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0009 : <한국 근대 개벽종교를 공공하다> 중에서
동학은 우주를, 그리고 인간과 만물을 생명의 차원에서 바라본다.
그래서 거기에는 기의 서열이 없다. 즉 존재의 우열이 없다[無別].
왜냐하면 생명은 다 같이 동등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학에서는 ‘존재의 서열화’가 없고, 만물이 가치적으로 평등하며, 사물일지라도 인격성을 띤다.
최시형의 경인(敬人)이나 경물(敬物) 사상은 이러한 만물의 평등성과 인격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
우주적 생명력으로서의 하늘을 모시고 있고,
그래서 가치적으로 평등한 자연인을 최시형은 ‘천인’, 즉 ‘하늘사람’이라고 불렀다.
천인은 도덕적으로 또는 제도적으로 규정되기 이전의 본래의 인간을 말한다.
천인의 모티브는 멀리 단군신화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왜냐하면 단군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신(天神) 환웅과
땅에 살고 있는 인간 웅녀의 결합으로 태어난 반신반인(半神半人)의 천인으로,
동방의 시조로까지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천인이야말로 중국의 성인보다
한국인의 이상적 인간관에 더 부합하였다고 할 수 있다.
동학은 이러한 ‘하늘사람’의 모티브에 생명론적 해석을 가미하여
생명적 인간관을 탄생시켰다."
(<근대 한국 개벽종교를 공공하다> - 동학이 그린 공공세계(조성환) - 154~1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