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 페북
본문 쓰기가 편한 사람이 있고, 댓글 쓰기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내 경우는 전적으로 전자이다. 내 생각을 드러내 엮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타인의 글에 댓글을 쓰는 건 몹시 조심스럽다. 심지어 내가 쓴 본문에 달린 댓글에 대댓글을 다는 것조차 힘들다. 그래서 댓글 주신 분들에게 매우 고마워하면서도,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서' 대댓글을 잘 못 쓴다. (하지만 댓글을 잘 써주시거나, 좋아요를 자주 눌러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누구인지는 다 기억한다. 이상할 정도;)
평소 몸글보다 댓글쓰기를 선호하는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내 얘기를 쭉 듣더니, 내가 매사 너무 복잡하고 총체적으로 생각하고, 댓글을 몸글과 동일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댓글은 '아 이 사람 말이 이런 뜻이구나'라고 재빨리 파악하고 '주석'을 다는 작업이라, 총체적으로 맥락을 생성하는 본문쓰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일이라는 거다. 나처럼 짧은 글에서까지 상대방의 의중과 맥락을 다 이해하려 드는 사람은 댓글쓰기를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듣고 보니 그럴듯했다.
누구든 나와 대화를 하면 내가 본인 생각에 전부 동의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조용히 듣는 자세가 몸에 배 있기도 하고, 들으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바로 반박하지 않고 일단은 끝까지 다 듣고 보기 때문이다. 섣불리 단정 짓지 않고, 겉 넘지 않는 게 내 장점이긴 하다. 그렇지만 댓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가진 순발력은 나로서는 넘사벽의 재능이다.