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의 철학, 동학을 다시 읽는다 -
제2절 물심양론(物心兩論)의 쟁점
앞에서 유물론·유심론 양자의 인식 방법을 말하였거니와 다시 이 양자의 쟁점이 어디 있는가 잠깐 소개하여 본다.
우선 유물론은 다물질만을 긍정하는 이론이므로 물질 이외에는 무엇이든지 인정치 아니한다. 우주와 세계는 물질 및 물질의 힘의 결과로 이루어졌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원래 유물론은, 철학의 발전 역사로 보면 가장 오래된 이론이다. 예를 들면 고대 희랍(希臘)에서는 물(水), 불(火) 혹은 공기(空氣) 같은 물질이 우주의 본질이라 말한 학설이 여러 종류이며, 고대 인도철학에도 지(地)·수(水)·화(火)·풍(風)·공(空)을 세계 생성의 원소라 논하여 지론사(地論師), 화론사(火論師), 복수론사(服水論師), 구력론사(口力論師) 같은 학파(學派)까지 있었으며 중국에도 금목수화토설(金木水火土說=오행설) 팔괘설(八卦說) 같은 것이 다 유물론에 속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어쨌든 유물론의 역사로 본다면 사람은 먼저 외부에 나타난 물질로부터 우주가 생성되었다고 보고 그 조건을 증명코자 한 것은 사실이다. 근대에 이르러 유물론 세력을 도와준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과학의 발달이라 볼 수 있는데 근대과학은 물리·화학의 발달과 아울러 물질의 근저 및 우주진화의 원칙을 탐구하여 거기서 얻은 것이 우주의 실재는 확실히 물질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1. 유물론의 근원론
우주의 근저가 어찌하여 물질뿐이냐 하는 것을 유물론의 주장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물론 측에서 가장 잘 내세우는 말은 물질이 먼저 있었느냐 마음이 먼저 있었느냐 하는 전제조건이다. 여기에는 누구든지 우주 생성과 세계 생성의 단계로 보아 물질이 정신보다 먼저 있었다는 것은 증명된다. 우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보더라도 최초에는 무섭게 뜨거운 열구(熱球)였다. 그러므로 거기에는 물론 생물이 없었을 것이요 따라서 생명이 없었을 것으므로 정신이 있었을 리가 만무하였던 것이다.
열구가 점차 냉각함에 따라 적당한 시기에 유기물(有機物)이 생기고 원형질의 생물이 나타났다. 생물진화의 법칙에 의하여 점차 고등동물이 생겨서 정신작용도 따라서 나오게 된 것이다. 즉 물질의 조직이 고도화되면서 정신의 운동이 생기게 된 것을 진화의 원리로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물질이 정신보다 먼저 있었고 물질이 정신을 낳았다고 하는 말이다.
둘째는 뇌세포조직설(腦細胞組織說)로 말하는 것이니, 우리가 정신이라 하고 마음이라 하는 것은 우리 오관에 의한 감각에서 생기는 것인데, 우리 감각은 어디서부터 생기느냐 하면 순연(純然)한 뇌세포 조직의 화학적 작용인 것을 해부학상으로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뇌의 회백소(灰白素=단백질?)에는 중추감관(中樞感官)의 사좌(四坐; 감관의 內界)가 존재하는데, 사좌란 즉 정상뇌엽(頂上腦葉)에 있는 청각중추(聽覺中樞)이다. 이 사개중추(四個中樞)에 정신생활의 기관(器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제 이 기관들의 병리연구(病理硏究)에서 얻은 증명을 들어 보면 뇌피층(腦皮層)의 일부분이 병으로 결손(缺損)이 생기는 경우에는 뇌의 활동은 어느 정도까지 제한을 받는데, 시신경 관련 세포가 손상되면 시력을 잃어버리고 청신경에 관련 세포가 손상되면 청력을 잃어버리는 것은 우리가 일상 경험으로 아는 일이다.
만일 우리 감각이 정신의 독점존재(獨占存在)로부터 생겼다면 어떤 부분의 기관이 상한다 할지라도 정신의 능력으로 그것을 고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신으로서 불가능한 것을 보아 정신의 독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는 운동의 힘이니, 우주적 운동 및 세계 내 인간(人生)의 운동은 물체의 기계적 역학적 원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動]이요 결코 그 이외에 다른 신비적 정신체가 있어 그를 지배하는 것이 아님을 과학이 알아냈다는 것이다. 설사 과학으로 아직 알지 못할 부분이 있다 할지라도 그것은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장차 해명하게 될 것이요, 아직 과학으로서 얻지 못한 원리는 본래 말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결과로 유물론에서 보는 세계관이란 경험의 세계 물질의 세계만이 진실한 실재적 본체가 된다는 것이다.
(다음에, 2. 유심론의 근원론으로 이어집니다.)
* [편역자 주1] 신인철학은 윤노빈의 신생철학을 낳았다. 신인철학 다음으로, 신생철학을 읽어보아야겠다. (16.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