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의 철학, 동학 다시 읽기
[제2편 인생관 / 제4장 생사문제 / 제1절 종교적 의식으로 본 사후관에 이어]
생물학중에 제일 흥미있는 문제는 유전설이며, 이것을 과학적 사후관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유전설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누구든지 쉽게 알 만한 일은 부모-친자 사이에는 어디인가 다소 서로 닮은[相似] 점을 발견할 수 있으니 그 용모, 그 거동, 그 성격과 버릇[性癖] 등에서 한번에 보기[一見]에 서로 공통한 점이 나타나고야 만다. 그리하여 같은 부모 사이에 생긴 형제자매에도 반드시 어디인가 서로 닮은 점이 있는 것은 상식으로 알아낼 수 있다.
이로써 보면 유전의 사실은 누구든지 쉽게 인정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부모 혹은 선조의 성질이 어찌하여 유전하는가 하는 점에 있어서는 종래 학자 간에 격렬한 논쟁이 있고 지금까지도 논쟁하는 중에 있다. 그리하여 그 논쟁파 중에서 라마르크파와 신다윈파의 둘을 그 대표자로 들 수 있다.
(1)라마르크의 용불용설
우선 라마르크파의 말을 들어 보면 그들은 유전적 원리를 사조(四條)로 나눈다.
첫째, 생물의 환경에 일어나는 모든 변화는 그 생물에 대하여 새로운 필요를 불러 일으킨다.
둘째, 이러한 신필요의 결과로 그 생물은 약간의 신 습관을 취득하고, 또 약간의 구 습관을 버린다. 그리하여 이러한 신필요, 신습관은 그 생물 신체에 신기관을 생기게 한다.
셋째, 기관의 발달 혹은 그 위축소실(萎縮消失)은 사용 혹은 불사용에 기인한다.
넷째, 생물이 그 생애 중에 획득한 사용 또는 불사용의 결과는 유전에 의하여 그 자손에게 전한다.
이로써 보면 다윈의 자연도태라는 것은 생물 진화의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없고, 자연도태가 생기기 전에 이미 그 기관의 사용 혹은 불사용에 의한 변화가 생겨나게 된다 할 수 있다. 그리하여 그 변화가 유전에 의하여 전승누적(傳承累積)함에 따라 처음으로 진화가 행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편역자 주] 이 '용불용설'은 오늘날 '오류'로 판명되었다.
라마르크설(용불용설)에 대하여 맹렬한 공격을 가한 자는 신다윈파라 할 수 있는데, 그들은 생물이 그 생애에 획득한 성질의 유전을 부인하였다. 이 파의 주인공으로는 독일의 와이스만을 들 수 있다.
(2)신다윈파의 사후관
그는 일찍이 '생명의 계속'이란 제목 아래서 일대 강연을 실시하여 학계의 주의를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1883년에는 '생과 사'라는 문제로 다시 일대 강연을 실시하였다. 그의 2대 강연은 그의 학설의 근간일 뿐 아니라 유전 문제에 일대 혁신이 되었다. 그런데 원래 이 2대 강연은 생물의 죽음[死] 문제가 그 목적이므로 이로써 과학적 생사관을 대표하여 볼 수 있다.
원래 그 당시 다수의 학자들은 죽음의 원인을 유기적 환경의 영향에서 구하였다. 즉 생물의 생명은 그 유기적 환경의 힘 때문에 서서히 소모하여 드디어 고사함에 이르는 것이라 하였다.
이 통설에 대하여 어떤 학자는 "만일 죽음 문제가 이 설과 같을진대 생물 개체는 그 생존의 처음부터 끊임없이[不絶] 그 유기력이 즐어들어 갈[減損] 것이 아니냐" 하는 반대가 있어 왔다. 물론 생물의 신체는 주위 환경의 영향에 의하여 소모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비록 소모하는 원인이 있을지라도 어떤 단계까지는 그 체력이 소모되어 줄어들지[減損] 아니하고 도리어 증대하는 것은 역시 생물에 두루 있는 현상[通有現象]이라 할 수 있으므로, 와이스만은 이 점에 착안하여 과학적으로 생사를 시험하고자 하였다.
('2. 신다윈파의 사후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