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네오클래식 시리즈
이 책은 동학네오클래식-해월신사법설편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동학네오클래식Donghak-Neo-Classic>은 동학-천도교의 고전적 자료와 텍스트를 현대어로 번역하고, 필요한 경우 원문을 함께 수록하여, 동학을 공부하는 고전(古典)을 만들어가는 시리즈입니다.
제1권 동경대전으로 시작한 동학네오클래식에서, 용담유사에 이어, 동학경전의 세 번째 부분으로 해월신사법설편이 출간되었습니다. 해월신사법설의 의의와 내용을 여기에서 다시 설명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이번 네오클래식에서는 해월신사법설 원문(천도교경전 기준)을 수록하고, 그 번역문에서는 특히, 해월의 구어(口語)를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미 <천도교경전공부하기>를 통해, 동학경전(동경대전, 용담유사, 해월신사법설, 의암성사법설)에 대한 깊이 있는 주석과 '공부하기'의 해설을 해 주신 라명재 선생님이 이 편의 주해를 맡아 발간하였습니다. 책은 월요일(6일)부터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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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최근 동경대전 주해서들이 나오고 동학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어 반갑기 그지없다. 그동안 동학을 해석한 수많은 동경대전 주해서가 나왔지만 최초의 주해는 역시 해월 선생이 하신 것이고, 해월 선생이 해석한 동학이야말로 수운 선생과 동시대를 살며 수운 선생의 인정을 받아 진전을 이룬 정통의 해석이란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단순히 해석에 머무르지 않고 삶에, 실생활에 끊임없이 실천하고 적용하며 쉽게 풀어주신 말씀들은 수많은 포덕과 세상을 움직인 역사가 증명하듯, 그 어느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해월 선생의 도력이다.
수운 선생이 하늘에 계신 줄로만 알던 한울님을 사람이 모시고 있다(侍天主)고 밝히시며 하늘을 바꾸셨다면, 해월 선생은 사람이 곧 한울이니(人是天) 실제 삶에서 사람을 대할 때 한울처럼 하라고(事人如天; 대인접물) 가르쳐 세상을 바꾸셨다. 이것이 의암 선생의 인내천(人乃天)으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나아가 사람뿐 아니라 물건까지 한울로 확장하고 공경하는 해월의 가르침(삼경)도 우리의 삶에 밀착한 가르침이고, 앞으로 우리 세상이 어떻게 변해야 할지 가리키고 있다.
수운 선생의 시천주에서 고천(告天, 心告)의 실천이 행해졌고, 해월 선생은 무형의 한울과 유형의 사람이 먹는 것으로 이어지고 서로 의지하고 있어, 먹는 것이 한울의 외유기화를 모시는 실천임을 알려주셨다. 이것이 식고(食告)와 이천식천(以天食天)의 수행이다.(이천식천) 그래서 “밥 한 그릇 먹는 이치를 아는 것이 만사를 아는 것”(천지부모)이 되는 것이다.
수운 선생이 한울님으로부터 영부를 받아 사람들을 질병에서 구하라는 가르침을 받았다면, 해월 선생은 이를 마음을 다스리고 기운을 바르게 하여 병을 고치는 이치로 밝혀 주셨다. 나아가 그로써 삶을 바꾸고 세상을 개벽하는 것을 알려주셨다.(영부주문, 이심치심)
수운 선생이 시천주의 진리에 따라 여종 둘을 수양딸과 며느리로 들여 신분 차별을 극복하는 실천을 하셨다면, 해월 선생은 ‘일남구녀(一男九女)의 운’이라며 부인수도를 강조하고 “부인도통으로 사람 살리는 이가 많을 것”(부인수도)이라고 하시며 억압받던 여성을 위하고 여성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문명의 전환을 예시하는 가르침을 주셨다.(내칙, 내수도문)
수운 선생이 가고 돌아오지 않음이 없는 이치(無往不復之理)와 다시개벽을 말씀하셨고, 해월 선생은 이를 한울의 운과 사람의 운이 바뀌는 이치로 설명하시며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어떻게 바뀌어야 할 것인지를 제시하셨다.(개벽운수)
수운 선생은 선조의 음덕이 이어져 자신이 도를 이룰 수 있었다고 하셨다.(수덕문) 해월 선생은 삶과 죽음이 하나로 이어져 있고, 조상의 영이 별개의 영계로 가는 것이 아니라 후손에게 이어져 하나 되고 있음을 밝혀주셨다. 이로써 하늘에 절하고 귀신에 절하고 벽에 절하던 것을, 180도 뒤집어 내게 마음으로 절하는 제사의 혁명이, 사후관의 혁명이 이루어진 것이다.(향아설위)
이렇듯 해월 선생의 모든 가르침은 스승인 수운 선생의 가르침을 재해석하여 심화하고 확장한 것이다. 열거하자면 끝이 없지만, 무엇보다 수운 선생의 ‘마음공부’를 구체적인 수행의 가르침(수심정기, 성경신, 독공, 수도법)으로 오늘까지 전해, 그 도맥을 이어주신 것이야말로 해월 선생의 가장 큰 공이 아닐 수 없다.
수운 선생이 뿌린 씨앗을 해월 선생의 이런 삶에 실천하고 체험한 재해석과 가르침이 아니었다면, 꺼져 가던 동학의 불씨를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화염으로 키워낼 수 있었을까?
오늘 제일 필요한 것도 해월 선생의 이런 모습이 아닐까? 스승님의말씀을 오늘의 언어로 쉽게 풀어내고, 그것을 오늘 우리 삶의 현장에 적용하며 가르침을 주는 살아 있는 한울님의 말씀 말이다.
“한울님은 마음이 있으나 말이 없고, 성인은 마음도 있고 말도 있으니, 오직 성인은 마음도 있고 말도 있는 한울님입니다.”(성인지덕화)
또한 해월 선생이 1863년 8월 14일 수운 선생으로부터 도통을 이어받고 1898년 6월 2일 72세로 순도하실 때까지 활동하시던 30여 년의 시기는, 이 땅에서 왕조가 저물고 새로운 민본 의식이 수구세력과 외세의 압제를 뚫고 치열하게 일어나던 역사의 격변기였다. 해월 선생의 법설 속에는 그 역사의 현장을 고뇌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할아버지들의 친근한 이름과 생활상이 그대로 등장하는, 말 그대로 우리 근대사의 살아 있는 역사서이기도 하다.
모쪼록 이 귀한 말씀들을 보고 느끼고 나아가 삶에서 즐기며, 살아있는 말씀이 되도록 한다면 해월 선생이 가장 기뻐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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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네오클래식은 1800년대의 동학자료에서부터 1960년대까지, 동학의 주요한 기본 자료들을 현대인들이 쉽게 읽으며 공부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