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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ul 01. 2019

개벽 데이

-개벽통문-026

(025에 이어 계속) 오늘(6.25) 99년 전 <개벽> 창간호가 발행된 날입니다. 개벽 잡지는 5호(11월)까지 매달 25일에 익월호를 발행하다가, 11월호부터는 1일자로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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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있어 넓게 세계에 전하니, 온 세계 모든 인류가 이에 응하여 부르짖기를 시작하도다." 개벽 창간호의 <창간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어서, '개벽의 소리'는 곧 신(神)의 소리라고 말합니다. "철인은 말하되 다수 인민의 소리는 곧 신의 소리라 하였나니 

신은 스스로 요구가 없는지라 인민의 소리에 응하여 그 요구를 발표하는 것이요, 신은 스스로 갈망이 없는지라 인민의 소리에 응하여 또한 그 갈망을 나타내는 것이라, 다수 인민이 갈망하고 또 요구하는 소리는 곧 신이 갈망하고 요구하는 소리니 이것이 곧 세계 개벽의 소리로다."


개벽은 먼저 '천지개벽(선천개벽)이 진행되었는데, 이는 신 스스로의 진화라고 말합니다. "신은 있는 그대로의 일물(一物)로부터 진화를 시작하였도다. 있음과 없음을 갈라내고 태양계를 조직하고 만물을 내었나니 이것이 곧 우주의 개벽이며..." 그렇게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는 신이 "오늘날 이 세계 대 개조라 하는 혁신의 기운을 맛보게 되었나니 이것이 곧 개벽의 개벽이라."


개벽 창간호의 주역들은 당시(99년 전) 맞이하는 개조의 세계 사조가, "개벽의 개벽" 즉, 후천개벽이며, 인문개벽의 징후라고 말합니다. 이는 시운[時]의 개벽이고, 역사[事]의 개벽이며, 물질개벽-정신개벽[人物]이라고 말합니다; "때가 개벽하고 일이 개벽하고 인물이 개벽하는 이때에..." 그리고, '개벽청년'들이 이러한 때에 맞춰 <개벽지>를 발행하는 것은 그 개벽의 큰 기운을 더욱 크게 하고, 넓게 하고, 높게 하고, 깊게 하는 일이라고 기약하고, 기대하고, 기도합니다; "우리가 이 개벽사(開闢史)를 쓰게 됨은 실로 때에 맞고, 일에 맞고, 정신에 맞는 신의 요구라 아니할 수 없도다. 인민의 소리는 이 개벽에 말미암아 더욱 커지고 넓어지고, 철저하여지리라. 오호라. 인류의 출생 후 수십 만 년이 되는 오늘날, 처음으로 이 개벽 잡지가 나게 됨이 어찌 우연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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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개벽>의 생일입니다. 

해피개벽데이!

해피개벽데이!

개벽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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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행사를 계속 안내하자면, 정독도서관 야외 벤치에서는 <독서공방>이 진행되었습니다. 독서공방은 개벽창간호의 글 중에 <자아를 개벽하라>를 함께 읽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원고지 10장 내외의 짧은 글(제가 현대어로 번역)로서 개벽 창간사에서는 창간사와 창간사설('세계를 알라(이돈화))과 더불어 정립(鼎立)하는 글이라고 생각되어 - 그리고 분량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아서 - 이 글을 메인 텍스트로 정하였습니다. [단, 이 '자아를 개벽하라'는 창간호의 '개벽군에 드리는 글'과 함께 짝을 이루어야 완결성글 가짐] 


