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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an 22. 2021

복 들어가요 문 여소!!!

[잠깐독서-051] [복 들어가요 문 여소 주인주인 문 여소] 중에서 

[편집자 주] 아래 글은 신간, 조춘영 지음, [복들어 가요 문여소, 주인주인 문여소]의 '지은이 머리말'입니다.]



조춘영 


주인 주인 문 여소,

복 들어강께 문 여소, 개갱 갱 매/캥 마주깽 ~

드가요 드가요,

만복이 들어가요, 개갱 갱 매/캥 마주깽 ~

쳐 드리세 쳐 드리세

만복을 쳐 드리세, 개갱 갱 매/캥 마주깽 ~


필자는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 경기도, 강원도 그리고 서울 한복판에서 마을과 동네 시장으로 들어가 지신밟기(마당밟이)를 연행한 경험이 있다. 특히 20~30대 청춘 시절 전라남도 섬마을과 산간 오지 마을의 살아 있는 마을굿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던 운 좋은 세대라고 생각한다. 근대 이전의 모습으로 자연과 문명이 어우러져 소박하고 정성스런 바람과 신명의 춤판이 흐드러지던 마당 그리고 굿판….


십수 명의 풍물패가 당산나무 아래서 신성과 위엄을 부여받고 신대를 앞세워 각 가정을 돌며 문을 두드리고 두드린다. 마음의 문이고 집안의 문이고저 성스러운 신들 세상의 문을 두드린다. 처음 굿을 어룰 때부터 뒷풀이 난장까지 우리의 마음은 하나다. 마을의 자연 공간과, 각 가정, 가정의 여러 처소들 그리고 당산신과 성주신, 용왕신, 처소신령에 잡귀잡신까지 경계를 허물고 마음 내려놓고 놀아 제낀다. 그렇게 허물고 내려놓고 풀어놓고 비워놓고 놀고 나면 새로운 기운과 복이 새록 돋을 것이라 믿으니까…. 그래서 “ 하늘 땅을 열어라, 캥마주깽 놀아라, 개갱 갱 매/캥 마주깽 ~ ” 춤추고 소리한다.

3년이다. 2018년 2월 4일 마음을 내고 다음날 종일 울먹이며 굿쟁이 선배들께 “힘을 모아 달라고~”, “힘 낼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책이 나오고 아파하고 힘들어 하면 살펴 달라고~” 전화기에 대고 엄살을 피며 시작한 ‘21C 풍물굿 상쇠 프로젝트’를 이렇게 두 번째 책을 내며 마무리한다. 3년 만에…. 이 작업을 꼭 해 내자고 마음먹게 된 계기는 2018년 1월 구미무을농악전수관 겨울 전수에서 만나고 자극받은 20대 김영윤 상쇠와 젊은 친구들, 그들에 대한 풍물굿쟁이 선배로서의 책임의식이다. 어렵사리 찾아들어간 시골 벽지에서 옛 어르신들의 농악을 받아 그 맛과 멋을 그들의 시대 감각에 맞게 살려 가겠다는 결기와 의지를 지켜주고 싶었다. 함께하고 싶었다. 다리 공덕, 기꺼이 징검다리 역할을 해 선배와 후배들을 잇고 엮어서 풍물굿을 통해 기운찬 신명 세상, 따뜻한 복된 세상 함께 만들어갈 수 있기를…. 그래서 김영윤 상쇠가 첫 번째 면담자가 되었다. (1권 [하늘 땅을 열어라 캥 마주깽 놀아라], 2019)


왜 현장의 굿쟁이, 상쇠들을 찾아가 묻고 답을 듣고자 하는가? 학술적으로는 구비문학 범주에서 다뤄지고 현장예술로서 비언어 퍼포먼스인 풍물굿은 역사가 오래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기록 자료가 거의 없다. 특히 연행 주체, 향유 주체들에 의한 기록은 전무하다. 또 아쉽게도 대다수 풍물굿 연행자는 이론 연구나 기록에 인색하다. 그래서 민중사, 민중예술사의 연구방법론을 끌어들여 구술작업을 통해, 그들의 생각과 정서와 실천과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고 활자 매체로 유통하고자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풍물굿쟁이는 말 잘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충분히 아름다운 생각과 드러내 자랑할 만한 행동에 대해서도 정색하고 내어놓는 데는 어색해한다. 말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고 생각보다 실천이 우선인 사람들이다. 꾸미는 말과 낯빛과 몸놀림을 태생적으로 멀리하는 이들이다. 꾸미는 말과 세우는 낯빛과 나서는 몸놀림은 다른 사람들이 마음을 열지 못하게 함을 그들은 경험적으로 아는 것이다. 풍물굿 정신은 “한 사람도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레 공동체 정신으로 우리는 하나다. 풍물굿쟁이는 한 사람도 빠뜨리지 않고 놀린다. 우리는 협화(協和)하는 공생태다. 그래서 굿판을 이끄는 상쇠는 마당과 판 안팎의 모든 사람과 생명과 신들까지 하나되게 놀리는 사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도발하지 않을 수 없다.

