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의 공부법, 동학
앞서 언급한 김도현(1930년대 천도교 지식인)은 수련은 특히 청년기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제하고 다음 몇 가지 수련(수행)법을 제시하였다.
첫째, 일상적 수련으로 아침에 일어난 후 30분 이상의 묵념과 사색
둘째, 저녁에 자기 전에 묵념과 사색
셋째, 자고 일어나고 밥먹는 시간을 꼭 지킴
넷째, 가정의 화락과 기화
넷째, 매일 독서하기
다섯째, 정기적인 체육활동
여섯째, 성경신과 심고의 생활화
일곱째, 일상생활에서 사계명*을 잊지 아니함
(김도현, <청년 동덕의 수련에 대하여>, 『신인간』 통권78호, 1934.4)
* 사계명 : (1)번복지심(이랬다 저랬다 하는 마음) (2)물욕교폐(물질적인 것에 마음이 끌려 비루해지는 것) (3)허언유인(거짓말로 남을 유인하여 참됨으로부터 멀어지는 것) (4)외식내사(外飾內邪, 겉으로 꾸며내고 안으로는 불량한 것)
여기서 수련의 의미는 좁은 의미의 수련 이외에 오늘날 우리가 일반적으로 ‘신앙생활’이라고 표현하는 생활 전반의 문제로 이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다음의 김용휘의 말로 정리할 수 있다.
“천도교의 수도는 결코 세간을 떠나서 하지 않습니다. 기존의 선이나 명상 등의 깨달음을 중시하는 수행일수록 속세를 떠나서 고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도방법입니다. 그러나 천도교는 지상천국을 목적으로 하는 종교로서 현실을 떠나서 수도를 하지 않습니다.”(김용휘, 앞의 글)
7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는 동안 ‘수련’에 대한 생각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정체(停滯)’를 한편으로는 수련관(修煉觀)이 그만큼 안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그러한 수련관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구현되고 실천되느냐다.
소춘 김기전은 수련의 항목을 다음 다섯 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 수련의 기본으로서의 주문,
둘째, 축원으로서의 청수 모심,
셋째, 스승님의 진영(眞影)으로서의 경전,
넷째, 성경신의 실천행,
다섯째, 근로봉사 (김기전, <我觀 修煉 要諦>,『신인간』 통권174호, 1943.2)
‘실천행’과 ‘근로 봉사’ 같은 항목이 새롭고 신선하다. 우리의 수련이 결코 주문 수련에 국한되지 않으며 ‘일용행사가 도 아님이 없다’는 말의 의미가 오늘날처럼, ‘평소 생활하는 것 자체’를 그대로 지칭하지 않는다는 점도 더불어 명백해진다.
천도교(동학)은 교리적으로 ‘생활 속의 신앙’을 강조한다. 수련 또한 선천 종교처럼 입산수도나 면벽 수도 위주가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가고 사람을 만나며 물건을 접하고 일에 임하는 데서 늘 쉼 없이 행해져야 한다는 생활 속의 수련이 강조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동·하계 특별 수련 때나 연중 일정한 기간 이상의 수도원 수련 역시 교인의 필수 요건으로 강조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 글에서는 동학(천도교) 수련의 범위를 넓혀 심고나 경전봉독과 같은 종교적 수행 전체를 아우르고 또 교사(敎史)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수행 행태를 ‘수도’ ‘수행’이라는 관점에서 재정립해 보고자 한다.
여기에는 성지순례, 49일 기도, 검무수련, 면강, 교리문답, 팔절, 필법, 강령과 강화, 구성제·연등제, 기(忌), 심고 등이 포함된다. 가장 중요한 ‘주문 수련’은 이미 확고한 수련의 본령이기도 하려니와 본질이므로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한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