개벽사 건물과 방정환(개벽사 직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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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먼저 본디 우리 민족의 사람(인간) 됨됨이는 스스로 하늘의 아들을 자처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도 우리를 일컬어 '천민(天民)'이라고 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고 진단합니다; "조선인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곧 역사의 조선인과 현대의 조선인이 그것이다. 역사상의 조선인은 어떠하였는가. 스스로를 하느님[天帝]의 아들이라 하고 남들도 (조선인을) 하늘민족[天族]이라 칭하였다." 그리고 4, 5천년 우리 조상들은 이 세상의 제도와 풍속을 하나하나 창개(創開)하는 역할을 하였음을 열기합니다.(역대 단군들의 업적 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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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됨됨됨이도 잘아지고, 상상력도 옹졸해지고 세상도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고 진단합니다; "어디서부터인지 검은 구름이 둥둥 떠서 들어오더니 천지가 아득하여지며 남쪽에서 번개가 번쩍 하고 북쪽에서 벼락이 우르릉 하더니, 어느덧 아직끈 하고 벼락이 쳤다 하고 보니, 아까까지 광명한 듯한 세상이 그만 마귀의 세상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사례로 주자학파에 엎드려 신음하던 세월, 즉 조선왕조 500년을 거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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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큰사람'의 풍모를 잃지 않았던 '원효' 같은 인물의 사례를 본받고, 이 시대에 '개벽'을 앞서서 이끌어 가는 개벽적인 인물로 거듭나기를 당부합니다. 즉 이 시대(99년 전 당시)는 새로운 개조(개벽)의 기운이 크게 일어나서 부처님, 마호메트, 하나님(아멘), '동학쟁이' 어느 것이든 마음 먹은 대로 할 수 있으니, 재래의 관습에 얽매이지 말고 자아를 개벽하여 나아갈 것을 당부합니다; "올려다보아 선편(先鞭-모범으로 삼을 만한 선례)이 없고 제 스스로 정견(定見)이 없으니, 내려다보아서(미래를 내다보고) 인도자가 되어야 할 우리여. 아아, 자아를 개벽할 자여. 종교상으로 천군(天君) 될 사람이 누구며, 정치상으로 개소문(蓋蘇文) 될 사람이 누구며, 예술상으로 담징(曇徵) 될 사람이 누구며, 음악상으로 왕산악, 우륵 될 사람이 누구며, 항공계로(航空界)로 정평구(鄭平九; 조선 선조 때 비거(飛車)를 발명) 될 사람이 누구며, 사상, 물질 모든 문명상에 에헴! 할 사람이 누구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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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끝으로 이러한 개벽적 전망에는 "희생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글을 끝맺습니다; "“세계의 모든 진보는 단두대와 화형주(火刑柱) 위를 건너서 온 것이니라.” ... 온갖 문명은 적나라한 희생자의 손을 거쳐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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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공방>에 참여한 참여자들의 의견은 특히 마지막 문장 '단두대'나 '화형주(화형을 할 때 사람을 매달아 묶는 기동)'를 건너서 온다는 대목에 꽂혔습니다. 지난 6년여의 <개벽신문>이 거쳐 왔던 온갖 간난신고가 그러한 '단두대' '화형주'를 건너는 일 중의 하나가 아니겠느냐며, 이제 그러한 희생을 제대로 꽃피우는 일이 앞으로 1년 <개벽> 창간 100주년을 향해 가며 우리가 힘써야 할 일이라는 데에 뜻과 마음을 함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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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개벽>을 창간하던 당시 천도교(청년회)의 위상과 오늘날의 천도교의 위상을 비교하며, 무엇이 어디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던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1) 앞서 개벽 창간호의 ‘광고’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비롯되었던바, 천도교(청년)가 이 세상의 변화에 대처하는 방식과 수준이 안일했다는 자기(?) 반성도 있었었습니다. (2) 기독교나 천주교가 ‘선교활동’이나 ‘학교-병원’과 같은 ‘자족적인 운동’에 주력한 반면, 천도교는 3.1운동 이후에도 6.10만세운동이나 무인멸왜기도 같은 ‘독립투쟁’에 주력하면서 자기 역량을 비축하거나 강화하는 데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3) 특히 해방 이후 분단과 더불어 남한 지역에서 미국의 세력이 강화되면서 기독교-천주교에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형성된 정치-경제 지형에 대한 지적도 있었습니다. (4)그리고 ‘서구화’ 일변도로 진행되어 온 한국의 근대화 흐름[일제-해방-60년대 이후 오늘날까지 일관되게]에서 ‘자주적’ ‘영성적’ 근대화-개벽화를 추구하는 동학-천도교가 설 자리가 좁아졌던 사정도 