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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Apr 27. 2019

녹두꽃, 피다

녹두꽃통신-001


출발이 오지다!


첫 출발이 나쁘지 않다. 동학접주 녹두 이외에 인물들의 구성이 입체적(다양성, 개연성, 의외성)이다. 성격도 선악이 무조건 양분되는 구도가 아니라, 복합적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개화파(문명개화)까지 핵심인물로 등장한 것도 높이 살 만하다. 실제 역사에서 동학의 대척점에 서는 보부상까지도 등장한다. 개혁(혁명)적 양반(비-동학)까지 동학군에 가담한 구도도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새야새야 민요를 편곡한 배경음악도 오지고... 배우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연기도 첫회인 만큼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와 더불어/불구하고 제각각 오지다는 느낌. 무엇보다, 1회에만 국한시켜 보면, '동학' 그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지도 않지만 '실루엣' 내지 '장식품'으로 처리하지 않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는 점(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런 기우가 없지 않았다)이 기대를 더욱 키운다. 

녹두꽃의 꽃말은 '개벽의 꿈'


동학혁명 이야기가 자칫 농민군과 관군-부패한 조정의 대립이라는 구도로 흘러가지는 말아야 한다. 동학혁명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치열한 수행과 정진의 광장이었음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꿈꾸는 일은 상상하는 일이다. 상상(想像=구체적인 세계의 일)이며 상상(想上=理想=最上의 세계를 꿈꿈)이며 상상(想相=서로, 우리, 함께 꿈꾸는 일)이다. "개벽의 꿈"이다. 녹두꽃의 작가들(감독과 배우)의 말과 몸짓을 통해 그들이 미처 말하지 못한 것까지, 그들이 미처 표현하지 못한 몸짓까지를 우리는 듣고, 보아서, 우리의 힘으로 개벽을 꿈꾸는 시간과 공간을 열어나가야 한다. 녹두꽃의 꽃말은 '개벽의 꿈'이다.


동학혁명에서 촛불혁명까지!


말목장터. 전봉준이 고부관아를 들이치기 위해 집결한 곳. 고부봉기의 시작점이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면면. 늙은 할아비에서 노파, 그리고 열살도 채 되지 않은 어린아이까지. 남녀노소. 실제 역사 기록과 어느 정도 부합한다. 실제 역사에서 전봉준은 어린이와 노약자는 집으로 돌아가게 하고, 장정들을 좌우 두 그룹으로 나누어 고부관아로 돌진한다. 그러나 아무튼, 그자리에 남녀노소 모두를 등장시켰다는 것은, 비록 그들의 손에 횃불이 들여 있기는 했으나, 그리고 전봉준 선생의 입에서 '죽음' 운운하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으나, 본질적으로 동학혁명의 횃불이 촛불혁명의 촛불의 원조임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 조병갑이 재부임하여 축하연을 베풀고 있는 모습은 당대 부패관리의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시공간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장면일 터.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으니 


이 이야기가 동학혁명의 거대한 물결 전체를 따라가기보다는 전봉준과 백이강(조정석), 백이강과 백이현(윤시윤)의 갈등과 대립, 연대와 발전(변화)를 중심으로 주변인물을 배치하는 구도로 볼 때, 전라도 지역 중심성을 얼마나 벗어날지, 한양 - 일본군의 지평이 어떻게 극중에 반영될지가 또 하나의 관건이 될 것이다. 그것까지를 구체적으로 극화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 그러나 드라마를 보면서, 꿈을 그리는 것은 시청자(독자)의 몫이라는 관점에서, 거기에까지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터. 


포월하는 개벽 


주인공 중의 한 사람인 윤시윤의 인터뷰 기사 한 대목.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혁명의 '자유 평등 박애' 정신이 유럽 많은 나라들에게 영향을 미쳤다고 들었다. 유럽 각국 '3색기'도 그 정신을 이어받은 것이다. 동학농민혁명 역시 한국 최초의 시민혁명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시간이 지나서 3.1운동으로 이어졌고 우리 촛불집회로까지 이어진 원동력이었다. 누가 이겼고 어떤 전쟁을 했다는 내용보다는 '과연 이들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 어떤 것을 얻고자 싸웠을까, 어떤 정신이 있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다." ... 이 이야기를 그 스스로 생각하지는 않았을 터. 대본을 읽으며 홀로 공부한 것이거나, 워크숍(?) 등에서 감독이나 자문해 주시는 분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동학을 '한국 최초의 시민혁명'으로 자리매김하였다는 점은 대단한 성취라고 본다. 불론 개벽파 드라마라는 관점에서는 그 이상의 것을 보려고 하지만, '이상(以上)'이든 '이상(理想)'이든 과정을 건너뜀이 아니라 '포월(包越)'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서구에서의 혁명들과의 유사성은 포함삼교처럼 필연적으로 내포되는 것일 터. 그것이 '개벽'!


세계사적인 지평, 그려 보이기를 


무엇보다, 이 녹두꽃이 4.에서 말한 바의 '세계사적인 지평'을 실제로 극화해 내고, 해외로까지 수출된다면, '동학과 개벽의 세계화'도 먼 꿈만은 아닐 터. 그 흐름을/에 기대하고, 기여할 일이다. 


개벽파-개벽학의 징조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깨어나는 동학민중들을 핵심적인 기반으로 하되 전봉준의 친구이자 동지로 등장하는 황진사(황석주, 최원영)가 대표하는 전통세력(유학자), 백이현(윤시윤)이 대표하는 개화파(문명개화), 송자인(한예리)이 대표하는 신흥 자본가 세력, 송자인(한예리) 등 당시 연대하였어야 할 민족 세력 전부가 '동학'을 주임으로 결합하는 형태로(어쩌면 우리 역사에서는 실제로 이루지 못하였던 꿈으로서) 짜여진 구도이다. 그야말로 개벽파의 어벤져스다! 그 꿈-상상력을 상상한다!


개벽파-개벽학, 개벽+(개벽2.0) 원년이라고 할 2019년에 '녹두꽃'이 피어난다. 예사롭지 않다! 징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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