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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an 15. 2020

동학의 동귀일체 사상 연구

-박길수 / 석사학위논문

[필자 주] 입학한지 9년만에 졸업논문(석사)을 썼습니다. 아래는 결론부분입니다. 



동학의 동귀일체(同歸一體) 사상 연구



1. 논문의 출발점 : 새로운 세계관과 문명 


이 논문은 동학의 창도 목적과 그 궁극적 지향(宗旨)은 동귀일체라고 보고 그 사상적 의의를 규명코자 하였다. 그동안의 동학 연구는 교육학․국문학․사회학․역사학․정치학․종교학․철학 등의 여러 개별 학문 분야에 걸쳐서 다양한 그 성과를 축적하였다. 그러나 ‘동학혁명’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적 측면에 치우치거나 동학사상을 시대적 과제에 새롭게 조응할 수 있게 하는 해석학적 관점과 태도가 부재하다는 한계도 노정하였다. 이 논문은 그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대안적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즉 동학 창도의 목적이라는 출발선과 궁극적 이상향이라는 도착지를 중심으로 이해할 때, 동학사상의 핵심은 동귀일체라고 보고 이를 천착하였다. 


동귀일체 사상이란 한마디로, 이 세상 만물은 한울님의 소산(所産)이요 화생(化生)이므로, 그 근본을 깨닫고, 잃지 말고, 잊지 말고 사람과 사람은 물론이고, 사람과 한울, 사람과 만물이 모두 공생하고 공감하고 공공하며 살아가자는 사상이다. 그렇게 해서 열리는 세상이야말로 '지상천국'의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선천과 후천이 갈아드는 문명사적 전환기에 대안적 사상(후천개벽)을 표방하고 나선 동학은 창도 초창기의 극적인 성장과 쇠락을 겪고, 오늘날 그 존재감마저 미미해졌다. 그러나 동귀일체 사상의 맥락에서 동학의 역사를 재해석하고, 그 사상의 제 요소를 재정위하면 동학에는 여전히 시대적, 전 지구적 위기상황에 대한 유효한 철학적 화두가 잠재해 있다.


오늘의 세계 위기는 근대 과학의 패러다임으로부터 비롯된다. 그 패러다임은 '주체와 객체의 분리나 인간과 자연의 분리를 핵심으로 하는 이원론적인 세계관'이라는 문제의식이 그 출발점이다. 여기서 이원론적인 세계관이란 단지 주체와 대상을 이원적으로 바라볼 뿐만이 아니라 한울님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이 모두 개별적이며 절대적인 타자로서 존재한다고 보는, 각자위심으로 귀결되는 세계관을 말한다. 


이에 반해 동학사상은 사람과 만물 안에 한울님이 내재하면서 또한 사람과 만물이 바로 한울님 안에서 존재한다는 동귀일체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이는 근대 생태주의 패러다임과 상통하는바, 주체와 객체의 상호작용, 인간과 자연의 비분리, 순환적 시간관과 인과관계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응하는 동학적인 표현이 ‘동귀일체 사상’이다. 동귀일체 사상은 단순히 세계의 존재 방식에 대한 고정적이고 일회적인 정의가 아니라, 끊임없이 화생하고 환원하는 현상계와 본체계의 존재방식을 통일적이고 영속적으로 말해준다.


이러한 동귀일체 사상은 동학사상의 여러 철학적 용어들을 통해 다양하게 표현되었다. 이 논문은 그러한 다양한 개념에 일관되게 관철되는 동귀일체 사상의 내용과 의미를 새롭게 파악함으로써, 오늘날 파편화되고 다원화된 채 갈등과 분열을 거듭하는 현대사회와, 그로 인한 지구촌 공멸 위기를 치유할 대안사상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목적을 수행하고자 이 논문은 다음과 같은 구성으로 논리를 전개하고(본문) 결론을 도출하였다.


3.  제2장 각자위심(各自爲心)의 인간(人間)과 세계(世界)


수운이 인간과 세계의 과제상황을 '각자위심'으로 설정하게 된 배경을 무위이화의 시대와 경천명순천리 시대를 거쳐 근대의 각자위심의 시대에 이르는 시대구분을 전제로 하여 고찰하였다. 수운은 자신의 당대에 각자위심이 만연하게 된 것이 당대의 혼돈과 고통의 근원이라고 보았다. 


각자위심은 첫째, 천리를 따르지 않고 천명을 돌아보지 않는 인간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다. 

둘째, 각자위심은 마음과 기운이 바르지 못하고 또 안정되지 못하여 옮기거나 수시로 뒤바뀌는 마음이다. 

셋째, 또 각자위심은 이러한 불안정함으로 말미암아 세상 사람들이 각자도생을 추구하여 사회의 혼란을 부추기거나 나만 옳고 너는 잘못되었다는 자시지벽에 사로잡혀 갈등을 증폭시키는 마음이다. 

넷째, 각자위심은 사람과 만물이 한울님인 천지부모로부터 화생하였다는 존재의 근본을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것으로 이에 따라 사람과 만물을 대함에 있어서나 일용행사에서 한울님을 모시고 섬기며, 천지부모에 효도하는 태도를 지키지 못하게 하는 마음이다. 


