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잡문

시간에 비례한 지혜

by 김현희

최근 두 명의 친구에게 같은 말을 들었다. “현희 너 의외로 나이 따진다.” 첫 번째 친구는 내가 나이 든 사람들에게 기대가 너무 높아서 실망하고 분노하는 상황이 자꾸 벌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두 번째 친구는 내가 ‘나이에 비례해 스마트해지는 사람은 넘사벽이다.’ 라고 말했을 때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들을 곱씹어보았다. 나는 정말 나이에 집착하는 걸까?


일단 나는 ‘나이’ 그 자체를 신봉하는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나이로 대접받으려는 사람과는 매사 크게 충돌하는 축에 속한다. 그렇다고 나이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느냐면 그건 또 절대 아니다. 친구와 대화를 하다 나는 이렇게 말했었다.


“어떻게 나이가 안 중요해? 50대가 되었는데도 20대 때와 사고와 경험의 질이 같다면 도대체 그 30년이 무슨 의미가 있어? 나는 시간이 흘러도 늘 제자리, 쳇바퀴 구르듯이 살 바에 그냥 죽어버릴래.”

친구는 약간 당황한 얼굴이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나이라기보다 ‘시간’이다. 시간은 생명이고, 경험과 사고가 성숙하려면 반드시 그 누구라도, 시간의 세례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만큼, 시간에 비례한 지혜가 느껴지는 사람을 보면 감탄할 수밖에 없다.


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지혜로워지고 있을까? 그런 것 같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점점 관대한 사람이 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시간의 유한함과 불가역성을 깨달을수록 더 가차 없는 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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