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063] 김용해 외, <동학의 재해석과 신문명의 모색>
1. 신학자, 한국철학자, 교육학자, 종교학자, 비교철학 등을 전공한 학자들이 동학을 재해석하며, 새로운 문명을 모색하였습니다. 동식물은 물론이고, 지구환경과의 공생과 상생을 요구받고 있는 오늘날의 첨예한 지구적 시각으로 보면, '문명을 모색한다'는 말은 여전히 지나치게 인간중심주의적일 수 있습니다. '문명'이라는 것 자체가 인간 활동의 산물이고, 그 문명이 오늘날 지구생명공동체의 파괴, 그리고 인간 그 자신의 파괴까지 야기하고 있는 형편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2. 그래서 이 책은 '회심'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지극히 '종교적'입니다. '종교적'이라는 말을 '종교교단에 대한 충성스런 복종'의 의미가 아니라, 거룩하고 신성한 것에 대한 경외심을 바탕으로 나의 삶, 일거수일투족을 조신하고 조심하고 조행(調行)하고 조용(調用)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종교적'인 것은 '교단의 차이'에 구애되지 않고, 그 마음과 그 행동과 그 되돌림에 의해 구분될 수 있습니다.
3. 회심의 다음 단계는 소통입니다. 깨달음을 얻는 제자가 스승에게 인가(認可)를 얻는 것처럼, 회심의 소통을 통하여 서로의 회심을 확인하고, 나의 회심을 자각하는 과정입니다. 회심이 나의 내면에만 머물러 버리면 이는 아집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집니다. 아착(我着)이 되고 아만(我慢)이 됩니다. 결국은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맙니다. 소통은 마치 호흡처럼, 회심에 생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그것이 흩어져 버리지 않고, 또는 회한으로 부패해가지 않고 생생활활한 생동력을 제공해 주도록 작동합니다.
4. 소통은 필연적으로 '공동체'를 낳습니다. 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소통하는 단위 그 자체가 공동체가 됩니다. 공동체는 서로에게 때로 위로가 되고, 때로 자극이 됩니다. 그러나 공동체는 필연적으로 속박이 되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나타의 출발점이 됩니다.
5. 생태란, 공동체의 해체, 자연의 회복을 지향하는 태도입니다. 공동체와 생태 사이에는 조화의 여지가 아주 넓지만, 끝내 조화하지 못할, 불화이 영역이 상존합니다. 그 '불화(不和)'의 영역이야말로 생태적 건강성의 원천이며, 존재가치입니다. 끝내 공동체로 용해되지 않는 생태, 공동체에 끊임없이 해체의 기운을 불어 넣는 존재, 그것이 생태의 영역입니다.
6. 회심-소통-공동체-생태의 전 과정이 '무한순환'의 안정성을 획득한 자리에서 영성이 발현합니다. 없던 영성이 비로소 발현한다고 말할 수도 있고, 잠겨 있는 영성의 문이, 그 순환-무왕불복의 과정 에서 열림[개벽]으로 해서, 영성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영성이야말로 동학공부의 한 봉우리라 할 만합니다. 영성의 다른 이름이 곧 '한울'입니다.
7. 이 책 <동학의 재해석과 신문명의 모색>은 연구논문을 모은 책입니다만, 저는 위와 같이 읽었습니다. 제가 허깨비를 본 것일 수도 있지요만, 마음은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또 어떤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요?
오늘의 지구적 문제들은 이제 하나의 전통, 하나의 문화, 하나의 종교의 비전으로 해결할 수도 없고 그런 방식으로 해결되어서도 안 되는 다원주의적, 전 지구적 문제이다. 지구열화, 핵전쟁 위협, 생활세계의 식민지화, 고삐 풀린 자본의 횡포 등의 문제가 바로 그렇다. 이를 해결할 비전을 만들어내기 위해 ‘오래된 미래’의 지혜가 필요하다. ‘오래된 미래의 지혜’란 인류의 역사와 문화 속에 이미 내재하면서도 아직 온전히 드러나지 않아 여전히 새롭고 유토피아적인 비전을 함께 지향하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며 숙고하는 덕을 말한다. 인류가 희
망을 갖고 살아갈 새로운 문명의 창출이라는 인문학적 공동선을 지향하며 연구해 온 필자들은 우선 한국인들의 고유한 사상과 지혜들을 관통하는 알갱이가 곧 ‘하늘’임을 동의하게 되었다. (본문-머리말,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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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걸음출간작가
"출간하실 분들의 투고를 기다립니다." =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 대표, <다시개벽> 발행인, 개벽하는사람들 사무국장, 방정환연구소 이사, 원광대학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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