4. 제3장 각자위심(各自爲心)에서 동귀일체(同歸一體)로의 전환(轉換)


이러한 각자위심으로부터 동귀일체의 상태를 회복하는 절차를 궁구하기 위하여, 동귀일체와 수도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수운의 「팔절」과 이를 수도 방법의 요체로서 해설한 해월의 「수도법」을 중심으로 그 의미를 살폈다. 


먼저 동학사상에서 「팔절」과 「수도법」의 위상을 살피고, 그 구조를 분석하였다. 「팔절」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 각각 만물화생의 근본을 밝힌 명덕명도(明德命道)와 만물로 화생한 이후에 다시 그 근본으로 돌아가는 절차 노정을 밝힌 성경외심(誠敬畏心)으로 구성되었으며, 다시 이를 전후 두 번에 걸쳐 되풀이하여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를 통해서 한울님은 명덕(明德)과 명명(明命)과 명도(明道)로서 사람과 만물을 화생한 근본, 즉 동귀일체의 본체라는 점을 밝혔다. 또 사람이 각자위심에서 다시 동귀일체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성심(誠心)과 경심(敬心)과 외심(畏心)을 지키고 닦아야 한다는 것을 밝혔다. 


「수도법」은 해월이 「팔절」을 분석하고 해설하면서 그 의미를 재조명한 것으로 해월은 「팔절」이 동학 수도의 요체임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팔절」의 이치에 따른 수도는 한울과 사람과 만물이 모두 일체임을 깨닫고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논증하여 「팔절」이 각자위심에서 동귀일체로 나아가는 덕목임을 밝혔다. 「팔절」에서 직접 드러나는 수도의 덕목은 경외지심이다. 그런데 이것은 대인접물과 연계되어, 일반적으로 동학 수도론의 요체라고 하는 수심정기의 구체적인 내용을 뒷받침하는 마음가짐으로 자리매김 됨을 밝혔다. 


5. 제4장 동귀일체(同歸一體) 사상(思想)의 내용(內容)과 의의(意義) 


이상의 논의를 기초로 해서 ‘동귀일체 사상’의 정립을 시도하였다. 


1절에서는 우선 동귀일체 사상의 출발점이자 근본적인 의미로서, 인물(人物, 사람과 만물)과 한울님의 동귀일체를 의미하는 시천주 사상을 살폈다. (養天主)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물물사사(物物事事)가 모두 한울님이라는 것, 그러므로 인간이 경천과 경물과 경인으로써 그 존재를 온전히 드러내는 실천을 하게 됨을 적시하였다. 

또 양천주란 곧 천지부모인 한울님을 심고와 식고로써 효양하는 것이라는 점, 천지부모설이 동귀일체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점을 논구하였다. 천지부모설의 근거와 내용, 그리고 이때의 심고와 식고는 곧 천지부모의 품안에서 동귀일체하는 삶의 자세임을 밝혔다. 그렇게 될 때 만사지로써 동귀일체를 체감하고 체득하고 각득하는 경지에 이르게 됨을 논구하였다. 특히 만사지라는 충분조건을 구현하는 필요조건은 오감에 구애된 물욕을 제거하고 물욕에 구애되어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도리를 투득하는 참회(懺悔)가 그 출발점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3절에서는 동귀일체의 삶을 살아가며 실천하는 것과 그것을 통해 도달하는 이상향으로서의 지상천국을 포괄하는 체천주 사상을 논구하였다.(體天主)

즉 인간이 자기 삶에서 동귀일체의 효능을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기제로서 한울님 마음이 곧 사람의 마음이라는 오심즉여심과 귀신자오(鬼神者吾)의 의미를 살폈다. 

근본적으로 한울님의 마음과 기운이 곧 사람의 마음과 기운과 상통하므로 사람이 마음이 기쁘고, 기운을 바르게 하여 살아가는 것이 곧 한울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천지를 바르게 함으로써 이 세계의 안녕과 평화를 가져옴을 밝혔다. 

한울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람과 만물이 공감이라는 개념어로 서로에게 한울님의 마음과 기운을 베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공감이 사회적이고 우주적인 차원에서 공화로 나타난다. 

끝으로 동학의 이상향으로서 군자공동체와 지상천국을 이루는 기본 원리가 동귀일체이며, 그에 이르는 것이 동귀일체 사상의 궁극적 목표라는 점을 밝혀 동귀일체 사상의 구조적 완결성을 구축하고자 하였다. 


6. 덧붙이는 말 


오늘날 물질과학 문명의 비대칭적 성왕(盛旺)과 더불어 인간소외와 사회적인 갈등이 비등하고 불평등이 심화하며, 전 세계적으로 물질문명의 극성과 인간의 각자위심적인 삶의 자세 때문에 기후위기 등이 고조되면서 동학사상을 새롭게 주목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이때 동학은 어떠한 새로운 면목으로 현대인의 요구에 응답해야 하는가가 이 글의 출발점이다. 


