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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ul 01. 2019

개벽 오시는 길

개벽통문-030

해월 최시형 선생에게 제자들이 물었다. 
“어느 때에 도가 세상에 드러나겠습니까.” 
해월 선생이 대답하시기를 
“산이 다 검게 변하고 길에 다 비단을 펼 때요, 
만국과 교역할 때이니라.” 


...

제자들이 이 질문을 한 때는, 동학농민혁명이 좌절되면서 수십만의 희생을 치르고, 해월 최시형 선생과 그 제자들은 산지사방 흩어져 도망 다니면서, 오늘 잡힐지 내일 죽을지 알지 못하던, 고난이 극에 달한 때였다. 해월 선생의 모호한(?) 답변이 못내 흔쾌하지 않았던 제자들이 다시 물었다.  

“어느 때에 이같이 되겠습니까.” 
해월 선생은 다시 대답하였다. 
“때는 그 때가 있으니 마음을 급히 하지 말라. 
기다리지 아니하여도 자연히 오리니, 
만국병마가 우리나라 땅에 왔다가 후퇴하는 때이니라.”


이 말씀은 그러므로, 어떠한 고난이라도 물러날 때가 있음을 말하며 마음을 다독이는 위로이자 치유의 말씀이다.


지난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만남과 월경도 감격스러웠지만, 이번 이벤트(면 어떤가) 또한
허허, 감격스럽다. 
이런 게 개벽이다. 
트럼프가 저 선을 넘는다는 것은
이미 저 강고한 선이 또 한번 무너진다는 것
한반도에 와 있던 만국병마의 한귀퉁이가 우수수 무너져 
후퇴한다는 것!
그 후퇴의 광경을 나는, 본다.


'만국병마가 우리나라 땅에 왔다가 후퇴하는 때'란
"개벽의 날"에 다름 아니다.


그 개벽날은 미래 어느 날 어느 때에 오는 것인가?
'산이 검게 변하고 길에 비다는 펼 때'
'만국병마가 우리나라 땅에서 후퇴하는 때'는
미래의 어느날에 비로소 오는 것인가?


눈에 보이는 바로는 그렇다고 할 수 있으나
개벽이 그렇게 '초보적인 것'은 아니다. [불연기연]


그동안 이 말을 이해할 때는
'만국병마가 후퇴'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우리가 이제부터 읽어야 할 뜻은
"때"라는 것 "마음을 조급히 하지 않는 것"
그리고 모든 일이 자연히 이루어지는 (무위이화)의 이치이다.
눈을 밖으로만 향하지 아니하고
안으로 향할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후천, 다시) 개벽은 지금 여기에 이미 와 있다.
그 개벽을 사는 이는 개벽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요
개벽을 깨닫지 못하고, 개벽을 외면하고 
과거로, 아집으로, 수구로, 집착으로, 증오로, 무명(無明)으로
치달아 가는 사람은 영영 선천의 낡은 틀에 사로잡혀  살아갈 뿐이다.


동학은 믿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듯이
개벽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개벽을 살고
개벽을 하고, 개벽을 놀고, 개벽을 춤추는 것이다...


가장 절망의 때에도
가장 비통의 때에도
가장 분노의 때에도
개벽을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
개벽하는 사람들, 개벽청년, 개벽사람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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