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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May 18. 2016

다시 읽는 신인철학(30)

오래된 미래의 철학, 동학 다시 읽기

2. 생물의 본원과 인간의 지위


천지만물과 인간이 한 체계에 서 있으며 한 체계의 분화로 되었다는 것은 진화론이 우리에게 가르쳐 준 사실이다. 그리하여 진화론으로 보아 인간이 어떤 생물보다도 최후의 단계에 생긴 것을 알 수 있다. 이 점이 인간을 만물의 영장(靈長)이 되게 한 점이며 우주의 주인공인 인간격을 갖게 한 지점이다. 


진화론이 처음 생겼을 때에 종교계에 속한 모든 사람은 격렬한 반대의 기치를 들었다. 그 까닭은 인간이 다른 동물과 같이 한 체계에서 분화되었으며, 그보다도 인간이 오히려 다른 동물로부터 진화되었다는 것은 인간 자체의 모욕이요 인간의 신성을 파괴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진화론은 인간을 모욕한 것도, 인간의 신성을 파괴한 것도 아니다. 


진화론은 오히려 인간의 고상을 증명한 것이며 간접으로 인간의 신성을 도와준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진화론은 우주의 최후 최고의 계단을 인간에 종결시킨 점으로 보아 특히 그러하다. 만약 우주 전체를 하나의 큰 수목에 비한다면 인간은 우주의 과실이라는 지위를 가졌다. 과실은 뿌리나 줄기나 가지 또는 꽃이나 잎보다 가장 최후로 생긴 것이다. 그러나 과실은 수목 전체의 정력(精力)을 모아둔 점에서 수목 전체의 표현이다. 이 점에서 인간은 우주의 과실이다.


그렇다. 과연 인간은 우주의 과실이다. 우주의 대정력(大精力)이 인간의 생명에 의하여 표현된 것이다. 

베르그송은 위대한 철학자이다. 그는 그의 독특한 생명철학에서 생명적 정신현상을 이렇게 명언하였다. 


"물질현상은 본래 정지적(靜止的)이며 그 본질에서 결코 동적(動的)이 아니다. 물론 물질 현상도 변화라든지 운동이라는 것은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정지를 본체로 한 변화이며 운동인 것이요 결코 자발성과 운동성과 변화성을 가진 것은 아니다. 자연과학의 가정으로 생긴 원자라는 것도 역시 그러하여 이것들은 모두 부동불가분(不動不可分)의 정지적(靜止的) 불변(不變)을 본체로 하고 생긴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물질은 이합(離合)하며 집산(集散)은 할 수 있으나 서로 융합(融合)하며 침삼(浸滲)하며 화합하여 통일한 일체를 이룰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이 이합하며 집산하는 것은 다만 각원자의 위치를 변하게 할뿐으로, 단일한 양의 증가 또는 감소에 지나지 아니한 것이다. 거기에는 참된 '생장(生長)의 원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정신현상이란 것은 이와 전연 다른 현상이다. 정신현상은 스스로 움직이며 스스로 작용하는 과정을 가진 유전현상(流轉現象)으로, 끊임없이 변화[變化不止]하는 본질을 가진 것이다. 한 의식 상태와 다음 의식 상태 사이에는 결코 단절과 간극(間隙)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들면 갑.을.병이 음(音)을 연속(連屬)할 때에 이것을 듣는 의식상태는 결코 단절적이 아니요 마치 흘러가는 유속합일(流續合)一의 상태로서 그문에 조그마한 작은 도랑[溝渠]도 남기지 아니한 상태이다. 즉 갑을 듣고 을을 들을 때에 갑의 기억이 그대로 지속되어 병에까지 연속되는 상태이다. 의식현상은 실로 이러한 유속또는 유동을 본원으로 한 것이다."


베르그송은 정신현상과 물질현상의 차이를 이렇게 갈라 놓고, 나아가 그의 독특한 생명주의의 철학을 건축하였다.  그것은 즉 생물과 의식현상은 동일한 생명에 기초하였다는 것이다. 


"의식이 유동을 본질로 하며 성장과 시간을 갖추었음[備在]과 같이 생물도 또한 시간과 성장을 구비하고 있다. 즉 유동과 유속을 본질로 하고 있다. 그리하여 의식 이외에 이러한 특징을 가진 자는 오직 생명뿐이다. 그러므로 의식과 생명은 본래 동일불이(同一不二)의 생명력의 표현으로서 다만 진화선상(進化線上)에서 각각 다른 형태를 취한데 지나지 아니하다. 

바꾸어 말하면[換言] 부단히 창조 유속하는 생명력이 일체 의식현상과 생명현상의 근저가 되고 있으므로 이 동일무이(同一無二)의 생명력이 아래로 흘러 무의식한 식물계가 되고 위로 나아가[進上] 인간 사회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므로 일체의 생명의 원류를 찾아 보면 다만 유일무이한 생명의 동력이 있을 뿐으로 소위 지상에 생존한 허다[幾多]한 생물은 이 생명력의 진화에 지나지 아니한 것이다."


이상의 말로써 우리는 생물의 본원과 인간의 지위가 어떠한가를 가히 추측할 수 있으며 그리하여 이 생명철학이 수운주의의 지기일원론과 부합되는 점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주의 본원은 생명력의 일원으로 되었으며, 그리하여 현상계의 만유(萬有)는 이 생명의 진화로 된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물질현상과 정신현상은 근본에서 둘이 아니요 유일한 생명력이 향하적(向下的) 상태에서 물질로 표현되고, 향상적(向上的) 상태에서 의식으로 표현된 것인데, 이 의식상태는 인간격에 와서 가장 잘 구체적 현상을 가진 점에서 인간은 우주의 중심이며 만유의 영장이 되었다 할 수 있다.


(다음 '제2절 생명의 자기관조와 한울관념'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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