이 논문에서는 동학이 창도할 당시에 핵심적인 과제 상황은 ‘각자위심’의 세태였고, 그것은 다양한 변주를 거치면서 오늘날에도 여전이 개인과 사회와 국가, 나아가 전 지구적 문제의 원인을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이라는 점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리하여 동학에서 ‘각자위심’의 해법으로 제시된 ‘동귀일체 사상’이 오늘의 위기에 대한 극적인 응답이 된다는 점을 밝혔고, 그 과정에서 동귀일체의 관점으로 동학사상 전반을 재구성하고 재조명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동학 창도기인 수운 재세시나 해월이 민중들의 삶속에 녹아들어 동학을 펴던 당시만 하더라도, ‘천지부모에게 효도함’ ‘밥 한 그릇의 이치를 아는 것’으로 동귀일체의 의미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당시에 ‘효’는 ‘절대가치’와 동일시되었고, ‘밥 한 그릇’은 ‘만물만인만사’의 ‘공동(共働)’과 은덕의 결실임을 누구나 알 수 있는 생활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우리 삶이 ‘효’와 ‘밥 한 그릇의 이치’로부터 멀어진 지금, 동귀일체 사상은 동학을 ‘다시 동학하는 데’에 긴요한, 우리 시대 동학의 종지(宗旨)라 할 수 있다. 


동귀일체 사상은 물론이고 동학사상의 제 요소들은 전대미문, 평지돌출의 사상이라기보다는 동서고금의 성현들의 가르침 속에 이미 내재해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러나 동학사상의 핵심은 단순히 전통적인 제 사상의 답습이나 종합이 아니다. 즉 동학사상은 이 우주 전 존재가 한편으로 초월적이며 기화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내재적이며 영명한 불연기연의 존재라는 대각으로써 시작되었다. 


이것은 새로운 우주를 탄생시키는 선천 천지개벽으로서의 빅뱅과 같은 위력을 갖는 깨달음이다. 그 깨달음은 “(내가 내 자식의) 부모가 되어 보니 (나를 낳아 주신)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된다”는 말처럼 최령자(最靈者)로서의 인간의 인지력이 한울님 화생과 그 화생에 보은하는 진리를 투득(透得)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또 그것은 선천 시대를 후천 시대로 다시 개벽할 수 있을 만큼의 기운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동학은 후천 다시 개벽의 운수를 천명(闡明)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운(時運) 덕분으로 이 세계를 동귀일체 사상과 같은 입장으로 과학하고 철학하는 것은 이제 동학사상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성을 띠어 가고 있다. 그것은 다시 개벽 시대에 들어 비로소 창발한 것도 있고, 전통적인 종교, 사상, 철학 속에 내재해 있던 사상 요소와 측면을 새롭게 주목하여 재발견한 것도 있다. 사실은 창발(創發)과 재조명(再照明) 자체가 둘이 아니라 하나이다. 세상 모든 이치와 일이 무궁에서 비롯하여 무궁으로 흘러갈 뿐이기 때문이다. 그조차 시운(時運) 덕분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동학의 동귀일체 사상은 그 시운을 가장 먼저 읽고, 가장 극적이면서도 천인합발(天人合發)의 방식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은 그 정체성조차 도전을 받고, 인간이 사회는 물론 사물과 관계 맺는 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혁이 일어나고 있으며, 인간과 우주와의 관계 또는 우주 내에서 인간의 위치 등이 지금까지와는 판연히 달라지는 변화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동학의 동귀일체 사상은 이러한 현대사회의 급격한 변화가 야기하는 혼돈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위기상황을 넘어서게 하며, 한 차원 더 높게 인간 자신의 의의를 고양하고, 무궁한 생명세계 전체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철학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목 차 >

 

1章 序論  .......................................................................................................................    1

 1. 硏究目的  .............................................................................................. ......................    1

 2. 硏究方法  .....................................................................................................................    7

2章 各自爲心의 人間과 世界  .........................................................................................   11

 1. 水雲의 課題狀況과 各自爲心  .......................................................................................   11

 2. 한울님에 대한 各自爲心  ...............................................................................................   17

 3. 世界 속에서의 各自爲心  ..............................................................................................    24

 4. 人間과 人間의 各自爲心  ..............................................................................................   30  

3章 各自爲心에서 同歸一體로의 轉換  ...........................................................................   35

 1. 「八節」과 「修道法」의 位相  ..........................................................................................   35 

 2. 明德命道와 同歸一體의 本體  .......................................................................................  41 

 3. 誠敬畏心과 同歸一體의 修道 ........................................................................................  48

 4. 「修道法」을 通해서 본 東學의 修道  ...............................................................................  56 

4章 同歸一體 思想의 內容과 意義  .................................................................................  70

 1. 侍天主, 人物과 한울님의 同歸一體  ...............................................................................  70 

 2. 養天主, 人間間, 人物間의 同歸一體  .............................................................................  90 

 3. 體天主, 同歸一體의 實踐과 理想鄕  ............................................................................. 114 

5章 結論  ..................................................................................................................... 153

참고문헌 .......................................................................................................................... 159

Abstracts .......................................................................................................................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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