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전환과 순환 그리고 개벽(1)

동학에서 찾아보는 전환의 의미

by 소걸음

1. 동학의 전환 = 개벽


최근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전망하고 기획하는 화두가 ‘전환’이라는 말로 집약되고 있다. 전환에 관한 담론은 다양한 차원에서 다양한 주제와 형식으로 진행되는 중이다.


예컨대 이제 미래가 아닌 현실이 된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은 가정 내의 가전제품은 물론 개인이 의식주 생활, 사회생활과 일거수일투족에서 접하는 사물들이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 정보를 축적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구현하는 꿈과 같은 세상이 곧 다가올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가 하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신세계를 열어주리라는 기대와 아울러 인류를 멸망시킬 제1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그동안은 이상기후나 혜성충돌 같은 것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전환을 어떻게 정의하고, 그것이 나와 우리에게 끼칠 영향이 어떨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대전환’이 시작되었고, 진행 중이며, 곧 가시적인 결과들이 우리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러한 차원의 ‘전환’은 이미 150여 년 전 동학에서도 예견되었다.


동학에서 전환을 적시하는 단어는 단연 ‘개벽’이다.

수운 선생의 동학 창도의 출발점이자 귀결점은 바로 이것이다.


“십이제국(十二諸國) 괴질운수(怪疾運數) 다시 개벽開闢 아닐런가(「안심가」, 「몽중노소문답가」).”


훗날 의암 손병희 선생도 이렇게 말씀하셨다.


“천지의 기수로 보면 지금은 일 년의 가을이요, 하루의 저녁때와 같은 세계라. 물질의 복잡한 것과 공기의 부패한 것이 그 극도에 이르렀으니, 이 사이에 있는 우리 사람인들 어찌 홀로 편안히 살 수 있겠는가. 큰 시기가 한번 바뀔 때가 눈앞에 닥쳤도다(「人與物開闢說」).”


십이제국은 ‘온 세상’이라고 보면 된다. 괴질운수란 인간의 지식으로 따라 잡을 수 없는 질병과 재난과 ‘붕괴’의 상황을 말한다.


한때의 암이나 에이즈처럼 ‘불치의 질병’은 물론이고, 아직 그 원인과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질병이 존재한다. 최근의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처럼 결국 치료법을 찾게 되더라도, 그 사이에 수많은 목숨들을 잃게 되는 것이 괴질이다.


이를 좀 더 범위를 넓혀서 말하자면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폭력과 약탈적 행위들은 물론이고, 그리고 ‘합법적’이고 따라서 정당하며, 심지어 인간 사회의 성장발전의 원동력으로 찬양되기까지 하는 경쟁적 ‘경제활동’도 실은 인간이 자초하거나 인위적으로 조장하는 ‘괴질’이라 할 수 있다. 인간(생명)의 존엄을 갉아 먹는 인조괴질인 셈이다.


(다음 "2. 개벽은 혁명이 아닌 순환지리"에 계속)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동학, 더불어 삶을 가르치다(10.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