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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Jul 30. 2020

수업보다 공문

2018. 11. 09.


‘수업보다 공문이 중요하다’는 말을 나처럼 직접 들어 본 교사도 있겠지만, 교직 평생 한 번도 듣지 못하는 교사들이 더 많으리라 본다. 그러나 구조와 문화는 말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언어화되지 않았을 뿐 이미 학교 안팎 곳곳에 생생하다. 수업 시간에 숨넘어갈 듯 울려대는 인터폰 소리 속에,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공문부터 확인하는 평범한 아침 풍경 속에, 화려하게 포장된 교육 활동 보고서 속에, 컴퓨터 모니터에 붙박힌 교사들의 눈 속에, 수치화하기 쉬운 지표로 빼곡하게 채워진 학교 평가 기준안 속에, 착실히 쌓아가는 승진 점수 속에, 연수 시간을 채우기 위해 눌러대는 마우스 클릭질 속에, 걸핏하면 날아오는 ‘긴급’한 자료 요청 속에, 수업 시간을 방해하지 말라는 교사의 요구를 ‘교사로서 해서는 안되는 행위’라고 못박는 대담함 속에 이미. 이미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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