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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Aug 27. 2021

싸움은 붙이고 흥정은 말리는


1. "싸움은 붙이고, 흥정은 말리는" 것이 이 시대, 언론의 행태가 아닌가. 기자 개개인을 만나보면 아마 대체로는 선하거나, 정의로운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 대개의 세상 형편이 그러하다. 집단으로서 악하더라도, 그 속으로 들어가 보면, 저마다 선함과 정의감을 갖지 않는 사람은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뿐, 거개 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가운데서도 불선(不善)과 부도덕(不道德)을 묻히고 살아간다. 그러므로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


2. 그러나 이 시대, 이 땅의 언론의 행태는 그런 가운데서도, 날이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이건 아마 구조적으로 종이신문의 영향력이 격감하고, 포털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소비시켜야 하는' 사정에 따른 '자극적 제목 뽑기'나 '어떻게든 노출 빈도를 높여야 하는' 신문사(기자)로서의 직업윤리-밥값하기-의 의무방어 행위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윤희숙 의원을 두고 "정치인의 품격을 보여준 윤희숙" 같은 식으로 뇌까리는 데서는 적의와 수치심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3. 윤희숙 의원에 대한 권익위원회의 조사 결과 발표는 어디까지나 '조사결과'일 뿐, 그것이 결정적인 범죄의 증거이거나 '법원의 선고'와 같은 효력을 갖는 것도 아니라고 알고 있다. 그러므로 당연히 윤희식 본인으로서는 '자기 방어'를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그는 덜컥 '의원직 사퇴'를 내걸었다. 그만큼 떳떳하다는 심정의 표현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의원직을 무기로 삼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 사법당국 또는 언론, 시민단체가 국회의원 또는 공무원 등의 공직자에 대한 혐의를 조사하고 발표하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의원들이, 장관이 '직을 던져 버리면'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윤희숙 본인도 인정하는 것은 부친의 농지 매입은 누가 봐도 '땅투기'를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황이고, 더욱이 본인의 직무와도 관련된 일이 개재해  있어서, 정치권이든, 시민단체든, 언론이든, 진상을 밝히라는 요구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윤희숙 의원에 대한 다른 말도 많지만, 이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긴 말을 할 필요가 없을 터이다. (정확한 조사와 사법 차원의 처분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억측과 여론재판 식의 접근을 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도 그러하다)


4. 그보다 문제는 언론의 행태이다. 윤희숙 의원의 급작스런 '사퇴발표'를 두고 대뜸 '정치인의 품격'을 내세우며 치켜세우는 건, 한마디로 재미난 싸움판에 끼어 들어 "흥정은 말리고 싸움은 붙이는" 야비한 태도라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물론 이것도 나만의 생각일 수 있다. 언론의 그러한 응원에 힘입어 윤희숙 의원은 사태 발생 후 이틀이 지난 오늘은, 드디어 "투사"로 복귀하여, 한편으로는 자기의 정당함을 주장하면서, 거기에서 더 나아가 자신에 대한 비판을 계속하는 국회의원(여당) 의원들에게 협박을 서슴지 않는다. 한마디로 기고만장하다. 여기서도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의혹을 해명'하며,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는 것까지는 당연한 그의 권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인으로서, 그리고 그 자신이 같은 상황에서 치열한 비판을 전개하였던 당사자로서, 본인에 대한 비판을 그런식으로 "되치기"(이것도 언론의 표현이다)할 수 있는 동력은, 내가 보건대는, 8할 이상이 바로 "흥정은 말리고 싸움은 붙이는" 언론의 행태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5. 더러운 꼴은 안 보고 사는 게 건강에 해롭고, 직접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가급적 간여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낫고, 내가 왈가왈부한다고 달라지지 않을 문제는 입을 다무는 것이 시끄러운 소음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길이라는 생각을 살아가지만, 어찌할꼬, 어찌할꼬 한탄은 세월이 가도 줄어들지 않는다. ... 우리 집안(천도교)이나 우리 나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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