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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Dec 04. 2020

다시 [개벽]을 열며

잠깐독서0024 - [다시개벽] 2020년 겨울호(창간호)


([개벽] 창간호(1920.6.25)) 목차에서 유독 큰 글씨로 되어 있는 항목이 눈에 띈다. 

다른 글자의 서너 배는 족히 되어 보인다. 


<세계를 알라>와 <인내천의 연구>(이돈화), 그리고 <근대 노동문제의 참뜻>(우영생)이 그것이다. 

이 커다란 제목의 글로부터 [개벽] 편집위원들의 주된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세계를 알라>에서는 천도교의 세계주의적 지향성을, <인내천의 연구>에서는 동학에서 제시한 새로운 인간관을, <근대 노동문제의 참뜻>에는 근대문명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각각 엿볼 수 있다.


하나같이 종래의 유교적 천하 질서를 탈피하여 새로운 국제 질서로 나아가고자 하는 세계적 지향성이 담겨 있다. 지금 식으로 말하면 ‘지구화’(globalization) 노선에 해당한다. 


실제로 <세계를 알라>에서는 다음과 같이말하고 있다: 


“세계의 범위가 좁아짐에 따라 우리의 활동은 늙어가고, 세계의 지도가 축소됨에 따라 우리의 걸음은 넓어지는 오늘이다. 우리와 세계는 자못 한 이웃이 되어 오고, 한 가정이 되어 오도다. 우리는 이로부터 세계를 알아야 하고 세계적 지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세계화를 지향한다고 해서 동시대의 개화파나 일본처럼 전면적인 ‘탈아입구’의 길을 가려는 것도 아니다. 동학을 중심에 두고 서학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유교의 한계와 근대의 폐단을 극복하고자 하는 기획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학, 동학, 서학의 그 어느 것에도 ‘기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들을 ‘활용’하여 새로운 학문을 창조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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