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잡문

의심 없는 자들을 의심하라

by 김현희

학대로 숨진 정인의 양부모가 모두 목사의 자녀라는 사실을 전하며 친구가 물었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독실한 기독교인들이 왜 그런 인간이 되었을까? 기본적으로 나는 종교와 인격의 상관관계는 종잡을 수 없다고 본다. 또 (종교적, 사상적으로) 완벽하게 정제된 환경이 사고력과 도덕성 발달에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현저히 다르겠지만, 오히려 사고와 감정의 발달을 억압하고, 종교와 사상의 정합성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태도를 당연시하는 환경이 될 가능성도 있다.


어떤 종교를 믿든, 어떤 사상을 가졌든 내가 신뢰하는 이들은 사유와 경험을 통해 주체적으로 성장한 사람들이다. 구호보다 중요한 건 깊이다. '신은 존재한다', '노동은 신성하다', '민주주의는 위대하다' 모두 좋은 말이지만 세뇌당한 앵무새의 외침이라면 곤란하다. 풍파 속에 흔들리고 꺾인 궤적만큼 신앙과 사상도 더 강건하고 깊어진다. 노동, 인권, 생태, 봉사처럼 늘 정답일 것만 같은 어젠다도 종교가 되는 순간 위험해진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믿음의 영역이라는 종교 그 자체도 사유 없이는 위험하다. 성찰 없는 신앙, 의심 없는 ○빠, 공부하지 않는 사회운동 모두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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