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의 철학, 동학 다시 읽기
[제2편 인생관 / 제4장 생사문제 / 제1절 종교적 의식으로 본 사후관 / 제2절 유전설로 본 사후관에 이어]
[1.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가?(이상 지난호)]
우리는 여기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아래의 몇 가지 조건을 들어보고자 한다.
먼저 현실의 생활을 개조(改造)하자. 우리는 먼저 이 조건에 대하여 전제하여 두지 아니치 못할 문제는 고립된 생활로부터 전적(全的, 한울) 생활로 옮겨가는 방식을 연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을 주창(主唱)함이니 고립적 생활에는 그 생활이 고립일수록 죽음에 대한 공포가 증진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고립 생활을 떠나 전적 생활에 옮겨 가는 과정에서 세가지 요구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는 생활에 대하여 견실한 기초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스스로 두 가지 요구가 따르게 된다. 인내천주의에서는 이를 '성신쌍전(性身雙全)'이라는 표어를 쓰게 되는데, 성신쌍전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유물(唯物) 유심(唯心) 어느 편에도 치우치치 아니하여 물(物)과 심(心)을 병행케 하는 이원적 진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물과 심을 인간격 중심에 귀납케 하여 인간격의 최고 발휘에서 물심의 두 작용을 전적으로 연역하여 통일케 하는 것이니, 요컨대 인간격은 그의 주체가 되고 물과 심은 그의 작용이 되는 것을 일컫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신쌍전의 생활에서는 현대인이 절규하는 경제적 요구를 용인하는 동시에 나아가 인간의 최고 생활인 정신적 요구를 풍부하게 부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생활의 기초를 견실하게 한다는 것이다. 위에 말한 것과 같이, 예로부터 인간이 대개 현실의 생활을 부정하고 내세에 대해 희망을 가지게 된 원인은 순전히 현실생활의 곤액(困厄)과 죄악에서 생긴 요구이므로, 사람들을 현실의 곤액과 죄악에서 해방하여 주는 날이면 종교적인 허무한 사후관이 스스로 소멸되는 동시에, 인생에 대한 새로운 광명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둘째는 인간격의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현실생활 개조에 가장 필요불가결한 것이니 자유가 없는 것에는 나 자신의 생활이 없는 것이다.
사람은 자연주의자가 말하는 것과 같이 자연의 노예도 아니며, 지력주의자(知力主義者)의 견해와 같이 사고의 노예도 아니다. 그들은 모두가 인간격을 인정하지 않으며 따라서 인간격의 자유도 인정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대 기계주의가 우리에게 만족을 주지 못할 것은 사실이다.
인간의 생활은 인간격 그 자체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인간은 인간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결코 자연을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사고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인간은 인간격을 위하여 존재하는 한에서 처음으로 참된 물질생활과 청신생활을 통일하는 인간격의 자유가 생기는 것이다.
인간격의 자유생활에 가장 주요한 부분은 노력과 경(敬)과 애(愛)의 결합이니, 인간은 인간의 노력에 의하여 인간격의 최고생활을 현실화[顯現]하며 그리하여 그의 노력적 흥미로서 장차 죽음에 이를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不知死之將至] 경계에 들어서게 되고, 또는 경과 애의 결합에 의하여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동귀일체를 이룬 정점에서 인간 개체의 죽음을 (절대 무로 돌아가는) 죽음으로 생각하지 않고 죽음은 곧 우주생활의 전환적 향상으로 무한변화 속에서 부활적 갱신을 얻는 것이라 인정하게 된다.
셋째는 비천(卑賤)한 동기(動機)로부터 인류를 해방하는 방법이니 이것이야말로 인간격 생활에 최고의 향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예로부터 인간이 자기의 본능에 의하여 동물성적 비열한 본능으로부터 고상한 인간격에 달하고저 하는 노력이 있었음을 보았으니, 그 증거는 고대에 있어서 종교생활의 희생적 정신으로부터 근대인의 정의적 생활에 이르기까지 그 도덕적 행위에 밝게[赫然] 나타나 있다.
그리하여 인간의 죽음에 대한 관념도 이 고상한 행위와 노력에 의하여 철저한 죽음의 공포를 해탈하고 수운이 부르짖은 "무궁한 이 울 속에 무궁한 내 아닌가" 하는 고상한 동기를 파악할 수 있다.
이제 그 죽음의 고상한 동기를 파악하는 몇 가지 방법을 아래에 쓰고자 한다.
(다음 "3. 의지적 비약과 죽음의 문제 - 죽음의 고상한 동기 탐색"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