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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May 24. 2016

다시 읽는 신인철학(33)

오래된 미래의 철학, 동학 다시 읽기

제3절 인간의 정신精神 


신정신철학(新精神哲學)의 대표자인 오이켄(1846-1926)*은 이렇게 말하였다. 


"발달의 저급한 단계에 있어서는 인간은 실로 자연아(自然兒)였다. 저들의 생활의 표준은 한결같이 자연에 순응함이었다. 저들의 노력은 오직 자연의 욕구에 만족하기 위해서만 필요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 까지든지 자연생활에만 만족할 동물이 아니다. 다만 외계에 순응하여 물질적 생활에서 만족을 구하는 경계에 멈추어 있지 않고 나아가 높은 이상을 묘출(描出)하여 그 실현에 힘을 다하게 되었다. 

즉 자연생활 외에 정신생활의 영역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하여 이 정신생활은 당초부터 자연생활과 병존(竝存)한 것도 아니며 또는 자연생활로부터 파생한 것도 아닌 동시에 자연생활이 진보하여 정신생활이 된 것도 아니다. 자연생활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어서 그 법칙의 제한을 초월하기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정신생활은 인간이든지 자연이든지를 아울러 떠난 독립한 생활인데, 즉 일체를 감싸안은[包藏] 바 우주생활 중의 한 단계로 거기에서 자연생활이 나게 되고 정신생활이 나게 된 것이다. 

우주생활은 자연생활의 낮은 단계로부터 정신생활의 높은 단계로 옮겨감에 의하여 자기 전개를 이룩한 것이다. 그리하여 자연생활의 발전이 전부 이루어진 뒤가 아니면 다음 단계인 정신생활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자연생활의 발전이 그 극도에 달한 때에야 정신생활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마침내 그 시대의 경역(境域)에 들었다 할 수 있다. 즉 인간은 동물계 자연생활의 권내에 있는 자의 일원으로서 그 본능 그 욕망 그 계단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편[一邊]으로 이러한 자연생활을 초월한 정신생활의 요동을 그 뇌저(腦底)에 느끼게 된 시대이다.

여기서 자연생활과 정신생활의 투쟁과 충돌이 일어난다. 바꾸어 말하면 자연생활에 대하여 정신생활이 해방의 제일 봉화를 들고 격렬한 전투를 개시코저 하는 것이다.

이와같이 우주적 정신생활이 인간의 의식에 의하여 표현이 되고 정신적 요구 즉 이상이 우리[吾人]의 마음에 대두(擡頭)되었다. 그리하여 이러한 이상은 우리의 내부에 있으면서 또는 '우리-이상'의 실재에 그 기초를 둔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우리의 것인 동시에 '우리-이상'의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자연의 지배를 떠나 정신의 지배에 대하게 되고 지금까지 우리의 생활이 자연에 있다고 생각하던 것이 도리어 정신에 있다고 인정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생활의 진화 발달의 자취를 밝히게 된 것이다. 인간생활의 직접적 근저가 차례차례로 자연생활에서 정신생활로 옮겨온 경로를 보여준 것이다. 즉 외계(자연)로부터 내계(정신)를 규정하는 경향이 차례로 쇠(衰)해지고, 내계(정신)로부터 외계(자연)를 고찰하고 체험코저 하는 경향이 나게 된 것이다."


이상에 말한 오이켄의 신정신철학은 우주 발전의 최종점을 정신생활로 인정하고 그 우주적 정신생활의 인간의 의식에 의하여 나타난 것을 체계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우리는 이 정신철학과 또는 베르그송의 생명철학 등에 의하여 현대의 인간, 즉 최근의 인간은 얼마나 인내천적 사상을 동경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수운은 이러한 경향을 예언하여 "산하대운(山河大運)이 진귀차도(盡歸此道)라" 하였고 "시 세상의 운수[此世之運]은 세상과 더불어 한가지로 돌아간다[與世同歸라]" 하였으며 "억조창생(億兆蒼生) 많은 사람 동귀일체(同歸一體)하는 줄을 너희 어찌 알까보냐" 하였다.


이만하면 우리는 인간에 대한 우주의 지위가 얼마만한 것인가를 알 수 있고 인내천주의가 얼마만한 최신의 이상을 가지고 세계에 나타났는가를 알 수 있다. 나아가 이 주의에 의하여 인간격이 점차로 수운생활의 표현을 명확하고 철저하게 도와 줄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인간들아, 노력하라. 우주 대생명의 용차(龍車)를 타고 전진하라. 

너의 광명(光明)은 이곳에 있다.


(다음 "제4장 생사문제"에 계속)


*[편역자 주] 오이켄(1846.1.5~1926.9.16). 독일의 철학자. ‘생의 철학’의 대표자로 꼽혀 많은 저작으로 이상주의적인 생의 철학을 옹호·발전시켰다. 노벨문학상(1908) 수상.《대사상가의 인생관》(1890) 《정신적 생활 내용을 위한 투쟁》(1896) 《삶의 의미와 가치》(1908) 등의 저서가 있음 

네덜란드 동(東)프리슬란트주 아우리히 출생. 괴팅겐대학교·베를린대학교에서 배운 후 바젤대학교와 예나대학교의 교수를 역임하였다. 19세기 후반에 유럽을 지배하던 실증주의와 유물론의 경향에 대하여 신이상주의의 입장에 서서 현대 인류의 정신적 생활 전체를 포착하여, 물질문명의 그물에 걸린 중압감에 허덕이는 인간의 삶을 회복하는 일이 그 철학의 목표였다.

H.베르그송, W.딜타이 등과 더불어 ‘생의 철학’의 대표자로 꼽혀 ‘많은 저작으로 이상주의적인 생의 철학을 옹호·발전시켰으며, 그 서술에서 풍기는 따뜻함과 박력’으로 190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주요저서에는 《대사상가의 인생관 Die Lebensanschauungen der grossen Denker》(1890) 《정신적 생활 내용을 위한 투쟁 Der Kampf um einengeistigen Lebensinhalt》(1896) 《삶의 의미와 가치 Der Sinn und Wert des Lebens》(1908) 등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오이켄 [Rudolf Christoph Eucken]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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