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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ul 15. 2021

근대 너머, 다시 개벽

잠깐독서-060


1. 얼마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대한민국을 선진국 그룹에 포함시키기로, 만장일치로 결의하였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 57년 역사에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게 된 사례로는 최초라고 하는군요. 세계 200여개 국가 중에 32개국이 이 '선진국'이라고 하는 범주에 속한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이번 결의를 주도한 기구의 성격에서 비롯된 일이겠지만, 이 '선진국'의 개념은 인구 5천만 명 이상에 국민소득 3만 불이 이상인 국가를 기준으로 한다는군요. 이미 우리나라의 경제(무역)규모가 세계 10위권이 된 지 오래고, 또 최근 BTS를 비롯한 K-pop의 활약, 그리고 '촛불혁명'이나 K-방역 같은 사례로 말미암아, 우리 국민의 자긍심이 극히 높아져 있는 걸 생각해 보면 이 일은 별스럽지 않은 소식일 수도 있습니다. 


2. 다른 한편으로 1천년 이상 하나의 국가를 이루고 살던 우리가 여전히 남북으로 나뉘어 서로를 적대시하고 있으며, 그 반쪽인 남한 사회에서도 전근대적인 '색깔론'(국가보안법)을 고리로 하여 얼척없는 갈등이 상존하는 거라든지, 소위 '재벌'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제 구조와 부익부 빈익빈을 생각해 보면,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선진국'이라고 자부할 수 있느냐 하는 의문도 듭니다.


3. 그러나  사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선진국이란 유럽의 여러나라나 미국처럼 근대화(산업혁명)에 일찍이 성공해서, 근대 시기에 '식민제국'을 건설했던 나라들이 아닌가요? 그들이 오늘날 누리고 있는 문화적, 경제적 우월성은 사실 제국주의적 침탈을 통해서 축적한 부와 자산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그리스로마 이래의 문화적 전통을 살려내고(르네상스), 그것을 근대(18-19C) 이래 세계(지구)의 주류적 체제(경제사회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된 결정적인 기반은 '제국주의적 침탈과 거기에서 나온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자산 때문이었다는 것이지요. 


4. 그런 의미에서 이제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었다면, 그리고 '개발도상국' 중에서 최초로 그리 되었다면, 그것은 '선진국'의 일원으로 편입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선진국' 범주에 균열을 일으키는 일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다시 말해, 이제야말로, 왜곡되고 굴곡진 소위 '근대사회'를 종식시키고 참된 근대사회, 근대 이후 사회를 전망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동학(천도교)에서는 일찍이 1860년 이후의 시대를 '다시개벽'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의 '선진국으로의 대장정'은 1860년에 깃발을 올렸습니다. '개벽의 깃발'을 들기 전부터도 그러한 움직임은 있었지만, 뚜렷한 지향과 의지와 철학을 갖춘 깃발이 그때 비로소 올라갔다는 뜻이지요. 지난 160년 동안 우리 사회는 눈물과 한숨이 그칠 날이 없었고, 피와 살이 무더기무더기로 도탄 속에 함몰되는 지경을 숱하게 겪어지만, '개벽세상'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습니다. 그 고갱이가 바로 동학-천도교의 시천주-다시개벽입니다.  


5. 다음의 책은, 그런 관점으로 한번 읽어 볼 만합니다. 조선후기, 우리 민족은 그저 '식민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나라, 백성'이 아니라, 바로 "선진제국(서구제국주의)"에게 살을 내 주고, 뼈를 취할(다시개벽) 대장정을 시작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동서양 공히 근대화의 도정에서 여성의 억압구조를 극복하지 못했다. 남녀평등은 20세기에 들어서야 현실에 적용되었다. 1893년 뉴질랜드에서 여성이 참정권을 쟁취했을 뿐, 여성 참정권은 20세기적 현상이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2015년 여성에게 투표권이 부여되었다는 사실은 여전히 기존 젠더체제가 강고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여전히 ‘지금 세계’는 남녀평등으로 나아가는 도정에 있을 따름이다. 많은 학자들이 남녀문제로 씨름해 왔고, 남녀문제는 사회적인 갈등으로 치환되기 일쑤였다. 한국사회에 불어 닥친 ‘미투(Me Too)’ 운동과 성 불평등성에 분노한 여성들의 집단 시위 등은 그간 비대칭적 젠더 구조에서 억눌린 여성들의 누적된 분노의 표출이며,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는 패러다임 변화의 징후이다. 우리 사회는 어린이 존중 문제에 일찍 눈을 떴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그것도 식민지 상황에서 조국의 미래를 위해 어린이날을 제정했다. 3·1운동을 전후로 아동문학이 싹트고 자리매김하면서 어린이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대중의 시선에 포착되었다. 이 시점에 ‘아동’이 발견되었다. 아동의 발견은 근대로의 이행의 징표로 이해될 수 있다. 1920년대 방정환을 중심으로 어린이운동과 아동문학이 전개되었다. 방정환의 어린이 존중사상의 근원은 동학의 시천주, 인내천의 인간존중과 만인평등의 신분해방 사상이었다. 아이를 때리지 말고 한울님처럼 대하라는 해월 최시형의 철학은 방정환으로 이어져 ‘어린이’의 호명과 ‘어린이날’의 제정, 그리고 아동문학의 전파와 확산으로 나타났다. (본문-들머리, 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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