이야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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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반론을 기반으로 오늘 여기서 우리는 무엇부터 해야 하는가,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1) 현재의 우리 ‘개벽하는 사람들’의 역량에 비추어 우선 이 시대 ‘개벽’의 의미를 기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 수준 방식으로 정리하여 우리 스스로 공감대를 확장, 심화하는 것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는 ‘하늘학회’에서 개벽학 연구공부학습커리큘럼을 만들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이것은 동학 창도 / 동학-천도교 개신에 이은 제3의 개벽적 사건이라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2) 외적인 개벽과 더불어 내적인 개벽으로서 수양, 수행, 영성의 강화, 한울님 모심을 믿고 깨닫고 실천함의 중요성도 이야기되었고, 모두들 깊이 공감하였습니다. (3) 무엇보다 이 시대에 ‘개벽’의 의미를 현대적으로 그리고 지금-여기에서 살아 있는 의미와 방식으로 구현함으로써 ‘과거 지향’이라는 혐의를 벗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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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날 참석한 개벽하는사람들 멤버들은 대부분 천도교인이었습니다. 아닌 분도 있었지만, 자연, 개벽-천도교 관련성을 전제로 한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이야기가 늘 같은 결론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일반론’을 벗어나서,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 구체적인 일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데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1)하여 이번 1년 동안 <개벽> 창간 100주년을 준비하면서, 각자가 동학-천도교-개벽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있는 나름의 ‘전문성’을 갖는 실천, 공부(독서-글쓰기)들을 지속하자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2) 특히 ‘개벽’을 매개로 하여 진행될 통일-이후를 위한 ‘동학-개벽-천도교’의 역량을 강화하는 각종 준비들(자료수집-연구-정리)에 대한 제안이 나와 그 방향을 곱씹었습니다. (3) 기독교(천주교-개신교)의 현황과 관련하여, 우리 스스로 말만 많고, 실질적인 역량 강화나 연구가 부족했다는 점에 대한 자기반성도 뒤따랐습니다. 100년 전의 개벽청년들은 당대의 첨단 사상이나 과학 지식에 문외하지 않았는 데 비하여, 오늘날의 동학-천도교 구성원들은 당대의 지식이나 담론들로부터 여러 발자국 비껴나서 자폐적인(교리-교사의 되풀이) 상황에 처해 있음을 지적하였습니다. (4) 그러면서도, <개벽> 창간 100주년 기념행사나 ‘개벽’ ‘다시개벽’ 시대에 대한 우리의 고민과 노력은 단지 ‘동학-천도교’인이나 ‘천도교청년’만의 일이 아니라, 이 시대 우리 인류와 생명계 전체의 일에 관한 것이므로, 당당함과 자신감, 책임감과 중압감을 함께 느끼며 힘차게 나아가자고 의기투합하였습니다. (5) 특히 개벽하는사람들 옆줄에서 서로를 느끼며 개벽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는 ‘개벽청년(개벽학당)’이나 ‘개벽포럼’ ‘개벽대학으로서의 원광대학교’ 등등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그들과 연대 – 연계 – 상부상조 하는 방법도 함께 모색하고 실천(품앗이)하자는 이야기기도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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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오는 8월 27일의 이벤트(?)를 잘 홍보하여, <개벽>창간 100주년에 대한 기대감을 1차로 폭발시키며, 관심을 드높이고, 참여를 확산하는 계기로 삼자는 이야기를 하며, 좋이 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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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 창간호를 읽고, 독서공방을 하면서 가장 새삼스럽게, 느꺼이 다가왔던 것은 99년 전 개벽을 창간하던 '개벽청년'들의 '마음'이었습니다. 그 마음을 내 마음에 살려 모시고, 그 뜻을 내 몸에 모시어 살리고, 그 꿈을 우리 일로써 모시고 살려서 개벽세상으로 나아가자 하는 포부와 당부와 자부를 함께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개벽하는사람들 모임은 7월 중 개최됩니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참여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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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 오늘 개벽창간 99주년의 날을 맞아, 개벽하는사람을 김인환 상임대표를 비롯한 여러 분들은 춘천에 있는 <차상찬문고>(개벽지를 비롯한 개벽사 간행 잡지를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유함 사설 박물관-전시장)과 차상찬동상 참례(춘천 소양강변 공원... 개벽사 편집 주간을 오랫동안 역임한 차상찬 선생의 고향이 춘천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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