풍물굿 담론가.

풍물굿쟁이들의 말을 담는다.

풍물굿판에서 나온 말을 모은다.

풍물 이야기, 굿 이야기,

사람 이야기, 예술 이야기,

세상 이야기, 내 이야기,

네 이야기, 우리 이야기

이야기를 모아 꿰고 전한다. 풍물굿 담론가는….


전 세계, 전 지구적으로 코로나 19 바이러스 대유행이 오늘도 현재진행중이다. 대유행이 언제 종식될지 알 수는 없지만, 이전의 사회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만이 명백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깨우쳐 주는 중요한 점은 생명체를 포함하여 지구 내 모든 존재가 연결되어 있으며 상호 교류, 공명, 동조(同調)한다는 것이다. 급격히 악화된 기후위기 또한 이러한 명제를 인간에게 경고한 지 오래다. 우리의 중간 결론은 지구 내 모든 존재는 공생하는 공동체 혹은 온생명이라는 관점을 살리고 모시고 살아가는 것이 유일한 탈출구라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과 세계관은 풍물굿 문화, 세계관과 연속한다. 풍물굿쟁이의 마음, 사유체계와 연동한다. 이전 사회로 돌아갈 수 없다면, 이제 기나 긴 시간이 앞에 놓인다. 아주 멀고 큰 층위에서 바라봐야 한다. 문제는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를 누가 어떤 식으로 선도하냐 하는 것이다. 하나의 세기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 인류 문명과 지구 생명체의 절기가 바뀌는 판국이 아닌가? 우리의 풍물굿은 우리 공동체 안에 있는 어떤 존재도 빼놓지 않는다. 하찮은 어떤 이도 빠져서는 안 된다. 우리의 풍물굿은 만물이 신령하고 생명이 깃들어 있어서, 이 존재들이 서로 모시고 함께 놀고 맺힌 걸 풀어내는 매체로 기능해 왔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풍물굿은 인간과 자연이 적대적 관계나 분리된 관계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지구 내 생명체와 존재들이 협화(조화)와 상호 존중의 방향으로 나가길 강제하고 있다. 소리를 울리고 춤추고 노래하고 놀이하는 존재는 인간만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 안에 있는 옆에 있는 앞에 있는 존재와 춤 추고 노래하고 놀 일이다.


3년이 지긋지긋하게 부담스러웠던 여정의 종착지 앞에 막상 서고 보니, 지난 세월은 굿쟁이로나 연구자로 영광스런 시간이었고 특히 2018년 상반기는 빛으로 충만한 순간의 연속이었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내 안에 각인되어 또 하나의 나를 이루는 것 같아 뿌듯하고 고맙다. 잊을 수 없는 얼굴들이 가슴에서 숨 쉬는 것 같다.


정말 고마운 분들은 평생 풍물굿판을 벌이고 사회적 실천을 계속해 온 전국 풍물굿쟁이 상쇠님들이다. 그중에 이 책(1, 2권)에는 모두 25명의 상쇠들을 모셨다. 김영윤 님, 김태훈 님, 정동찬 님, 최용 님, 이승철 님, 김태훈 님, 임승환 님, 손웅 님, 김명수 님, 김인수 님, 이찬영 님, 박희정 님, 이명숙 님, 배관호 님, 이성호 님, 이명훈 님, 배정미 님, 편열우 님, 황길범 님, 임인출 님, 민재경 님, 황순주 님, 구자호 님, 한춘녀 님, 김용범 님. 10리 밖에서 징, 꽹과리 소리만 나도 마음 설레는 필자는 2018년 상반기에 전국으로 상쇠님을 찾아뵙고 대화 나누던 시절이 우리의 영광으로, 풍물굿 역사에서 빅뱅과 같은 대충돌의 기록으로 남을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 초반부터 관심을 가져주시고 오랜 기다림으로 기꺼이 창조의 산통을 함께 나누어 주신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박길수 대표님께 무한한 신뢰와 진실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2019년 영광의 3·1 100주년 광화문 만북울림에서 서로 꽹과리 가락을 주고받고 껴안았던 대표님 역시 풍물굿쟁이(부친)의 핏줄이고 그 자신이 한 풍물패의 상쇠 출신이다. 1권과 2권 출판 마지막 과정에서 밀어주고 당겨주시고 촉박하지만 믿고 기다려 주셨기에 그나마 부끄럽지 않은 글들로 정리할 수 있었다. 새 문화는 언제나 변방에서 시작된다고 했던가. 기층민중의 풍물굿과 풍물굿쟁이들의 실천과 마음, 그 실체를 활자로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해준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직원분들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명과 복을 기원드린다.

하늘 땅을 열어라, 캥 마주깽 놀아라, 개갱 갱 매/캥 마주깽 ~

별 따세 별 따세, 하늘 잡고 별따세, 개갱 갱 매/캥 마주깽 ~

갈리소 갈리소, 구경꾼도 갈리소, 개갱 갱 매/캥 마주깽 ~


2020년 12월, 풍물굿연구소 한 연구실에서 문 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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