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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문

10월 12일

Rest in light and power, David Graeber

by 김현희

지난 5일 교육부가 발표한 ‘코로나 이후, 미래교육 10대 정책과제 시안’을 보았다. 나는 ‘현장의 소리’를 들으라는 요구가 무의미하단 생각을 했다. 교육부가 놀림받고 싶어서 ‘AI를 활용해 교무부장 등의 업무 지원’ 같은 소리를 하진 않았을 거고, 이 정도면 구조적 태생적 한계다. 또 내가 아는 한, 교육부가 현장 교사들과 완전히 차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현장 교사 중 누구의 소리를 듣고 있느냐에 따라 상황 이해는 달라진다. 현장의 목소리란게 간단히 수렴되지 않는다. 설문 결과는 단편적이고 초중등, 지역별, 학교별로도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 국면에서 발 동동 구르며 초과근무를 밥 먹듯 하는 교사들이 있는 반면, 올 한 해를 안식년처럼 보내고 있다고 스스로 말하는 교사들도 있다. 교사가 자신의 책임 범위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지만, 상황은 예측불가했고, 교육당국의 대처는 괴랄했으며, 그 과정에서 있던 의욕까지 사그라든 측면도 있었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비난해봤자 의미 없다.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청사진을 공유하되 '학교 단위'에서 변화를 주도하며 기민하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흐름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늘 그랬듯 행동 편향 (아무것도 안 하느니 뭐라도 하고 있단 인상을 남기자!) 에 빠져 AI전문교사 같은 소리를 할거고, 학교는 당분간 우왕좌왕을 반복할 것이다. 나는 이제 교육부 해체 같은 말은 하고 싶지도 않다.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관료제의 끈질긴 생명력을 강조하며, 역사적으로 이미 구축된 관료제를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 모두를 죽이는 법 뿐이었다고 말했다.

Rest in light and power, David Grae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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