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출근을 하려는데 차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어설픈 두 번째 주인 만나 참 오래 고생한 차이고, 마침 내일이면 폐차장으로 갈거라 그냥 두고 계속 택시를 탔다. 다른 일정도 있었던 터라 어제부터 지금까지 택시를 6번 탔다. 집 근처에 택시가 잘 오지 않아 카카오택시를 이용했는데 이용 후 매번 기사님을 평가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시스템이 돌아가는 사정을 모르고, 왠지 모를 거부감도 있지만 혹시 내가 피해를 줄까 싶어 계속 별 다섯 개를 누르고, 친절한 기사님이라 답했다. 내가 딱히 착해서가 아니다. 솔직히 문제적인 택시 기사님을 거의 본 적이 없을뿐더러 다들 왠지 미안할 정도로 친절하다고 생각해왔다.
오늘 아침 등굣길에 만난 기사님은 특히 더 친절했다. 내가 2분 정도 늦어서 차문을 열며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더니, '아니 별말씀을요' 이라며, 내가 다른 입구에 서있을까 염려되어 전화한 것뿐이라며 전혀 걱정하지 말라하셨다. 이래저래 미안해서 일부러라도 평가하려 했는데, 내가 실수로 뭔가를 잘못 눌렀는지 해당 기사님을 평가할 수 있는 메뉴가 사라져 버렸다.
'정작 유난히 친절한 기사님에게는 별 다섯 개를 못 드렸네.'
'그런데 유난히 친절하단 건 무슨 뜻이지, 다른 분들도 충분히 친절했는데.'
'그런데 기사님들은 평가 때문에 친절한가, 원래 친절한 건가'
'진정한 친절과 가장된 친절함의 차이를 왜 구분해야 하는가. 그 구분이 왜 이렇게 폭력적으로 느껴지는가..'
... 그러다 나는 도대체 내가 왜 이딴 생각을 해야 하는지, 도대체 우리 사회는 서비스직들에게 어디까지 요구해야 직성이 풀리는지에 대한 생각에 이르러 조금 화가 나고 말았다.
사진: www.jetlagged.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