합니다.
무엇이든, 이 세계와 인간/생명을 위한 해답은 이미 주어져 있고, 사람들은 그것을 찾아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어떠한 과학/사상, 철학/종교, 이데올로기라도 그 참된 진리/완성된 형태는 사람에 의해 실천되고 검증되는 것까지를 아울러서 바라보고, 평가하고,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동학이 현재, 미래에 이롭고 의롭고 참된 철학인지 아닌지는 그렇게, 역사 속에서 비로소 드러나며 완성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오늘입니다.
[cf.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