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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an 21. 2019

말모이 이야기 (2) - 안경  

- 신성한 말 12

안경점에서. 왼쪽부터 아들 덕진, 아버지 판수, 딸 순이 


영화 말모이를 보았다. 중2, 초6인 두 딸[현서, 현빈]과 함께. 

'신성한 말'을 이야기하는 나로서는 꼭 보아야 할 영화였다. 

감동하며 보았고, 할 이야기가 많다. 

아무래도, 거듭해서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그중 두 번째.


1. 

나와 함께 영화 <말모이>를 본 둘째 딸 현빈이가 영화를 보고 나오며, 

첫마디로 "슬펐다"고 말한 장면이 있다.


'국민총력연맹' 간부 우에다(허성태 분)가 판수의 행방을 찾기 위해 

덕진이 다니는 학교(경성제일중학)로 찾아가 

덕진이를 심문하다가 빰을 때려서, 덕진의 안경이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장면이다.


그 안경은 판수가 조선어학회에서 일한 뒤 처음으로 받은 '월급'으로 사준 것이었다.

영화에서 안경점 장면은 판수와 덕진, 순이 가족이 누린 최고의 '행복 장면'이다(내가 보기에).


현빈이가 '슬펐던 까닭'은 그 안경이 예사로운 안경이 아니라는 걸 믿고, 알고, 느꼈기 때문일 터.

그 안경에는 아버지(판수)의 마음이 들어 있고,

아버지가 지난 세월(소매치기 등)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 새로운 존재로 살아가는 삶이 들어 있고,

(아들 덕진의 평상시 가장 큰 바람은 아버지 판수가 다시는 감옥에 들어가지 않는 것, 

그래서 덕진-순이만 덩그러니 남게 되지 않기를 바라고 바란다.)

좋은 안경을 끼고, 공부를 더욱 잘하기를 바라는 기도가 들어 있음을

현빈이가 알고, 믿고, 마음으로 느꼈기 때문일 터.

그 안경이, 판수-덕진-순이 가족의 행복을 가져다준 마법의 지팡이, 요술램프임을

현빈이가 알고, 믿고, 느꼈기 때문일 터. 


그러므로, 그 안경을 깨뜨리는 우에다의 폭력은 

한 사람의 마음을, 한 사람의 기도를,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한 가족의 행복을 파괴하는 것임을 

알고, 믿고, 느꼈기 때문일 터. 


한 민족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어두운 현실로부터 광명의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무력(허성태는 교장선생님-류덕환의 부친, 친일파-을 총으로 제압한다)으로 제압하고

가로막아서는 일임을

알고, 믿고, 느꼈기 때문일 터. 


안경 - 세상을 밝게 바라볼 수 있는 - 을 깨뜨려 버림으로 해서

우리 민족이 이 세상을, 스스로의 미래를

밝고, 맑고,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마음과 눈과 의지를 꺾어 버리려 하는

일제의 그 악심(惡心)이 악행(惡行)으로 드러난 것임을

알고, 믿고, 느꼈기 때문일 터. 


'안경'은 그렇게 이야기이다!


2.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안경을 썼다.

내가 안경을 낄 수 있게 되기까지에도, 나와 어머니, 형님 사이에 파란과 우여곡절이 있었다. 


내 안경에도, 바람과 꿈이 들어 있다!


3.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은, 영화, 꼭 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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