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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희 Jan 18. 2021

같은 학교, 같은 사회

첫 학교 때 같은 학교에 있던 선배 교사 몇 분이 나중에 내 책과 글을 읽고 이런 말을 했었다. 


“거기가 그렇게 힘든 학교였었나?” 


실제 나는 교사 선호도가 높은, 좋은 학군의 학교에 첫 발령을 받았다. 그러나 아는 사람만 아는 그 학교의 별명은 ‘젊은이의 무덤’. 고학년 학생들이 하교도 하기 전부터 저학년 원로교사들이 매일 티타임을 가져도 그들은 정시 퇴근이 가능했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꼭 같은 차원의 시공간에서 일하는 건 아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2020년 교원 차등성과급을 '균등 지급'하도록 교육부에 요구했다. 업무수당 인상과 업무 배정 합리화 등의 과제가 산적했지만 차등성과급 완전 폐지를 향한 디딤돌의 맥락에서, 나는 미지근하게 찬성한다. 하지만 균등분배의 근거로 든 ‘코로나 사태 속 교원들의 동고동락’이란 표현은 찜찜했다. 내 직간접적 경험과 대화들에 비춰볼 때, 지난해 소수 교사들이 개고생을 한 반면 다수 교사들은 이전보다 편한 해를 보냈고 나도 후자에 가깝다. 물론 이전보다 편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소수 그룹에 개고생이 전가된 과정과 결과, 빗발쳤던 외부 비난을 방어할 수 있을 정도의 책임감과 전문성 발휘 여부 등에 관한 질문을 던지면 생각할 거리는 많다. 


전례 없는 전염병 사태 속에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는 말은 엄밀히 따지면 사실이 아니다. 생활의 불편과 생계의 공포는 비교불가의 영역에 있다. 수많은 영세자영업자가 벼랑 끝에 몰릴 동안 주식시장에선 축포가 터졌고 경제 양극화는 심화됐으며 학교의 모습도 (정도와 양상의 차이가 있을 뿐) 구조적으로 다르지 않았다. 힘든 이들을 위해 다 같이 지옥의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 필요는 없다. 하지만 '국난'이니 '동고동락'이니 하는 말들 속에 던져진 한시적 성과급 균등분배 요구의 뒷맛은 영 비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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