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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문

사람이 먼지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누더기 통과

by 김현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누더기가 되어 국회를 통과했다. 최근 사회 문제에 관심을 거두고 생활한 것에 대해 반성했는데 개인적으로 이 문제가 유독 그랬다. 사태의 심각성과 입법의 중요성보다 중대, 재해, 기업의 조합이 내게 멀게 느껴지는 이유를 더 오래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김규항 선생님 말마따나 "만일 모든 사람이 나에게 해당하는 문제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우리는 그것을 굳이 ‘사회’라고 부를 이유는 없을 것"이다.


예전에 우리 반 임원 몇 명이 주도해 움직임이 느린 학생 몇 명을 놀이에서 배제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때 나는 그 임원들에게 몇 달 전 임원 선거에 출마했을 때 말했던 (차별 없이 모두 함께 어울리는 반을 만들겠다던) 공약을 똑같이 발표해 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발을 질질 끌며 앞에 나와 벌게진 얼굴로 공약을 읊었고 잔소리 없이 상황은 종료됐다. 내가 가혹한가 싶을 정도로 아이들은 당혹스러워했었다.


임기만료를 1년여 앞둔 시점에서, 집권당에게 정권 출범 당시 뱉었던 말들을 다시 발표해 보라면 어떨까. 부끄러워하던 아이들과 달리 하던 대로 남 탓만 하겠지. 한국은 OECD 최악의 산재 사망 국가다. 지난해 산재 사망자 수가 코로나 감염 사망자 수를 훌쩍 넘어서던 시점까지 여당 대표는 관련법 입법 다짐을 12번 했다. 분명 사람이 먼저라 했는데. 사람이 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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