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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Apr 07. 2021

지구적 전환 2021

근대성에서 지구성으로 ‘다시개벽의 징후’를 읽다

1.

이 책은 ‘개벽의 징후 시리즈’ 2021년 판으로, 현재 ‘전 지구적’으로 뚜렷한 추세를 보이는 ‘대전환’의 징후를 ‘한국학의 시각’으로 분석한다. 특히 2021년 판은 ‘지구적 전환’이라는 트렌드 키워드가 말해주듯이 ‘지구적 위기’에 즈음하여 이를 분석하거나 나아가 그 대안을 모색하는 글들이 주를 이룬다.


이를 ‘가치의 전환’ ‘주체의 전환’ ‘사회의 전환’ ‘마을의 전환’ 등 네 개 부문으로 범주화하여 접근한다. 프롤로그에서는 ‘지구소외’ ‘지구성’ ‘지구화’ ‘지구인문학’ 등의 개념과 사상적 지향을 분석하며(조성환), <가치의 전환>에서는 ‘인류학’적 접근, ‘철학적 접근’ ‘지구학적 접근’ ‘영성적 접근’의 흐름을 분석한다. 


<주체의 전환>에서는 ‘페미니즘 담론’ ‘세대(청년) 담론’ ‘고령화의 의미’ 등 ‘인간’의 내적 구성의 다양한 측면이 지구화, 지구학 차원에서 어떻게 새로운 주체로 자리매김하는지/해야 하는지를 분석하고 특히 오늘날 ‘비인간 주체’로서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동물권’ 얘기로서 ‘주체’의 확장 흐름을 분석한다. 


<사회의 전환>에서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분기점으로 전개된 ‘뉴노멀’이 ‘노멀화’되어 가는 거대 흐름을 일별하고, 재음미해야 할 것,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노멀’의 측면까지를 들여다본다. 또한 ‘마을공화국’의 가능성, ‘사회전환운동을 위한 운동의 전환’에 대한 제안, ‘개벽’운동 100년사 등을 소개한다.


<마을의 전환>에서는 특히 우리 일상 곳곳에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사회, 새로운 세계를 전망하며, 새로운 운동을 전개하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운동 현장을 소개한다. 이들 가운데 특히 ‘마을’을 살리고, ‘마을’을 복원하며, ‘마을’에서 ‘세계’로, 다시 ‘세계’를 ‘마을’로 전환하는 운동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2. 


산업혁명 이래, 지난 200여 년간 인류는 ‘세계화’의 시대를 살아왔다. 전반기는 무력을 앞세운 식민지 개척을 통해 국가와 인간에 대한 착취가 주를 이루는 제국주의 시대라고 한다면, 후반기는 그 약탈의 요소 가운데, 자연(환경)과 생명계 전체에 대한 약탈과 능욕이 주를 이루는 ‘지구화’의 시대였다. 


최근 100년 동안 지구는 급속도로 단일화하고 압축되어 왔다. 반면에 경이로울 정도로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소외되었고, 지구 생명성으로부터 멀어져 갔다. 그러한 소외와 결별의 끝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미증유의 사태에 직면하였다. ‘지구화’의 시대의 이러한 역설에서 출발하는 것이 ‘지구학’이다. 


지구학은 ‘지구를 하나의 단위로 인식’하는 것이지만, 그 출발점은 빅히스토리와 이어져 있는 것이어서 ‘지구-내적 인식’에 갇히는 ‘공간적인 범위’의 학적 체계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인간과 그것을 둘러싼 ‘세계-우주’를 바라보는, 특히 그 ‘생명성’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구학은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계, 하나의 생명공동체로 인식하는 바탕 위에 성립하지만, 거기에는 필연적으로 오늘날 우리-인간과 지구생명공동체 전체를 위협하는 위험 또한 ‘지구화’되었다는 사실도 불행하게도,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간과할 수 없다. 


지구학에서는 지구상 인간과 ‘생물’만이 아니라, ‘무생물’로 분류되어 온 존재까지도 ‘똑 같은’ 학적 연구와 존중의 대상이 된다. 생물과 ‘비/무생물’의 경계를 나누고, 계층화, 서열화하는 과정에서의 인식의 오류, 태도의 위선으로 말미암아 오늘날 전 인류적, 전 생명적, 전 지구적 위기가 초래되었기 때문이다. 


3. 


‘개벽의 징후’ 시리즈는 ‘트렌드 분석서’이다. 통상 최신 동향과 근미래의 경제적, 사회적 흐름을 분석하는 트렌드 분석서들은 ‘지속가능한 인간’ ‘지속가능한 지구’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는 현실과 무관하게, ‘더 많은 발전’과 ‘더 많은 쟁취’를 위한 담론을 생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 ‘트렌드 분석’은 산재하는 현실의 여러 징후들 가운데서 오직 경제적 이익과 발전과 성장에 부합하는 요소들만을 선택적으로 나아가 편파적으로 발췌하여 구조화하고 뚜렷한 경향으로 실체화함으로써, ‘트렌드를 조장하는 효과’를 거둔다는 점도 분명하다고 본다. 


‘개벽의 징후’를 읽는 트렌드 분석서의 기획 취지는 인류와 지구생명공동체의 위기를 야기한 자본의 세계화, 욕망의 지구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점점 더 소수를 위한 ‘경제 성장’과 ‘산업혁명 - 제4차’ 사회의 끈을 놓지 않는 거대한 욕망의 흐름에 대해, 근본적인 혁명으로서의 ‘개벽’의 시선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지구와 인류의 역사가 하나의 ‘하나님 나라’로서의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난 길을 일직선을 따라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지난 수백 년의 철학적, 사상적 실패를 통해 오늘의 인류가 도달한 상식적인 지적 수준이다. 우리가 꿈꾸는 그대로 세상이 바뀌어지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개벽의 징후’로서 ‘지구적 전환’의 여러 팩트/당위들을 애써서 주목하고 그것을 드러내 보이고자 하는 까닭은 그에 대한 주목과 리트윗 행위, 다시 말해 거듭해서 이야기하고 살려나가는 것을 통해서 선한 에너지가 악한 기운을 구축(驅逐)해 나갈 수 있다는, 지극히 과학적인 이유 때문이다. 


4. 


‘지구적 전환’은 당분간 - ‘개벽의 징후’ 시리즈는 ‘연간(年刊) 트렌드 분석서이다 - 이 시리즈의 핵심적인 관점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하여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은 ’지구인문학연구소‘를 부설하였다. 지구인문학연구소에서는 그간 모시는사람들이 지향해 온 ’동학과 개벽학‘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심화하면서, 이를 좀더 많은 사람들이 좀더 다양한 관점으로 공감하고 동참하며, 동행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와 실천들을 기획하고 실행해 나갈 것이다. 이를 통해 ’학문‘이 우리의 삶 속으로 녹아들고,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생생하게 되는 데 이바지하고, 나아가 우리의 세게-지구가 되살아나서 ’지구생명공동체‘로서의 제자리를 편안하게 지켜나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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